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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Jul 01. 2023

만 나이든 한국나이든 묻지 마세요

만 나이 시행의 부작용

세는 나이, 한국 나이, 만 나이.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많고 기억해야 될게 많은데 나이도 어려가지 버전으로 기억해야 하니 참 피곤하다. 며칠 전인 6월 28일부터 한국에서도 만 나이가 시행되었다. 만 나이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나이 셈법으로 자신의 생일을 기준으로 햇수를 따져 나이를 계산하게 된다. 만약 2002년 8월 1일이 생일이라면 2023년 7월 1일 현재 만 20세, 다음 달 8월 1일이 되면 만 21세가 되는 것이다. 

만 나이 도입이 시급하다. -출처 법제처-

많이들 겪어보았겠지만 외국인 강사들이 진행하는 영어회화시간에 흔히 목격되는 재미있는 일화들이 바로 나이를 확인하는 장면이다. 외국인 강사는 나이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학생은 강사에게 나이가 몇살이냐고 물어보고 마지못해 대답한 영어강사의 나이를 알고 'Younger than you look' 같은 다소 실례가 될수 있는 말이나 'I am your older brother(내가 너보다 형이다 라는 의미)' 라는 말로 응수하는건 차라리 애교고 자신의 나이를 말하면서 한국나이로 몇 살이고 만 나이로는 몇 살이라고 말하면 영어강사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들은 나이계산의 통합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웃픈 장면들이다. 사실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나이를 묻는건 실례가 될수도 있고 매우 조심스러운 질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 서열문화에 익숙해져온 한국 사람들에겐 나이를 물어보는게 통성명과 같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처음 만난 남자들끼리는 몇년생인지 확인하면 곧바로 형동생이라는 관계로 규정되는게 일반적이다. 나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꽤나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지만 한국에서도 지금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본적이 없다. 외모를 보면 적당히 추측이 가능하기도 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힌트가 주어지고 대략적인 나이를 유추하게 된다. 그리고 설사 나이를 알게 되어도 상대방과 내가 갑자기 호칭을 형과 동생으로 부르거나 오빠와 동생이 되는 등의 변화는 없다. 내 옆자리의 Terry와는 약 5년을 함께 일한 사이지만 그가 나보다 한살 많다는 사실은 일을 시작하고 한참 지났을 때였다. 그리고 서로의 나이를 알고 난 후에도 형 동생처럼 서로를 생각하지 않고 대등한 동료의 관계로 지낼 뿐이다. 


*가급적 나이를 묻지 말자. 

이미 학교 선후배, 회사 선후배 등 차고 넘치는 형, 누나, 동생들이 있는데 굳이 한달에 한번 얼굴보는 거래처 직원의 나이를 묻고 그가 나보다 형인지 동생인지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가? 상대방의 나이를 아는게 상대방을 잘 알고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절대 그렇지 않다는걸 알자. 


*만 나이가 시행되면 만 나이만 기억하고 한국나이는 잊자. 

병원에서, 관공서, 그리고 개인적인 만남 등에서 혹시 나이를 얘기해야 되는 경우가 있다면 만 나이만 얘기하자. 


Q. 실례지만 몇 살이세요? 

A. 네, 저는 마흔살입니다.

얼마나 깔끔한 대화인가. 


Q. 실례지만 몇 살이세요?

A. 네, 저는 만으로 마흔살이고 한국나이로는 마흔 한살인데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친구들은 저보다 한살 많은데...  

대화 자체가 간결하지도 않고 너무 많은 정보(TMI)로 나이 얘기만으로 나는 지쳐버릴 것 같다.  


*상대방이 몇 살인지 궁금해하지 말자. 

개인적으로 대화하면서 가장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서 그의 나이를 유추해 나가는 것, 직접적인 호구조사를 통해서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속에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지 않은가. 집이 어딘지, 아파트에 사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 상대방에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얘기하면 알수 있는데 왜 굳이 관계맺음까지 우리의 민족성처럼 8282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너무 빠르게 가고 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는 한국식 나이의 배경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잉태되었을때부터 생명이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는, 생명을 바라보는 매우 고귀한 관점과 취지라는 점은 높이 산다. 하지만 급속한 세계화속에서 사회적으로 적잖은 혼란을 가져온 한국식 나이보다는 만 나이로 통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다만 '안녕하세요. 저는 홍길동이고 나이는 만 40세, 한국 나이로는 41세입니다' 처럼 사회적 관성으로 인해 우리들의 대화속에서 여전히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를 혼용하는 또다른 사족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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