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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Jun 10. 2023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워싱턴DC, 뜻밖의 발견

다 지난 벚꽃얘기를 꺼내기엔 생뚱맞은 감이 없진 않지만 한국의 여의도처럼 매년 벚꽃이 필때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미국에도 있으니 그 곳이 바로 워싱턴DC다. 곧 써야지 하고 제목만 적어두었던 이 글처럼 매년 가야지 생각만 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실천하지 못하다가 이번엔 기어이 가보겠다고 일찌감치 호텔까지 예약했지만 기후변화를 탓해야 할지 내 몹쓸 감각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벚꽃 개화시기를 한참 못맞추고 이미 꽃이 거의 다 진 후에나 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세번째인 워싱턴DC로의 여행은 다 떨어져버린 벚꽃말고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 나오는 얘기처럼 여행은 항상 목적하지 않았던 것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는걸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아, 그리고 워싱턴DC에 벚꽃을 구경하러 가려거든 날씨와 개화시기를 잘 봤다가 가길 권한다. 


잘 모를수도 있는 배경설명을 잠깐 하자면 이제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지만 사실 워싱턴DC 벚꽃 축제의 기본 목표는 벚꽃에서 유추할수 있듯 미국과 일본, 두 나라 간의 우호증진이었다고 한다. 1912년 일본 도쿄의 유키오 오자키 시장이 워싱턴DC에 3,000그루의 벚나무를 선물했고 미국은 이를 기념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년 벚꽃 축제를 진행해 왔다. 아마도 일본정부와 기업의 막대한 자금지원이 있어 가능한 얘기겠지만 이미 이런 역사적 배경은 벚꽃을 즐기는 관광객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보인다. 개인적으로 Covid이후로 여행을 자제하는 경향이 컸는데 워싱턴DC는 차로 5시간 정도로 조금 먼 느낌은 있지만 중간에 쉬어가면 갈만한 거리고 무엇보다 내 차로 운전해서 가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 할수 있다는 점도 있어서 오랜만에 시동을 걸어 장거리여행을 떠났다. 사실 미국은 이미 마스크도 쓸 필요가 없어진 마당에 굳이 사람들과의 접촉을 신경쓸 필요도 없었지만 습관이라는게 무서운게 2-3년간 몸에 밴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람들과 부대끼는 환경을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워싱턴DC에 가기전에 이미 3월 25일 전후로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역시 기대하지 않은 만큼 벚꽃은 거의 남아있질 않았다. 벚꽃 명소로 잘 알려진 Tidal Basin에도 벚꽃대신 푸른 잎사귀들만 무성한 채 시즌이 지났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벚꽃이 있든 없든 4월초의 워싱턴DC의 날씨는 꽤나 좋았고 조지타운대 근처와 포토맥강 근처는 천천히 걸어가면 햇살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걸어다니가다 우연히 Logan Circle 한 건물 꼭대기에 태극기가 펄럭있는 것 보고 무슨 건물인가 궁금해서 건물 앞까지 가보고서야 이 곳이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 들어가볼까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입구에 친철하게 예약을 해야 된다는 안내를 보고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해야겠다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내 머리만큼이나 희끗한 머리의 남자 직원분이-투어를 마치고 나와서야 이 분이 관장님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나오셔서 무슨 볼일로 오셨나 물어보시기에 이 곳을 우연히 알게되서 들어가보려는데 예약제라 돌아가려는 참이라는 말에 마침 1시쯤에 비어있는 시간이 있으니 식사하고 1시경에 오라는 말씀에 근처에서 라면 한 그릇과 커피를 한잔하고 다시 돌아갔다. 이름에 짐작할수 있듯이 이 곳은 대한제국 시절의 주미공관으로 1910년 국권을 잃고 일본은 단돈 5달러에 이 건물을 매각한 후 오랫동안 되찾지 못하다가 2012년에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노력으로 되찾게 된다. 그 후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2018년 5월에 개관하여 당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재연하여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어설프게 긴 내 소개글보다 https://oldkoreanlegation.org 홈페이지 주소로 대체하는게 좋겠다. 


오랫동안 건물의 소유권을 갖지 못해서 내부는 당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유사한 벽지나 가구로 대체된 부분이 있으며 들어가면 짧은 공관소개 영상을 시청하고 1층부터 3층까지 안내자분과 동행하며 관람하게 된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으로 안내를 받다보면 당시의 사진들과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함께 들을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워싱턴DC에 가면 스미소니언박물관, 백악관, 국회의사당, 링컨메모리얼 등등 가볼곳이 넘쳐나지만 한국사람이라면 백악관 뒷편을 느리게 걸어 로건서클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관을 들러보는 것도 충분히 보람있는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주변을 서성이는 나를 발견하고 흔쾌히 입장시간과 내부 안내까지 해주시고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자료까지 꼼꼼히 챙겨주신 강관장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로건서클에서 발견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람 전 비디오시청 필수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태극기
공사관 내부
공사관 내부
공사관 내부
공사관 내부
관람 후 받은 역사자료와 엽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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