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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Feb 26. 2024

저울의 미학

저울의 미학


기운다는 것은

기대어 우는 일이다


그리니치천문대 너머로 해는 지고

단테스뷰 극락조 사이로 달이 차오른다


마운틴 헐리우드 정상에서

해와 달을 사이에 두고

얼떨결에 저울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해가 질 때는 다람쥐 소리 들리더니

달이 뜰 땐 작은 코요테 한 마리

방금 내가 왔던 길을 유유히 걸어간다


네 어깨에 기대어 울던 날을 꺼내어 보았다

지금까지는 내 삶의 무게를 재느라 바빴으나

나도 누군가의 어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울은 무게만 재는 것이 아니라

기우는 것들을 잡아주는 도구라는 것도

해지는 저녁에야 어슴프레 알게 됐다


지금까지 삶은 적당히 무거웠으나

저무는 석양이 달을 끌어올리듯

코요테가 걸어간 숲길을 따라가야겠다


내 가슴이 저울의 중심이 되어

잠시 흔들리더라도 다시 균형을 잡는

한그루 저울나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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