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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Oct 11. 2021

[댓글 살인마] 유튜브 댓글의 힘은 '음성지원과 공감'

이제부터는 유튜브 댓글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기본적으로 유튜브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콘텐츠의 질이 높아지면서 댓글의 수준도 향상됐다. 이는 포털보다는 상대적으로 실명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포털과 달리 영상 위주 콘텐츠다 보니 진행자와 출연자의 외모를 비하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 또한 댓글 안에서 선플의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조정을 거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한 마디로 포털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면, 유튜브에서는 선한 영향력이 승리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유튜브 댓글의 특징 중 하나는 알고리즘의 힘이다. 특정 방송을 타고 들어오거나 통계적으로 그 시기에 이용자가 많이 검색한 자료를 느닷없이 내놓는 구조다. 이용자들이 해당 영상에 깜짝 놀라면서 “000 타고 들어오신 분 손~” 이런 댓글을 남기면 호응이 이어진다. 


또 유명인의 사진을 프로필로 써서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권투선수 타이슨이나 영화 <타짜>의 곽철용(김응수 분), 드라마 궁예(김영철 분) 사진 프로필로 댓글을 남기면 훨씬 주목을 많이 받는다. 그 이유는 소위 ‘음성지원’으로 해당 상황이 연상되면서 웃음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튜브는 선한 영향력, 알고리즘의 힘, 음성지원 등 다양한 요소가 뭉쳐져 상당히 고급스러운 댓글문화를 형성 중에 있다. 물론 일부 정치적인 콘텐츠 등은 제외다. 


유튜브 댓글은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 그럼에도 베스트 댓글의 기본 얼개는 앞서 살펴본 포털 댓글의 몇 가지 원칙에 기반한다. 유튜브 댓글은 나중에 따로 더 분석을 해서 보여줄 예정이다. 텍스트가 아닌 영상 콘텐츠여서 직접 봐야 이해되는 댓글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몇 가지 사례만 소개하고 글을 마친다.



◈ 2020년 초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인민군 특무상사 표치수 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후라이 까지 말라우(거짓말 하지 마라)"라는 대사로 '표치수 신드롬'까지 일으킬 정도였죠. 해당 방송사에서 다시 보기 영상을 올리자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빵댓1: (표치수 얼굴로) 내 최애는 나다.

덧글: "표치수 동무 방갑습네다" "닥치라우 동무" "ㅋㅋ"


☻빵댓2: 손예진과 환장의 커플 ㅋ



◈ 유튜브 채널 <부기드럼>은 동요, CM송, 만화주제가 등 각종 음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중 '섬집 아기' 연주에 대해 달린 댓글입니다.


☻빵댓1: 어머니, 어머니께서 굴따러 다녀오신 사이에 저는 이렇게 강해졌습니다.

☻빵댓2: 엄머가 날 버리고 떠난 줄 아는 아기의 분노를 드럼으로 표현한 거구만



◈ SBS <우와한 비디오> 채널에 '7년 째 추위를 못 느끼는 여자! 한 겨울에 반팔 우먼 등장'이라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빚 보증을 잘못 서서 채무가 늘어나자 고통을 이기기 위해 엄동설한에도 반팔 차림으로 다니신다고 하네요.


☻빵댓: 저 정도면 엘사 뺨 친 정도가 아니라 걍 후려 갈겼는데?



◈ MBC <엠빅뉴스> 채널 '한국인 메이저리그 중 최고는 이 선수죠! -법규형이 말해준다'에서 *법규형 김병현이 나와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했습니다. 


☻빵댓1: 진짜 태어난 김에 살고, 사는 김에 야구했고, 야구한 김에 해설도 한 거야. 이 형은...

☻빵댓2: 이 형은 뭐랄까... 만화에서 반바지랑 런닝 하나 입고 나와서 털털하고 약한 것처럼 나오는데, 사실 은둔고수 그런 캐릭터인듯

☻빵댓3: 개썅 마이웨이인데 남한테 피해 안 줌



◈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 '얼룩말 새끼를 죽이려고 하는 새로운 대장 얼룩말!>이라는 영상이 올랐습니다. 대장 얼룩말이 새끼를 물에 빠트려 죽이려고 하자 어미가 필사적으로 막아서 간신히 살아남게 됩니다. 새끼가 죽어야 어미에게 자신의 후계자를 잉태시킬 수 있답니다.


