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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Aug 15. 2021

미국에서 회사를 가져보자 2.0

비즈니스가 만만치 않은 이유

어느 나라나 그들 나름의 비즈니스 방식이 있는데 한국에서 근무할 때도 미국의 공급업체와 거래가 빈번하였으므로 어떻게 거래가 이루어지는지는 알고 있었고 그 중 몇 가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도 있었으나 그것 또한 그들의 방식이겠거니하고 넘겼던 것들이 막상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왜 그랬는지 체감을 하게 된다. 돈을 벌어들이는 각각의 과정에서-Employee로 일할 때는 절대로 느끼지 못했던, 쓴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돈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몇 가지 사실들을 내 비즈니스를 몇 년 꾸려가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빌려야 신용이 생긴다. 

미국식 금융이 전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그들의 개념이 보편화되어 한국에서도 더이상 이상하지 않은 사실이지만 내가 돈이 많아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회사를 꾸린다고 신용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은행에 돈을 빌려서 짧던 길던 기한내에 돈을 갚는 과정을 통해 History를 만들어야 신용이 생기고 등급도 높아진다. 나는 이런 과정을 신용을 돈을 주고 사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돈이 없어서 빌린게 아닌데 굳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적정이자를 내면서 정해진 기한내에 상환하는 과정을 통해 수수료라는 그럴듯한 명목하에 신용등급을 구입하는 행위라고 본다. 즉, 은행에 이자돈을 주고 신용을 사는 셈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사업자금을 융자하거나 기타 편의를 받을 수 있고 이런 과정을 몇번 거치면 높은 신용등급을 갖게 된다. 

몇 개월 전에 지급받을 결제일이 도래하기 전에 지급해야 될 결제건이 있어 사업자금이 필요해서 혹시 주거래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담당자와 융자에 대한 통화 내용을 요즘 식으로 간단히 올려본다.

나: John, 잘 지냈어? 내가 은행에서 돈을 좀 빌리고 싶은데 가능할까?

John: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얼마나 빌리고 싶은데?

나: 글쎄 정확한 금액은 생각해 봐야 하는데 대략 7만불 정도면 좋고 안되면 5만불 정도라도 괜찮아. 

John: 음, 그래? 그럼 융자가 가능한지 알아보게 작년, 제작년 개인세금보고랑 회사세금보고 자료 좀 보내줄수 있어? 

나: Sure, 어딘가 있을텐데 보내줄게. 고마워. 

John: 뭘, No problem Bro.  


3주 후

John: 잘 지냈어? 지난번에 보내준 자료 잘 받았고 자료를 검토해보니 너가 말한 금액까지 융자해 주긴 어려울거 같아. 

나: 전화줘서 고마워. 그럼 얼마나 되는데? 어떻게 융자금액이 책정되었는지 알려줄수 있어?

John: 그럼. 작년 매출금액의 25%가 Max야.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비즈니스가 그다지 좋지 않았었나봐? 매출금액이 10만불이라 2.5만불이 최대야. 

나: 아, 그렇구나. 그럼 2.5만불 융자조건은 어떻게 되는데?

John: 응 두가지 방식이 있는데… 새롭게 Account를 여는 방식이 있고… 다른 한가지는… 

나: 고마워.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할게. 즐거운 하루 보내. 


대화내용을 축약하다보니 중간에 생략된 내용이 좀 있는데 매출금액의 25% 정도가 융자가능 금액이라는 말에 조금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여러가지 변명과 구구절절 얘기(내 개인계좌에 돈많으니까 채권회수는 걱정안해도 돼, 비즈니스가 지금은 이래도 조만간 빠르게 성장할 것을 감안해서 융자금액을 늘려주면 안될까?)들을 늘어놓았는데 결국 의미가 없었다. 순전히 내 개인사정이지만 사업자금을 빌리려고 했던 건 돈이 없어서는 아니고 유동성이 적은 자산(펀드, 주식계좌 등)들이라 자금을 이동하기가 번거롭고 손해-엄밀히 말하면 일부는 실질적 손해고 일부는 미래의 더 큰 기대수익의 포기-를 감안하고 자금을 빼내야 하기에 은행에서 나쁘지 않은 이자율로 융자를 받을 수 있다면 이번 기회에 해보려던 참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잠자던 자금들을 모아모아 사둔 내 우량주(?)들을 조금 팔기로 결정했다. 모든 일에 과정이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잣대를 나에게만 달리 할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하고도 남지만 작금의 현실을 보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게 융자가 필요없는 돈이 많은 기업은 언제든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릴 수 있고 나처럼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계속 제한적인 자금만 융통할 수 있게 되면 결국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에 대한 형평성 차이는 더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각종 수수료는 생각보다 크다. 

