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나무 아래서
멀리서 보면 선인장 같더니
가까이 다가가면 소나무를 닮았다
오크데일 메모리얼파크에 아버지를 묻고
너는 조슈아트리 바위 무덤에 올라 가부좌를 틀었다
머리 위를 선회하는 독수리떼
단지 한 호흡으로
20억년 전으로 돌아가
화산재에 덮였던 희뿌연
돌의 망막을 걷어낼 수 있다면
나는 운주사 와불처럼 그 자리에 누워
지나온 시간만큼 뜨거운 재를 덮고
한 세월 질기게 더 보내리라
일억년마다 내리는 비에 관목이 되고
스무마디 교목으로 자랄 때까지
그래, 기다려줄 수 있겠니
단 한 번의 미소로 만물의 이치가 전해지고
죽음 이후에도 꼼지락거리는 발을 보여주는
붓다와 가섭의 오묘한 시간들을
봉인된 바위무덤의 눈을 덮었던 먼지가 사라지고
작은 선인장이 소나무로 우뚝 서는 직립의 세월을
마침내 돌의 눈꺼풀이 벗겨져서는
쏟아지는 사막의 별들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조슈아나무 아래서 우리들을 기다려줄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