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애

맑고 깨끗한 날씨

by 깨알쟁이

내내 비만 내리다가

끝날 것 같던 가을이

파란 하늘을 선물했다


고민 없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 앞 천으로 나갔다

추울 줄 알고 입은 등산복으로

오히려 땀이 흘렀지만

한 시간을 꼬박 걷고 나니

이제야 가을과 만난 기분이 들었다


버드나무에 가려

현대식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에는

잠시 멈춰 서서 파란 하늘과 사진도 남겼다

나무야 고마워 여기 있어줘서

하늘아 구름아 너희들도 고마워

아직 가을을 함께 즐겨줘서


산책만으로는 아쉬울 것 같아

아빠와 도시락을 싸들고

자전거를 타고 탄천으로 향했다

"아 너무 좋다 아빠. 날씨 정말 최고야."


점심에 나가 느긋하게 쾌청한 날씨를 즐기고

네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복귀했다

근데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파랗던 하늘은 금세 어둡게 변했고

형광등을 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집 안 전체를 어둠으로 물들였다


'아, 좋은 날씨에 나갔다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엄마에게 말했다

"날씨가 어떻게 이렇게 변하지?

아까처럼 매일 맑으면 참 좋을 텐데.."

맑은 날이 손에 꼽기 때문에

그게 고스란히 내 기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투정을 피워봤다


그러자 엄마는 내게 말했다

"어떻게 매일 날씨가 좋을 수 있겠니.

매일 맑을 수는 없지.

흐린 날도 너무 미워하지 마."


그랬다. 나는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을

어두운 하늘보다 파란 하늘을 편애했다

'좋다'라는 단어를 한 번 꺼낼까 말까 한 흐린 날과 달리

입으로 백번 글로 백번, 200번의 좋음을 전했다


오늘도 내내 날씨가 맑다가

세시가 넘으니 점차 흐려진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아직도 편애 중이다

맑고 깨끗한 날씨를

오늘도 나는 편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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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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