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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May 15. 2024

오동나무 관악대

오동나무 관악대


예전 같으면

자식 두엇 낳았을 딸이

아빠는 우리가 결혼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자꾸 묻는다.


답은 못하고

호젓한 숲길을 걷는데

연보라 오동나무꽃이 자꾸 발에 밟힌다.


어떤 꽃은 호른

어떤 꽃은 트럼펫

또 어떤 꽃은 바순 소리를 내며

오동나무 주위를 맴돌다 가고


떠나지 못한 것들이

클라리넷 클라리넷

종일 웃고 떠든다.


그 소리 모으면

어엿한 장롱 하나 만들 수 있으려나


오동나무 관악대 속에 숨어

꽃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지낸 날들이

며칠 꿈 같은 농성이었다

해 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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