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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Aug 02. 2019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있나요. 아프지 않을 수 있나요

직장을 다니다 보면 의도치 않게 자기가 맡은 일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직장 상사는..


'사고 좀 그만 쳐라. 응?!'


농담 반 진담 반의 윽박은 날 주눅 들게 한다.

웃으며 대하면 장난하냐고 면박을 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소심하다고 뭐라 한다.


사실 관리직으로써 맞닥뜨리는 사고의 대부분은 내가 의도하지 않게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을 관리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일어나는 사고나 문제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책임을 묻는 상사의 태도에 무척이나 의기소침해지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니 아이가 아프다. 아픈 아이를 바라보니 마냥 안쓰럽고,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 하나까지 미안해져 숨어서 먹곤 한다.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다가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살면서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가 아플 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뭘 먹었길래 그래!!'라든지..

'그러게 아이스크림 좀 적게 먹지!!'라든지..


하지만 적어도 난

아픈 아이에게 그렇게 책임을 물을 정도로 상투적이거나 세속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냥 마냥 안쓰럽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이런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다.


끊임없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이 반복되는 일.. 내 가치관과는 거리가 멀다.


적어도 나에게는 사회라는 집단은 부자연스러운 집단이다. 아픈 아이가 마냥 안쓰러운 것처럼. 내가 관리하는 부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묻기보단 놀라고 다쳤을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게 나에겐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내 피식 웃고 만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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