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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라는 말

by 김저녁꽃

보편적이라는 말


미아리고개 넘어 삼양동 어디쯤이거나

인천이나 부천 기계소리 나는 골목 어귀

가파른 계단을 서른 개 이상 올라가야 만나는

분지 같은 곳 모퉁이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겠지


누가 이곳까지 부러 와서 주렴을 걷겠나 싶겠지만

밀창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 사람들 빽빽하여라

들어오는 손이 누구인지 관심은 없고

국수 그릇에 머리 대고 저작근을 움직이기에 바쁜 이들

그들에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등불을 밝히고 있는 사람들


우리가 찾는 종교는 멀리 또는 어느 한 곳에 있지도 않아

마음 먹고 하루 짬을 내 지하철을 타고 어느 역에 내려

아직도 전파사나 파출부 모집 나무 간판이 있는 대로 뒤편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우리가 애타게 찾는 보편의 분지 만날 수 있어

깨진 보도블럭 틈 사이로 노란 민들레 듬성듬성 피어있는


보편이라는 것은 그렇게 평범한 거야

그렇다고 쉬운 것도 아닌 게 매일 그 언덕을 올라야 하고

부끄럽다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줄 알아야 해

민들레 꽃 불쑥불쑥 여기저기 피어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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