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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away from
Jun 07. 2020
키우던 달팽이 중 한 마리가 죽었다.
얼마 전부터 집 속에 깊게 들어가 나오지 않더니
오늘 혹시나 싶어 물로 씻어줬더니 몸이 허물어져 밖으로 흘러나왔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전에 상추를 갈아줄 때 구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흙이 오래되어 죽은 게 아닐까?'
'최근에 출산을 많이 하여 몸이 축나 죽은 것일까?'
'달걀 껍데기로 보신을 해줬어야 하나?'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고 자책감이 생기는 것은 나와 관계된 모든 존재 앞에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달팽이를 앞뜰에 묻어 주었다.
앞뜰에 묻어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았다.
그때 민재가 먼저 담백하게 말을 꺼낸다.
'달팽아~ 그동안 즐거웠어. 잘살아~'
담백하고 짧은 그 두 마디를 들으며 모든 감정과 세상의 모든 만남과 이별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함께한 시간이 정말 즐거웠고, 네가 떠난 곳이 어딘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잘 살아.
오늘도 민재에게 깊은 맘속으로 이별하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