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강상면 모들카페에서 '부모님 일대기 제작' 첫 강좌가 있었습니다. 3명이 참석한다고 했다가 바쁜 일정으로 한 분만 오셨습니다. 어차피 1명이라도 강좌를 하려고 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습니다.
부모님 일대기가 뭔지, 왜 써야 하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녀가 부모님 살아생전에 당신의 삶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수 십년 간 부모님과 살면서 정작 부모님에 대해 아는 자식들이 얼마나 될까요.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으며, 가족을 부양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무엇이었는지, 어떨 때 가장 행복했는지 등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10여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를 기억하고 아는 데 까지 기록해야지 마음 먹은 것이 십년 세월이 걸렸습니다. 평생을 술로 지새운 아버지와의 불화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늘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고, 이번 추석에 일대기를 만들어 아버지 젯상에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습니다. 세상에 누가 누구를 용서하고 말고가 있겠습니다. 용서는 하느님의 몫이고, 저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껴안아주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사랑을 표현한 것입니다.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을 읽을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생전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 인듯 하여 마음이 참 짠합니다. 자신의 수분이 말라가면서 먼산만 바라보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그때 아버지와 소줏잔을 기울이면서 하루라도 얘기를 나눴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늘은 소주 한잔 마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