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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Nov 20. 2021

[자서전 편지 #20] 부분월식 후 열리는 슈퍼문

어제는 지구의 그림자가 달의 일부분을 가리는 부분월식이 있었습니다. 오후 5시 16분부터 시작된다기에 기다렸다가 일을 하던 중 깜박 잊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주차장으로 가는데 저 멀리 태양이 구름에 가려진 모습이 마치 월식 같아서 얼른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을 놓이면 개기월식이라고 하고, 약간 어긋나게 놓이면 부분월식이라고 한답니다. 지구의 자전과 달의 공전이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 수평을 이룬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가끔 보이는 낮달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 속도가 맞물리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어제 식구들과 단톡방에서 월식 얘기를 하다가 "달은 항상 떠 있는데, 태양 빛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가끔 본 낮달을 보면서 달이 항상 우리 머리 맡에 있는 줄 알고 한 발언이었습니다. 달이 이울어져 보이지 않는 시기가 있지만, 보이지 않아도 항상 누군가를 지켜보는 존재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엊그제는 서울에서 큰 아이를 만나 짧은 데이트를 했습니다. 아빠로서 잘 해주지 못해서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헤어지는데 저를 살며시 안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돈 채로 지하철 계단을 흐릿하게 내려왔습니다. 



사랑의 인사

                                  신현림


아주 오래전에 목성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울었다는 사람이 생각나요

그 후 저 하늘 너머는 어떨까 궁금했어요

우주의 질서가 뱀처럼 똬리 틀고

이렇게 은밀히 별들과 연결됐다니, 흥미롭군요


운명선을 닮은 비행선이

저 멀리 흰 선을 그으며 사라지네요

별점 보고 돌아가는

안동국의 해질녘

찰나의 내 육체

시골 골목길 아스팔트 길 고행 길

길이란 길 모두 맛보며

내 몸속에 사는 사자랑 달이랑 꽃게랑 노래하고

이승의 슬픔을 흔들며 어여쁜 추억의 한지를 쌓을게요


당신이 잘 지내길 빕니다




신현림 시인의 '해질녘에 아픈 사람'에 나오는 시입니다. 아픔이 있기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는가 봅니다. 지금의 시련은 꽉 찬 슈퍼문을 보기 위한 부분월식 정도로 받아들이자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참 소중한 존재인가 봅니다. 모두 아프지 말고 잘 지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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