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by 깨알쟁이

날 향한 엄마의 애정표현은

언제나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퇴사 후 쉬는 기간이 길어지니

엄마는 재촉하듯 오늘도 나의 안부를 묻는다


요즘은 뭐 좋은 소식 없니

업종 바꾸려다 안 되는 거 아니니

경력직인데 누가 다른 업종에서 널 뽑겠니

돈 나갈 데도 많은데 언제까지 쉴 거니

그건 또 왜 샀니 돈도 없는데 왜 자꾸 사니

돈 버느라 고생하는 네 남편 커피나 매일 아침 타줘라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안 해주니


아주 차갑다

가만히 있다가 연속해서 긁혔다

날카롭게도 베였다

그냥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티키타카는 무슨

빨리 대화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면서 엄마의 손은 바쁘게도 움직인다

물김치 열무김치 배추김치

사과 감 토마토 고구마 밤 새우튀김까지

다 가져가서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다

파스타 그만 만들어 먹고

잡곡밥에 김치를 먹으란다


무겁게 챙겨 와 냉장고에 하나씩 넣으며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이걸 챙겨줬을지 생각하니

고맙긴 하다

그래, 우리 엄마는 날 사랑하긴 하나보구나


작고 사소한 일에도

너는 틀림없이 잘 될 거라며

좋은 기운들이 너에게 오고 있다고

따뜻한 응원만을 보내주는 아빠와 달리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늘 이랬다

칭찬하기보다는 지적하고 누르고

비교하고 무시하고 못마땅하게 여긴다

명백히 본인이 잘못한 순간에도

인정과 사과는커녕 나를 더 눌렀다

주눅 들게 하고 작아지게 만들었다

부족한 거 하나 없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디 가도 늘 눈치 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분명 날 생각하며 준비했을 음식인데

오늘은 이 음식들이 괜히 좀 밉다

꾸짖기만 하는 엄마 같아서

물김치의 국물이 유독 차갑게 느껴진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할 수는 없는 걸까

힘든 건 없냐고 물어봐줄 수는 없는 걸까

냉탕에 좀 있었으면 온탕에도 넘어올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엄마가 된다면

따뜻하게 말하는 엄마가 될 거고

사랑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엄마가 될 거다

가장 크게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될 거고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엄마가 될 거다


화, 금 연재
이전 09화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