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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Feb 26. 2024

조슈아나무 아래서

조슈아나무 아래서


멀리서 보면 선인장 같더니

가까이 다가가면 소나무를 닮았다


오크데일 메모리얼파크에 아버지를 묻고

너는 조슈아트리 바위 무덤에 올라 가부좌를 틀었다

머리 위를 선회하는 독수리떼


단지 한 호흡으로

20억년 전으로 돌아가

화산재에 덮였던 희뿌연

돌의 망막을 걷어낼 수 있다면


나는 운주사 와불처럼 그 자리에 누워

지나온 시간만큼 뜨거운 를 덮고

한 세월 질기게 더 보내리라

일억년마다 내리는 비에 관목이 되고

스무마디 교목으로 자랄 때까지


그래, 기다려줄 수 있겠니

단 한 번의 미소로 만물의 이치가 전해지고

죽음 이후에도 꼼지락거리는 발을 보여주는

붓다와 가섭의 오묘한 시간들을


봉인된 바위무덤의 눈을 덮었던 먼지가 사라지고

작은 선인장이 소나무로 우뚝 서는 직립의 세월을

마침내 돌의 눈꺼풀이 벗겨져서는

쏟아지는 사막의 별들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조슈아나무 아래서 우리들을 기다려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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