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운전문화 - 틴팅
미국에서 운전을 해보면 맨하탄 같은 복잡한 시내에선, 특히 출퇴근시간에는 지옥같다는 표현이 걸맞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운타운을 조금만 벗어나면 운전하기 꽤나 쾌적하다. 특히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등에서 운전자끼리 혹은 운전자와 보행자간에 수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는건 매우 인간적인 교통문화다. 이런 원활한 소통에 가장 크게 기인하는 것이 바로 틴팅(썬팅)인데 미국은 주마다 법과 규제가 다르지만 대체로 전면과 1열 틴팅은 하지 않고 2열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틴팅을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미국엔 보행자도 그렇지만 운전자들도 틴팅을 안하는 대신 선글래스는 꼭 챙겨 다니는걸 볼 수 있다. 나도 한국에서 십수년을 운전을 했고 외근을 나가는 경우를 합치면 거의 매일 운전을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국과 비교해서 이 곳 미국에서 운전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는 부분은 무틴팅으로 인해 시야확보가 매우 잘 된다는 것이다. 낮에는 말할것도 없지만 밤에도 잘 보이고 비오는 날도 잘 보이고 지하에 들어가도 잘 보인다. 시야확보가 잘 안된다는 말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과 마찬가지로 진하지 않은 틴팅이라도 비오는 밤에 운전을 해보면 보행자나 장애물을 인식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원하는만큼 제동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사고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비오는 날 저녁, 야외 주차시에 후측방이 잘 보이질 않아서 창문을 열고 비를 맞으며 주차를 해본 운전자라면 진한 틴팅의 불편한 점을 충분히 알고도 남으리라 생각한다.
한국도 엄연히 틴팅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라 거리에 나가보면 운전자를 식별조차 할 수 없는 차량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이렇게 진한 썬팅을 하는 운전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손등이 탄다는 여성운전자,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운전자, 차량구입 시 영업사원이 알아서 해 준 틴팅 등등 많지만 프라이버시라고 말하는운전자들도 있다. 농담이라고 믿고 싶지만 차에서 코딱지 파는걸 누가 보는게 싫다는 핑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설사 코딱지 파는걸 누가 본들 신호가 바뀌면 각자의 길로 떠나면 그만인 운전자들끼리 교통의 안전보다 코후비다가 눈이 마주치는 부끄러움이 먼저일 수 있을까. 그게 그렇게 부끄러울 일도 아니거니와 나는 지금껏 차에서 코딱지를 후비는 수많은 운전자를 봐왔지만 단 한명도 얼굴이 기억나지 않고 단 한명에게도 코를 후빈다고 손가락질을 해본 적도 없다. 그렇다. 아무도 당신의 코딱지에 관심이 없고 당신이 무얼하든 개의치 않는다. 손등이 타서 틴팅을 하는 여성운전자도 있는데 운전을 얼마나 오래하는지 모르겠지만 운전하는 동안 탈 손등이면 밖에서 걸어다닐 때도 탄다. 차라리 긴팔(팔토시라는 것도 있다)을 입고 장갑을 착용하길 권한다. 틴팅을 하지 않거나 밝은 틴팅은 운전자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보행자와 다른 운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데 직접 운전해보면 알게 되지만 앞차의 창문으로 그 앞의 교통흐름를 확인할 수 있으면 급제동할 일도 적어지고 안전운전에도 크게 도움이 되어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이 지키고 싶은건 과연 프라이버시인가, 아니면 다른 운전자들은 배려하지 않는 움직이는 혼자만의 공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