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살인마] 진시황 밑장 빼다 뚝배기 깨진 '이사'

by 김저녁꽃

강물의 물줄기를 따라 발원지로 올라가다 보면 작은 물웅덩이인 ‘소’(沼)를 만나게 된다. 댓글의 발자취를 더듬다 보면 역시 ‘소’(疏)와 마주치게 된다. 송강호라면 “너 소? 나?? 최 최 최배달”이라며 황소를 때려 눕혔겠지만,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냐 말이다.


소를 마주치면 당황하거나 말을 더듬지 말라. 의관을 바르게 차려 입고 지필묵을 꺼내서 일필휘지로 ‘상소’라는 글을 써야 한다. 상소(上疏)는 말 그대로 임금에게 ‘소’(疏)를 올리는 일이다. 여기에서 소가 ‘소통’을 뜻하는 것을 보면, 예부터 이를 정치의 기본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말 대신 글로 전하는 상소는 영토를 통일해 새로운 국가를 세웠던 시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중국은 최초 중앙집권적 통일국가인 진나라부터 청나라까지, 조선은 태조부터 순종에 이르기까지 각종 상소를 통해 민의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통치자의 눈에 들어 승승장구한 사람도 있었고, 눈 밖에 나서 *뚝배기가 깨진 자도 부지기 수였다. 신하가 상소를 올리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임금은 답지를 보냈다. 이것을 댓글의 시작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진나라를 얘기할 때 진시황과 이사(?~BC 208)를 빼놓을 수 없다. 잔혹한 야심가였던 이사는 한(韓)나라 사람 정국(鄭國)이 운하건설을 부추겨 국력을 소모하게 만들려다 첩자로 밝혀지자, ‘간축객서’(諫逐客書)라는 소를 올려 함께 방출 당하는 위기를 모면하고자 한다. 분노한 진시황이 모든 외국인(客)을 쫓아내는(逐) 정책을 시행하려 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초나라 출신이었던 이사는 ‘객을 쫓아내는 것에 대해 간합니다’라는 글에서 선대 왕들의 업적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들이었음을 강조한다. 또 “먹고 즐기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다 주변 국가들에서 가져왔다”고 말한다.


“지금 폐하는 백성을 버려 적국을 돕고, 인재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이것은 적들을 이롭게 하는 행위입니다.” 이사의 말에 *동공지진이 온 진시황은 마음이 흔들려서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들을 쫓아내려는 정책을 철회하고, 정국으로 하여금 운하건설을 마무리 짓게 한다. (한때 정국의 운하 덕분에 진나라가 부를 쌓아 강국이 됐다면서 MB 정권의 4대강 사업을 칭송하던 자도 있었다. 그가 퍼부은 수십 조원에 달하는 혈세낭비와 생태계 파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이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의소시서백가어’(議燒詩書百家語)를 통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분서갱유를 부채질 하는 상소를 올린다. 말 많은 제자백가들의 입을 봉하기 위해 시와 서를 태우고, 말을 안 들으면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진시황은 이사의 말대로 책을 태우고 유생들을 산 채로 땅에 파묻는 비극을 초래한다.


<사기>에 의하면 훗날 진시황은 태자 부소에게 황위를 물려준다고 유언했으나, 환관 조고와 이사가 음모를 꾸며 다른 황자인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앉힌다. 그렇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사는 조고의 배신으로 자신이 만든 잔혹한 형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정의구현을 당하게 된다.


지금으로 보면 이사는 *악플의 원로라고 부를 수 있다. 의도야 어떻든 주변국의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라는 계산된 *선플을 날렸지만, 분서갱유와 황위 계승 시 직인을 위조하는 등 나쁜 댓글로 사형에 처해졌다. 영화 <타짜>에서 손모가지 날아가기 전에 밑에 아귀가 “동작 그만” 했을 때처럼 멈췄어야 했다.


(아귀) 진시황 :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타짜) 이사 : 뭐야


(아귀) 진시황 : 내 패하고 조고 패를 밑에서 뺐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새끼야!


(타짜) 이사 : 증거 있어?


(아귀) 진시황 : 증거? 증거 있지. 너는 나한테 구땡을 줬을 것이여. 그리고 호해한테 줄려는 거 이거 이거… 이거 장짜리 아니여? 자, 모두 보쇼. 호해한테 장짜리를 줘서 이 판을 끝내겠다 이거 아니여?


(타짜) 이사 :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친 새끼가


(환관) 조고 : 얘들아 그 패 봐봐, 혹시 장이야?


(아귀) 진시황 : 패 건들지마. 손모가지 날라가붕게. 아야, 오함마 갖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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