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5 블랙만 입는 나.. 그 딜레마

블랙 햄릿

by Off the record









Q. 5

from 블랙만 입는 나.. 그 딜레마


“얼굴이 칙칙한 게.. 밥은 잘 먹고 다녀?”,
“집에 무슨 일 있어?”
요즘 올 블랙을 입으면 이런 말을 듣는다.
신경이 좀 쓰여서 밝은 걸 좀 입어보자 싶어서 블랙&화이트로 입으면

“상갓집 가?”
이러고 한술 더 떠서 레스토랑에선 나보고

“여기, 메뉴판 좀 주세요.”
이러기도 한다.


난 밥 잘 먹고 다니고
우리 집에 별일 없고
상갓집 가는 거 아니고
그 레스토랑 알바도 아니다.

살이 좀 쪄서 블랙을 더 자주 입게 된 것도 있지만, 난 원래 블랙을 사랑한다.
늦잠 잔 날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입어도 올 블랙이면 괜찮은 것 같다. 뭐가 묻어도 티도 안 나고 오래 입어도 낡은 느낌도 나지 않고 그래서 블랙이 좋다.
몸매도 가려주고..
눈에 띄지 않는 색이라서 마음이 편하다.

블랙 사랑..
이번 생은 틀린 것인가?


다른 색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다. 위아래 색깔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론은 옷장에 입을만한 게 하나도 없다로 끝난다. 됐다! 다른 일로도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데 옷 가지고 고민하지 말자 싶다가도 겉으로 보기에 진짜 몸도 마음도 안 좋아보이는건가 싶어서 걱정도 된다. 그렇다고 다른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블랙이냐 아니냐.”
이게
문제가 됐다.









A. 5

to ‘블랙 햄릿’



햄릿은 셰익스피어가 쓴 소설 햄릿의 주인공으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대사로 유명하다.


“블랙이냐 아니냐.”

라는 딜레마(Dilemma-어느 한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진퇴양난)는 사실 ‘블랙 햄릿’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 한 문제이다.

‘블랙 햄릿’이 이런 고민에 빠진 것은 블랙이 가진 다채로운 면 때문이다.






올 블랙,

이 멋진 어둠의 아우라!


올 블랙을 입으면 외형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올 블랙이 하나의 덩어리로 보여서 느껴지는 묘한 위압감, 존재감, 모던함이 있다.


올 블랙이 멋져 보이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유광 블랙이나 금색 혹은 은색으로 반짝이는 경우가 많다. 이걸 벤치마킹해서 대부분의 직물은 무광이니 액세서리(선글라스, 시계, 목걸이, 팔찌 등등)의 색을 유광으로 블랙, 금색, 은색 중 하나로 통일해서 매치하는 것이다. 머리색도 블랙이라면 적당히 윤기가 나도록 오일이나 에센스를 발라줘서 블랙 특유의 메마른 느낌을 보완하면 좋겠다.


그리고 가끔

올 블랙 뒤로 숨거나 그 뒤로 부족한 부분을 감춰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신발이나 가방, 액세서리, 헤어와 메이크업은 쨍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걸 하면 좋겠다.

그래야 잘 숨기고 감출 수 있다.

특히 불어난 몸집을 감춰야 할 때는 이게 특효다.






블랙&화이트,

조연과 주연 사이.


통상 정해진 유니폼이 없는 경우에 레스토랑, 웨딩홀, 호텔 등의 스태프이나 경호원, 헬프 데스크, 각종 안내원들은 주로 블랙&화이트를 입는다.

이렇게 입는 건 격식을 갖춰야 하지만 그들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쏙 하고 빠져있어 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블랙 햄릿’은 조연을 자처한 것이다.


블랙&화이트 주연이 되려면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몸매를 돋보이게 해주는 스타일링을 하면 좋다.

그리고 적당한 무늬나 장식이 있는 평소에 시도해 보지 않았던 조금 모험적인 디자인을 입어봐도 좋을 것 같다.






블랙,

모든 색을 위한 베이스!


받쳐 입기 편한 블랙은 사실 모든 색을 어두워 보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인종에 상관없이 블랙을 잘못 입으면 우리의 피부색은 더 누렇게, 허옇게, 시커멓게 만들고 생기를 쏙 잡아먹어 버린다.

그래서

‘블랙 햄릿’을 보고 사람들이 걱정을 했을 것이다.


특히 블랙 상의를 입었을 때 이런 경우가 많은데 얼굴의 생기가 없어 보인다면 네크라인의 수위를 조절하면 좋다. 기본 라운드보다는 살짝 파인 라운드, V형 네크라인, 피케셔츠(폴로셔츠), 셔츠는 단추를 좀 풀고 아우터는 단추나 지퍼를 완전히 채우는 것보다 반이나 3/4 정도만 채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생기가 없어 보이는 얼굴은 대부분 입술색이나 다크서클과 관련이 더 깊다. 블랙을 고집한다면 이 부분에 생기를 더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오렌지색을 보면 입술에 침이 고이고, 초록색을 보며 나무, 외계인, 수박 같은 다양한 걸 떠올릴 수 있는 동물이다.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블랙이지만 매일매일 입는다면 약간의 변주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비슷한 느낌의 회색, 카키, 푸른 계열(Jean) 정도로 말이다.

만약 이게 어려울 정도라면 이건 블랙이라는 블랙홀에 사로잡힌 것이다.

혹시


“완벽하게 못할 바에는 시작도 하지 말자.”,

“그냥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니깐, 이대로 있자.”


같은 생각에 빠져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계속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제 블랙 뒤로 그만 숨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남들이 함부로 당신을 추측하고 설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백문이 불여일견)는 말이 있다.

블랙 사랑을 잠시 접고 생기 있는 모습으로 활기차게 흘러갈 수 있는 물꼬를 옷으로 터야 할 것이다.











평생

양으로 사느니


단 하루라도

사자로 사는 게 낫다.



- 엘리자베스 케니 -


1800년대 호주의 여자간호사로

소아마비 치료에 근육재활운동을 시도하였으며,

이것은 현재의 물리치료 학문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자존감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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