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1 난 살찐 불량품 같다.

몸무게가 바뀌면 옷도 바꾸자

by Off the record








Q. 11

from 난 살찐 불량품 같다.


난 평생 다이어트를 해왔다.
원소 기호보다 음식 칼로리를 더 많이 외웠다.

대학 가면 살은 저절로 빠진다고 했지만 막상 입학하고 나니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파전에 막걸리의 맛까지 알아버려서 살이 더 쪘다.
3학년이 될 때까지 남자 친구 한번 못 사귀어봤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미친 듯이 소개팅과 미팅을 하며 졸업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직장에서 만나 결혼했다.
웨딩드레스를 때문에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다 결국 결혼식 날 링거를 맞으며 헤어&메이크업을 했다. 신혼여행에서 덜컥 첫째가 생겼고 의도치 않게 둘째를 두 살 터울로 가지면서 난 고3 시절 몸무게로 돌아갔다.

남편이랑 같이 드라마를 보다 날씬하고 세련된 여자 연예인을 보고 남편이 자기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를 지으면 때리고 싶어 진다.

이런 드라마를 볼 때나 외출할 때 남편 옷을 입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이어트해서 살을 뺄 꺼라 괜히 지금 몸에 맞는 옷을 사면 돈 낭비 같다. 하지만 솔직히 둘째 낳은 직후의 몸무게와 7개월이 지난 지금의 몸무게는 별 차이가 없다.

남편에게 내가 아직도 여자일까란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처녀 때 입던 옷들이 옷장 가득인데 입을 수 있는 게 없다. 정리를 해야 하는데 미련이 남아서 못하고 있다.

요즘 SNS에는 뭐든 척척해내는 처녀 같은 애엄마들이 많다.
“나는 뭐가 부족해서 저들만큼 못하는 걸까?”
란 자책을 할 때가 많다. 무능력한 기분이 들어서 나한테 짜증이 난다.

난 금쪽같은 아이들과
가끔 얄미워도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복직할 수 있는 직장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2%가 부족한 게 아니라 불량품 같은 기분이다.









A. 11

to ‘사랑스러운 그대’



‘사랑스러운 그대’는

다이어트 보다 먼저 전자기기와 멀어져야 할 것 같다.


TV나 스마트폰 속 SNS는 환상 덩어리이다.

거기엔 진짜(Real)는 없고 진짜 같은 (Reality) 것만 있다. 진짜와 진짜 같은 건 전혀 다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남편 옷도 이제 그만 입을 때가 되었다.




카이저(1990)는,



“우리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확고한 정체성을 갖기 위해 자기에 대해 명백하게 정의를 내리려 한다.


완벽한 자기 정의는 자존감 형성에 있어 필수적이다.


자기 정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구하고자 하는 자기를 상징할 수 있는 대상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의복과 같은 문화적 상징물은 그 사회 속에서 발생된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자기 정의를 위한

목적 추구 행위의 도구로 활용된다.”


라고 했다.




‘사랑스러운 그대’는

지금 여자, 아내, 엄마로서의 스스로를 정의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모든 게 다 처음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또 계획해서 된 일이더라도 계획과 현실은 늘 다르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탓하거나 몰아세우지 말자.

남편 옷을 입고

드라마 속 늘씬한 여자 주인공을 보다 보면 여자로서의 자기 정의는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TV와 SNS같은 것을 기준 삼지 말고 그냥 현실 속 자신을 들여다보자.






더 많은 이들이

“내 몸은 이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거야.”


하고 말하게 된다면

가슴 크기는 이래야 한다 따위의 생각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 도나 로 부시 -






우선 옷장 속 안 맞는 처녀시절 옷과 작별하자.

그 옷은 젊고 아름답던 과거의 상징물이자 추억이다. 하지만 지금 그 옷들은 ‘사랑스러운 그대’로 하여금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게 만들고 자괴감만 쌓이게 하고 있다.


살다 보면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스스로 상처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산 후엔 누구나 골반이 벌어져서 살을 빼도 처녀 때 옷이 예전처럼 맞질 않는다.

이런 옷들은 기부하거나 중고로 팔자.


그리고 그 외에 살 빼고 입을 수 있는 옷들은 몽땅 옷장에서 빼서 상자에 넣자. 놔뒀다가 입을 수 있을 만큼 살이 빠지면 그때 꺼내도 된다.


괜히 옷장에 걸어두고 열 때마다 스트레스받지 말자.






위클룬드 & 골비처(1982)는,


“사회문화적 상품

(옷이나 액세서리)이 자기완성을 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충족돼야 하는 조건이 있다.”


라고 했다.

그중에서‘사랑스러운 그대’에게 맞는 조건은 두 가지이다. 우선 자기 정 완성이라는 목적의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상징적 물건을 실제로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자!

여자, 아내, 엄마

또 복직할 회사원으로서 ‘사랑스러운 그대’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느끼고 싶은지를 써보자.


그리고

그걸 위해서 어떤 옷이나 액세서리가 있으면 좋을지도 실제로 구매 가능한 상품으로 적어보자.





, 선명한 입술색



을 위한 립스틱, 달랑이는 귀걸이, 태블릿 PC, 향수

자기완성을 위한 자존감 스타일링 표의 저 아이템들로 옷장을 채우면 좋겠다.


그래야

지금의 몸과 자존감을 올바르게 정의하고 자기완성에 이를 수 있다.


‘사랑스러운 그대’

는 절대로 불량품이 아니다.

옷이라는 옵션만 바꿔 달면 예전처럼 완성될 것이다.




‘잘 차려입는다’

는 것은 값 비싼 옷을 걸치거나

정장을 하는 문제가 아니다.


누더기를 걸쳐도 상관없다.


문제는

그 옷이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가 하는 것이다.



- 루이즈 네벌슨 -










'자존감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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