☻빵댓: 어린 얼룩말: 강해져서 돌아오겠다



◈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사나운 동물, 벌꿀오소리'편에서 아프리카 살모사를 잡아먹던 오소리가 뱀에 물려 독이 퍼집니다. 그러나 5시간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털털 일어나 다시 뱀을 맛있게 먹습니다. 


☻빵댓1: 이 오소리가 코브라 쳐먹고 독에 취해 잠들었다가 다시 깨서 남은 코브라 또 쳐먹는다는 그 오소리인가요?

☻빵댓2: 바쁜 벌꿀 오소리는 아파할 시간도 없다



◈ <수빙수tv>는 대형 물고기를 해체하는 먹방 콘텐츠를 만들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생애 한 번 볼까말까 한 30kg 짜리 물고기를 해체하라!!' 영상에서 귀한 다금바리의 살과 뼈를 바르는 과정이 나옵니다. 구독자를 위해서 통 큰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유튜버를 위한 응원의 댓글이 많습니다.


☻빵댓: 언니... 광고 더 넣어줘... 곧 해체할 고래를 위해 새 스튜디오 마련하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공댓: 수빙수님 90만원 투자하셨으니 조회수 팍팍 올립시다!!!



◈ <근황올림픽>은 한창 활동하다 소식이 뜸한 유명인을 찾아가 인터뷰 하는 채널입니다. '빵상아줌마를 만나다' 코너에서 2007년 빵상신드롬 이후 12년 만에 아줌마 자택을 방문해 우주신의 근황을 알아봤습니다. 참고로 빵상은 우주어로 "인간들아 반갑다"라고 하네요. 이날 방송에서도 '뽀라끼찌' '빠라끼꼬' 등 새로운 우주어를 내어주셨습니다. 


☻빵댓1: 허경영 상대로 유일하게 대적 가능

☻빵댓2: 저 당시에 장난전화 걸었는데 진짜 진지하게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셨습니다... 30분 동안을

☞답글: "그 지식을 좀 공유해주시면 안될까요" "저도 궁금해요"



◈ <내셔널지오그래픽> '곰의 잔칫상이 돼버린 도로'편에서 미국 서부 몬태나주 도로를 활보하는 회색곰을 보게 됩니다. 자동차 안에 있는 음식 냄새를 맡고 몰려든 곰 때문에 가족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빵댓1: “곰: 야 휴게소 들르면서 사놓은 호두과자 있을 거 아니야 하나만 줘봐”

☻빵댓2: 곰방와

☻빵댓3: 요새는 캔통조림들이 굴러다니네~



◈ <히스토리> 채널 '종이로 암살가능?!' 편에서는 종이비행기를 시속 90km로 날리는 달인을 만나봤다. 달인은 약 2미터 거리에서 종이비행기로 수박 11개를 정확히 명중시키는 기술을 선보였다. 


☻빵댓1: 저런 걸로 범죄 저지르면 기사 이렇게 뜨냐. "한강서 종이비행기 난사, 12명 다쳐..."

☻빵댓2: 살인해도 흉기는 종이여서 물에 흘려 보내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빵댓3: 존윅이 연필 갖다가 사람 죽인다고? 여긴 종이로 죽이겠네

☞답글: "존윅은 그런 고민할 때 한 사람을 더 죽입니다" "그래서 종이가 있는 책으로도 사람을 죽였습니다"


☼빵댓지식

♣존윅: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전설의 킬러 '존윅'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범죄세계에서 은퇴한다. 그러나 부인이 병으로 죽기 전에 선물로 보낸 강아지 한 마리를 동네 건달들이 죽여버린다. 분노한 존윅은 깊숙이 숨겨두었던 킬러 시절 연장을 꺼내는데, 그는 과거 연필 한 자루로 세 명을 죽였다고 한다.



