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8 짝퉁에 의존하는 우리

자존감이 외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by Off the record








Q. 8

from 짝퉁에 의존하는 우리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저녁 모임에 갔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중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 친구의 명품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느낀 친구가

“이거 짝퉁이야 짝퉁~”

그러자 모두들 진짜 같다며 만져보다 ‘짝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다는 친구, 유행 타는 디자인인데 사고픈 게 있으면 ‘짝퉁’을 산다는 친구도 있었다. 같은 값이면 여러 개 사는 게 더 좋다는 친구도 있었고 최고등급 짝퉁이 어정쩡한 브랜드보다 좋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자 또 한 명의 친구는

“이건 내가 가죽공방 다니면서 일주일 넘게 걸려서 만든 거라,
디자인은 짝퉁이라도 퀄리티와 정성은 명품이야~”

라며 **명품 브랜드 디자인의 지갑을 자랑했다. 친구들은 그 친구를 금손(좋은 손재주)이라 칭찬하며

“네가 드니깐 진짜 명품 같다.”

고 하니 친구가 우쭐 데기까지 했다.



난 마음이 불편했다.
절친한 친구가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를 하는데 매번 패션쇼를 하고 나면 여기저기 깔리는 짝퉁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짝퉁업체를 잡으러 같이 간 적도 있고, 디자인 소송을 한다며 변리사 사무실에서 눈물 콧물 빼며 상담하는 것도 보았다.

주문한 음식들이 우르르 나오면서 짝퉁 얘기는 쏙 들어가고 다들 음식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답답한 기분도 들고
동창들을 탓할 수도 내 친구 편만 들 수도 없는 내 상황이 웃겼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짝퉁에 의존할까?








A. 8

to ‘진짜와 가짜 사이’



사실

‘진짜와 가짜 사이’의 입장이라면 참 난처할 것 같다.


유독 한국에서만 비싼 명품의 가격도 또 체면이 중요한 한국의 실정도 무시할 순 없고, 그렇다고 타인의 노력과 권리를 침해하는 짝퉁을 두둔할 수도 없다.


결국 스스로의 양심과

사회적 제재 강화의 힘을 빌리는 것 외에는 지금 보통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는 소비자 전문가 김난도 교수님은 한 인터뷰에서 무리한 명품 소비 심리를


'환상형 소비 유형'

이라고 했다. 샤넬같은 명품 브랜드 화장품을 쓰면 더 효과가 좋은 것 같고 더 예뻐진 것처럼 느껴지고, 명품 가방을 들면 귀한 집 딸이나 아들이 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유형은

현실이나 현재의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은 소비자들과 자기애 성향이 강한 20, 3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고 하였다.




혹시 명품을 사야한다는

열망 때문에 짝퉁에 집착하고 있다면 이건 자존감이 지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

처한 현실에도 지금의 나에게도 자존감이 하고픈 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털어놓을 수도 어떻게 할 줄도 모르니 짝퉁을 사며 대나무 숲 삼아서 자존감이 불만을 외치는 것이다.












당나귀 귀를 가졌던

경문왕은 사실 어진 사람이었지만 그가 왕이던 시절은 역사의 소용돌이가 일던 시점이었다.

그는 뱀을 이불 삼아서 자야 할 정도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 그 이전의 여러 왕들이 신하들에게 시해되었다 보니 부인에게도 귀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다.


그래서

오로지 두건 기술자만이 알고 있었고 귀를 가려 줄 두건과 비밀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비밀에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두건 기술자가 그래서 죽기 직전 한풀이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를 대나무 숲에서 외쳤던 것이다.





경문왕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대나무를 모두 베고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불변’이다. 짝퉁을 내 자존감의 외침이라고 생각하고 경문왕처럼 외면하지 말자. 문제의 본질인 자존감을 살피지 않으면 짝퉁이 아닌 명품을 사도 달라질 게 없다.


삼국유사에선 대나무 숲일 땐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다네.”


로 들리던 게 산수유를 심은 뒤에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네.”


로 들렸다고 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아무리 마셔도 바닷물로는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과 같다.






이럴 땐

옷장을 열면서


“자존감, 오늘은 어때?”

라고 물어보면 좋겠다. 옷장에는 바람도 안 불고, 두건 기술자처럼 입도 없다. “왜?”라고 따지듯이 묻지 말고 자존감이 어떤 지만 물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자존감이 흘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존감은 순진하고 주관적이라 좀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 짝퉁을 사진 않는다.


만약 짝퉁에

집착하고 맹신하고 있다면,

우리 자존감이 불만을 좀 들어달라고 응원을 좀 해달라고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자존감을 매만져 주자.



그리고

옷장에 이런 류의 메모를 붙여두길 바란다.






자신을

격려하는

주문을 외워라.


"내가 최고,

내가 최고,

내가 최고. "



- 사라 에켈 -

프리랜서 작가










'자존감 입기'

오프 더 레코드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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