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경오정(涇渭亭)에서

by 김저녁꽃

경오정(涇渭亭)에서

-오정환 선생님 팔순에 부쳐


해방 다음 해에 태어나 한국전쟁 피난 중

낙동강 강물에 빠졌다 살아난 아이가

훗날 부친으로부터 그 얘기를 듣고

인생의 자신감을 가졌던 것은 당연한 일


풍운의 꿈 안고 서울 가는 기차에서

선로를 조금 벗어나기는 하였으나

오히려 그로 인하여 열정이 불타올라

관습 깨고 상식 통하는 구조 만들었네


때로는 오만하다 수근대는 사람 있었지만

불합리한 일 받아들이지 못하는 타고난 천성

그러면서도 많은 기적과 신화를 이룬 것은

사람에 대한 연민이 항상 그곳으로 이끌었기 때문


한평생 그림자 없이 살다가는 이 어디 있으랴

빛만 쫓지 않고 따스한 볕 지니고 있었으므로

함께 한 이들에게 희망의 씨앗 전해줄 수 있었네

경오 있으면서도 존경 받는 인생 살 수 있었다네


본래 경위(涇渭)는 황하의 지류를 일컫는 말

탁한 물 속 경수(涇水)와 위수(渭水) 구분 명확하다네

단단하고 오래 가는 명아주지팡이 될 수 있는 이유지

내일 일 묻지 말게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할 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와 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