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수류탄
하루쯤
봄 강변에 앉아
물 속으로 뻗친 수양버들 가지를 보자
서른 일곱 해 동안
묵언의 생을 살다 간
정현우 바오로처럼
나뭇가지 흔들리는 “삿삿” 소리를 내거나
물개박수를 치는 것이 유일한 언어
그러다 낯선 동물을 보듯
내 눈 속을 한참 바라보던
고요한 적요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벚꽃 구경이 제일이지
인파에 섞여
참 좋네 참 좋네
풍등처럼 붕붕 떠다니며
꽃사진 찍느라 바쁘다가도
연두가 좋아
벚꽃보다 연두가 더 좋아
꽃 다음 연두가 아니라
연두 먼저 보여주고
꽃은 가슴에 품고 간
버드나무의 후손이어서
그래서 좋아
저만치
아스팔트 둔덕 양 옆으로
박수처럼 툭툭 터지는 벚꽃수류탄
비바람 치면 사라질
말없음의 표식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