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우 이야기
Q. 10
from 문신, 할까? 말까?
문신이 하고 싶다.
이 생각을 한 지는 좀 됐다. 새기고 싶은 글귀도 골라놨고 디자인도 선택했고 잘하는 타투이스트(문신 기술자)도 찾았다.
문신을 하려는 이유는 삶에 불만이 있거나 반항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쿨하고 멋져 보이려고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난 덤벙거려서 실수도 많이 한다. 거기다 의지가 약하고 끈기도 없는 편이라 그동안 쉽게 많은 것들을 포기해버렸다.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내가 그렇게 나약해질 때마다 붙잡아줄 수 있는 라틴어 명언을 내가 보이는 곳에 문신으로 새겨두고 싶었다.
로마시대 철학자인 키케로의 명언인데,
“Assiduous usus uni rei deditus et ingenium est artem saepe vincit
(한 가지를 끈기 있게 끊임없이 연습하면 종종 지성과 능력을 모두 능가한다).”
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하진 못했다.
아직도 문신이 조직 폭력배들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때문이다.
그리고 끈기가 없는 만큼 싫증도 잘 내는 나라서 지겨워지면 어떻게 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여드름이 크게 나서 치료받으러 피부과에 갔다가 문신을 지우러 온 사람들을 봤다. 문득 그들도 처음에는 다 나 같은 마음으로 문신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문신을 하고 대중목욕탕에 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문신,
할까? 말까?
부모님 세대와 ‘흔들리는 마음’ 세대 간의 문신에 대한 정의의 갭은 클 것이다.
어른들의 문신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차카게 살자.” 일 것이다. 틀린 맞춤법에서 느껴지는 저돌적인 분위기와 함께 “건드리지 마.”같은 경고나 협박의 뉘앙스가 풍긴다. 그리고 욱하는 성격의 사람이란 걸 은연중에 알 수 있다.
이런 이미지가 굳어져서 인지 한국 조폭 영화에는 문신을 가득 새긴 조직 폭력배가 자주 나온다.
그렇다면 요즘의 문신은 어떤 의미일까?
연예인들이 하는 걸 추종해서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존감 때문일 수도 있다.
각자 담고 싶은 의미 혹은 분노나 열망을 분출하는 방법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수술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 문신을 새기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걸그룹 ‘시스타’의
효린 양은 갓난아이 시절 한 담도 폐쇄증 수술로 배 한가운데에 커다란 흉터를 가지게 됐다. 이걸 가리기 위해 그녀는 배에 큰 십자가 모양 문신을 했다고 한다.
또 문신 자체를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외모에 수더분한 성격의 한 교포 청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다. 약간 숫기는 없었지만 평범한 남자였던 그는 성인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시곤 문신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께는 말할 수가 없어서 친형에게 문신을 했다고 털어놨다.
형이 문신을 한 이유를 묻자 그는
“남자답다고 느끼고 싶어서 했어.”
라고 했다. 형은 황당했다고 한다. 동생이 술을 마시고 고른 문신은 푸우(Pooh)라고 불리는 노란 곰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너 지금 푸우 문신을 하고 남자답다고 느꼈단 거야?”
(이 대목에서 웃으면 안 되는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자
동생은 자기에겐 문신의 내용이나 의미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하며
“내가 직접
선택한 고통을 이겨 내는 게,
그게 남자답다고 생각해서 한 거야.”
라고 말했다. 형은 동생의 푸우 문신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동생이 문신 때문에 웃음거리가 될까 봐 걱정이 됐다고 한다.
다행히
그 동생은 푸우 문신을 귀엽다고 해주는 여자를 만나 예쁜 딸을 낳았다고 한다.
딸은 아빠의 푸우 문신을 보며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빠’
라고 한단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문신은 저런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흔들리는 마음’이 꼭 문신을 해야 한다면, 오래도록 문신을 유지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타 모코(Ta moko)처럼 신중히 대했으면 좋겠다.
타 모코(문신)는
정체성을 표시하는데 새긴 이의 가족력, 소속 부족, 혈통, 개인적 삶의 연대까지 나타냈다.
과거에는 타 모코가 사회적인 지위(족장 등)나 지식을 알리는 표식의 역할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티셔츠부터 액세서리까지 이니셜이나 멋진 글귀를 새긴 제품이 인기다.
세상 속에서 온전히 나답기가 녹록지 않다고 느껴져서 다짐과 격려가 필요한 것 같다.
문신은 한번 새기면
지우기가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확신이 들기 전까지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하길 바란다.
그리고 하더라도 문신에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실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자존감 스타일리스트는
스스로를 방관하지 않고 끈기 있게 고민하는 ‘흔들리는 마음’이 용감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 이렇게
끈기를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떤 선택을 하던 완벽하기보단 가장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이걸 기억하겠다고
약속해줘.
넌 네가 믿는 것보다 더 용감하며,
보기보다 강하고
네 생각보다 더 똑똑하단 걸.
- 곰돌이 푸우 中 -
'자존감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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