존재
얼만큼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 모른다.
깨어보니 병상위에 무척 오래된 것 같은 강아지풀 한개가 놓여있었다.
희미한 기억.
강아지풀이 낯설지 않다.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졌는데 강아지풀을 좋아했었다는 느낌은 살아있다.
강아지풀을 들고 몸을 일으켜본다.
파사삭 떨어지는 강아지풀 속의 씨앗들.
이 씨앗은 땅속에서 싹을 띄울 수 있을까?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병원 밖으로 나가본다.
해가 중천쯤에 가까워져 따사로운 햇살이 병원 밖 공터에 가득 드리워진다.
제법 쌀쌀한 바람을 타고 이제 한두개씩 말라 떨어지는 낙엽이 날아다닌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병원 창고로 보이는 곳 앞에서 햇살을 쬐고 있던 고양이가 잔뜩 경계하며 움츠린다.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 해 보고 싶지만 다가가면 더 멀어질 것 같아 다가가기를 포기한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