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순간은?

by 깨알쟁이

할머니와 둘이서 살던 20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때는 모든 게 다 처음이라 설렌 마음만 가득했어요. 어쩌면 설렘이 부풀어져 들떠 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사실은 막연히 꿈꿔왔던 스무 살의 큰 목표인 '할머니랑 같이 살기'를 정말 같이 살기만 했던 것 같아요. 평일에는 학교 친구들과 미팅하고 밤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는 교회 친구들이랑 놀다가 늦게 들어와 할머니를 매일 걱정시켰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원하고 선택해서 할머니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 같이 살게 된 건데, 할머니의 걱정만 더 늘렸던 것 같아요. 갑자기 당시에 할머니가 급격히 힘들어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니 다시금 후회되고 너무 죄송해서 마음이 먹먹해져요.


다시 할머니와 살게 되면 저는 우선 사진관에 가서 할머니와 사진을 꼭 찍을 거예요. 지금이야 인생 네 컷도 많고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도 근사한데,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나오기 전이라 그럴싸한 사진은 사진관에 가야만 했어요. 몇 번의 약속을 하였으나 할머니도 쑥스러워하셔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이것부터 이루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그해 초에 땄던 운전면허를 가지고 도로 연수를 받아 할머니와 당일치기라도 여행을 가는 거예요. 아마도 엄마나 이모, 외삼촌이 할머니를 모시고 어딘가 멀리 떠난 것도 몇십 년 전 이야기일 것 같아요. 피자를 좋아하셨으니, 할머니를 옆자리에 태우고 피자 맛집에 간다거나 할머니가 저를 매일 같이 데리고 다녔던 유치원과 할머니랑 같이 살던 집 앞도 둘러보고 싶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많은 순간에 그리움과 후회가 찾아왔어요. 아쉬웠던 거 다 하면서 할머니와의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돌아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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