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살인마] '인생 댓글' 하나쯤 남기고 죽어야지

by 김저녁꽃

요즘 공중파방송 개그 프로가 재미없다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KBS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를 본 지가 7~8년이 다 돼 간다. 2013년 개그맨 유민상, 이문재, 이상구, 이찬 등이 출연한 ‘나쁜 사람’ 코너를 보면서 배꼽 빠지게 웃은 것이 마지막 기억이다.


1999년 시작해 지금까지 1,000회 넘게 방송한 개그콘서트는 2011년 12월 시청률이 28%에 달할 정도로 장안의 화제였다. 월요일 학교나 직장에서 *개콘 얘기를 모르면 약간 *왕따가 되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시청률은 4%대에 머물다 끝내 방송 중지를 선언했다. 세월이 흐르면 다시 시청자와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봉숭아학당, 생활사투리, 분장실의 강선생님, 고음불가, 달인, 집으로, 생활의 발견, 대화가 필요해, 비상대책위원회, 10년 후 등 인기 코너와 수 많은 스타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유력한 범인 중 하나는 개그보다 현실이 더 웃긴다는 사실이다. 대체적으로 개그를 짤 때 현실을 조금 과장해서 웃음을 불러오는데, 우리가 사는 현실 자체가 비정상적인 헛웃음 덩어리인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 있겠는가.


이런 현상들은 시대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통제와 검열이 심했던 군사정권 시절, 속 터지는 심정을 영구와 맹구 등 바보 캐릭터를 보면서 해소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섰어도 엄숙한 유교문화와 자기검열 속에서 웃음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했다. 유머는 곧 ‘실 없는 사람’이 돼버렸고, 여전히 사람들은 TV 속에서 누군가 웃겨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MB라는 전대미문의 대통령을 겪고부터는 공중파 등 공적인 영역에서 웃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통령이란 자가 희대의 코미디언인데 누가 감히 나서서 국민들을 웃길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나마 MB 시절에는 성대모사의 즐거움이라도 줬다.


박그네로 넘어오면서는 아예 웃음의 싹을 잘라버렸다.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든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해당 방송사 사장까지 크게 곤혹을 치르게 된다. 당시 국민들은 ‘그네 품에 앉아서 해지는 노을’을 우울하게 바라봐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박그네 정권이 들어선 시기(2013년)와 개콘 시청률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2013년 2월에 시작해 7월에 종영된 ‘나쁜 사람’ 이후 내가 개그 프로그램을 안 본 이유도 대략 설명이 될 것이다.


그 암흑의 시절, 나는 TV 대신 인터넷 기사 댓글로 눈을 돌렸다.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겨울 한 철을 꼬박 방구석에서 댓글을 보며 낄낄거리고 위안을 삼았다. 그러다 2014년 5월 <빵댓>이라는 웃기는 댓글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보기 좋게 말아먹었다.


그때 정리해두었던 빵 터지는 댓글을 활용해 마음껏 웃고, ‘정말 웃기는 댓글을 달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싶었다. 댓글의 *시조새를 찾아 조선시대 선비들을 만나보고, 네이버, 디시갤러리 등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 그리고 유튜브까지 역사를 더듬어 보고자 시도했다.


그런 다음 프로 *댓글러가 되기 위한 준비단계로 커뮤니티에서 웃음이 주는 의미와 공간의 이해, 그리고 습자지 같이 얕지만 오지랖 넓은 지식의 힘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흔히 얘기하는 집단지성이라는 ‘환상적인 웃음의 변주곡’을 체험하거나 반대로 *악플로 인해 고귀한 생명이 스러지는 아픔도 함께하게 될 것이다.


말로만 떠돌던 <댓글사관학교>에 들어가서 *리즈 시절 네이버 댓글의 현란한 말장난에 혀를 내두르게 되고, 그 많던 댓글러들이 유튜브로 옮겨와서 활동하는 것을 음성지원까지 받으면서 영상으로 보게 된다. 나와 같은 *틀딱 초보 댓글러들을 위한 ‘댓글사전’도 준비해두었다.


삶이 힘들수록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사회는 삭막해진다. 누가 당신을 위해 더 이상 바보상자에서 재롱을 피워주지 않는 시대다. 그 많던 개그맨들도 이제는 다들 유튜브로 몰리고 있다. 이 쌍방향 채널을 통해 누구든 공부와 훈련만 하면 타인은 물론 개그맨들까지 웃길 수 있다. 웃기는 것이 더 이상 특정 직업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살아가면서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현웃(갑작스런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길을 안내해 주고 싶다. 밥을 먹다가, 화장실에서, 출근길에, 심지어는 상갓집에서도 웃음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웃음으로써 인생이 환하게 풀리고, 가족이 화목해지고, 나아가 사회는 물론 자주국방(너무 멀리 갔나?)까지 탄탄해지리라는 것은 틀림 없다.


댓글 하나에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왕이면 웃음으로써 사람을 살리는 댓글, 너무 웃겨서 호흡 곤란이 와서 죽지 않을 만큼만 응급실로 이송될 만한 댓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연쇄살인마 같은 댓글 하나 사람들의 품 안에 살포시 찔러 넣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참으로 보람찬 일이리라.


“자네, 죽기 전에 *인생댓글 하나 쯤은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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