◈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겨울 들판의 포식자 야생 고양이들의 생존법' 코너에서 살쾡이와 스라소니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출연한 삵의 몸집이 너무 뚱뚱해서 과연 사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네요. 반면 스라소니는 조금 섬칫하게 생겼습니다.


☻빵댓1; 삵을 찾지 못해서 돼냥이로 대신 촬영했다는 게 업계의 소문

☻빵댓2: ??: 내래 시라소니야

☞답글: "김두한이 돌대가리!" "깨우지 말라고 샹..." "오늘 내래 님자와 한번 붙어보러 온기야!" "거 개-수작 말 라" "이런 댓글 있을 줄 알았지 ㅋㅋ"



◈ EBS <다큐시선> '그 많던 야구선수는 어디로 갔을까'에서는 학창시절 잘 나가다 부상으로 꿈을 접은 청년이 나왔습니다. 글러브 대신 고무장갑을 끼고 치킨집을 운영하는 그에게 인생이라는 그라운드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격려와 공감의 댓글이 많네요.


☻공댓1: 인생이 다 그래요. 젊을 때 잘 나가던 사람들 백수도 흔하고 더 절박한 사람들도 많아요. 올라갔다 내려갔다 인생은 롤러코스틉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 드물어요. 아직 젊잖아요. 다들 힘냅시다.

☻공댓2: 김포 한강신도시 양두리통닭 번창하시길~ 우연히 영상 보고 가게가 어딘지 찾아봄

공댓3; 어차피 인생은 치킨집으로 귀결되는 것을...

☻답글: "뼈를 때리시는 말씀" "뼈를 발라버리는 말씀" "뼈째 갈아버리는 말씀"



◈ 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 '청년 군대에서 길을 묻다' 편에서는 21개월 군대생활을 위해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각개전투, 화생방 등 5주간 훈련을 통해 진짜 군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이 참 눈물겹습니다.


☻빵댓1: 징병제에서 길을 묻긴 뭘 물어. 길 하나만 만들어 놓고 ㅋㅋㅋ

☞답글: '씨발 이게 정답이다 ㄹㅇ" "국회의원 아들이면 길 3개긴 함. 면제, 공익, 현역 ㅋ" "강제징용 피해보상 받고 싶다" 


☻빵댓2: 청년 군대에서 노예가 되다

☞답글: "ㅋㅋㅋ 제목을 이렇게 바꿔야하는데"



◈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 '북극곰을 데려왔더니 저를 남편으로 생각해요!'코너에서는 '애기'라는 이름의 북극곰을 애완견처럼 다루는 흰 머리의 사육사가 나옵니다. 하지만 언제 야생의 본능이 나올지 모르는 북극곰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군요.


☻빵댓1: “강아지: 저는 짖고요, 북극곰: 저는 찢어요”

☻빵댓2: 머리털이 흰색이라 살았네...

☞답글: "너어는 진짜..." 


☻빵댓3: 코카콜라를 주면 살 수 있지만, 펩시를 주면 오늘 저녁은 당신이에요


☻빵댓4: 뜬금 동물농장에서 나왔으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전문가들 모이는 전개 ㅋㅋ

☞답글: "저건 괜히 건들면 전문가들이 자연으로 돌아감" "현실은 에버랜드행" "북극곰아 안녀엉~ 거기선 건강하고 행복해야해애~"



◈ 유튜브 <하승진> 채널에서 '하승진에게 허재란?' 편을 방송했습니다. 여기서 하승진은 선수시절 감독으로 만난 허재의 리더십과 인간미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연패 시절 허재 감독이 나무라는 대신 술집으로 데려가 편하게 술을 마시라는 등 숨은 얘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심지어 내 인생의 은사님이라는 극찬을 쏟아냈죠.


☻빵댓1: 허재감독님 승진이형이 입금 좀 빨리 부탁드린대요~

☞답글: "ㅋㅋ 보고 있나 감독님?" "남자 새끼가 입금은 무슨... 나와~~ 술이나 한잔하게~~ 라고 하실 거 같아요" "???오늘 안주는 불낙이야?"


☻빵댓2: 허재가 농구는 좀 허재

☞답글: “술도 좀 허재” “허 재 드립봐라” “사골 골수 빼먹는 드립인데도 들을 때마다 정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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