이미 수년전의 일로 기억하는데 한국의 은행들에 설치된 ATM기기의 수수료가 과하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미국도 경험해보니 만만치 않다. 미국도 신용카드 사용빈도가 높아서 현금사용 비율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미국 역시 수수료 제도가 은행에게 상당히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내 주거래은행의 경우라 은행마다 조금씩 다를수 있겠지만 개인도 그렇지만 기업은 더더욱 빈부격차(?)를 느끼도록 회사계좌의 평균잔액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눠두었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거래 은행은 미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는 JP Morgan Chase Bank로 평균잔액에 따라 3가지 등금으로 나누어서 수수료와 서비스에 차등을 두었다. 송금(Wire)을 할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은행은 참 편하게 돈번다는-은행도 그런 플랫폼을 만드느라 돈 꽤나 썼겠지만- 생각이 드는데 해외송금을 해도 송금수수료-당연히 내야 되지만-를 내고 국내송금을 해도 송금수수료를 내고 심지어 송금(해외송금 시 보내는 이가 수수료를 지불한 경우에도)을 받아도 수수료를 낸다. 모든 송금거래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해도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수수료가 정액제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데 큰 금액을 송금하거나 송금받는 경우는 상당히 적은 금액으로 보여 수수료를 많이 절약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는 효과도 주지만 운송료나 소액의 통관수수료 등 1천불 미만의 소액을 보내거나 받을 때는 수수료가 10% 수준까지 차지하는 배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결제방법이 번거롭더라도 Check을 우편으로 보내는 방법이으로 많은 Small and mid-sized 기업에서 선호된다. ACH 라는 나름 경제적인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일정 월 수수료를 지불하고 건당 25센트 가량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인데 월 송금건수가 20건 이상으로 많아야 의미가 있는 방법이라 나는 아직 이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유일하게 수수료를 내지 않는건 미국내에서 송금을 받는 건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미국내에서 수표(Check)를 받은 적은 여러번 있고 Zelle같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받은 적은 있지만 Wire 방식으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은 다시 확인을 해봐야겠다.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은 모두 비싼 값을 지불할 준비를 하자.

코로나 이후로 운수업은 호황중 호황을 맞은것 같다. 판데믹으로 해상선편도 많이 줄었고 그에 따라 운수업 종사자들도 많이 줄어든데 반해 재택근무로 인해 수요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 해상운송은-특히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오는 경우는- 웃돈을 얹어줘도 공간을 찾을수가 없을 지경이고 운임도 3-4배 이상 폭등했다. 이런 현상은 소비시장에도 영향을 주어 상품가격이 올라가고 인상된 가격은 고스란히 나같은 최종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게 된다. 아마존이 드론배송을 준비하고 FedEx에서 무인배달로봇을 개발하는 등 상당히 많은 것들이 전산화 자동화되는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비즈니스 내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미국에서 세탁소, 자동차 정비소, 미용실, 배관공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칠 만한 사람들의 인건비는 작지 않다.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았다면 그 값을 기꺼이 지불하고 고마움의 댓가까지 지불하지만 고구마를 100개는 먹은듯한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도 비싼 값을 지불하는건 정말이지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미국 현지의 화물운송서비스를 이용해보면 한국의 컨테이너 운송은 비용은 둘째치고 속도도 정말이지 요즘 말로 혜자스럽다. 특히 요즘처럼 Trucker가 부족하고 선편이 턱없이 부족할 경우에는 화주는 더이상 갑이 아니라 '수퍼을'이 되어 Transportation agency가 요구에 순응하고 그저 늦지않게만 운송해 달라고 부탁할수 밖에 없다. 생각보다 많은 부대비용이 들어가고 그마저도 코로나19 이후로는 서비스공급자도 많이 줄어들어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이전 부산-뉴욕의 컨테이너 운송비용과 가장 최근 5월의 운송비용은 내용물에 따라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까지 올랐고 더 무서운 점은 지금도 진행중이고 조만간 상승세가 꺽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자.

하지만 꾸준히 시장 트렌드를 체크하지 않으면 도태되는건 순식간이다. 그래서 본인의 인적네트워크를 이용한 시장정보 공유가 꼭 필요하다. 전시회나 세미나 등에 참석하는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이것 역시 적지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방법이므로 공급자든 수요자든 꾸준히 연락을 취해서 시장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지 확인하는게 필요하다.  

한두번 해보고 금방 열매를 보면 B to B 형태의 비즈니스라는게 쉬워보이고 금방 뭔가 될것 같지만 시시각각 변덕스러운 시장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 어제 100만원 벌었다가 일주일 내내 한푼도 벌지 못하는게 비즈니스 초반에 흔히 볼수 있는 패턴이다. 초심자의 행운을 한번 맛보고 난 후라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수 없는 파도속에서 꾸준히 균형을 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걸 느끼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종종 짜릿한 순간들을 느낄수 있고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른 아침에 누가 깨우지 않아도 눈이 번쩍 떠지는 기적을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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