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기억나는 감동의 순간은?

by 깨알쟁이

브랜드 MD 시절, 상세 페이지 내용으로 공정위에 소명 자료 요청을 받은 때가 있어요. 회사에서 아무도 이런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없던지라 정말 혼자 준비해야 했어요. 본 업무는 다 밀리고 해 본 적도 없는 일을 헤매다 매일 밤 10시까지 울면서 야근하다 퇴근하는 날의 연속이었어요. 이런 저를 보던 옆 팀 전무님은 제게 유일한 은인이었어요.


"고생이 많아 나연 대리.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해도 티도 안 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말이야. 그러니까 이런 일들 하면서 메일 보낼 때 대표님 꼭 참조 넣으라고!! 알았어? 아니면 모르셔. 본인이 뭐 하고 있는지. 전무인 나도 나연 대리 도와주는 일들 매일 업무 일지에 쓰고 있어. 너 고생하는 것 좀 알아달라고." 사실 전무님은 무서운 분이셨는데 감사하게도 저에게 거의 매 순간 잘해 주셨어요. 심지어 '나연 팬클럽 1호 회장'이라고 말씀하시며 늘 응원해 주실 정도로요. 흡사 논문과 같은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통과될까 말까 한다는 걸 업계 분들을 통해 알아 오신 것도 전무님 이셨고, 그 논문 자료 준비를 위해 교보문고에 가서 같이 책도 골라주고 밥도 사주셨어요. 본인 업무도 아닌데 언제나 키다리 아저씨처럼 회사에 계실 때나 밖에 계실 때나 따뜻하게 챙겨주셨어요.


또 한 번은 대표님의 피드백으로 힘들어하던 저를 보며 이런 조언을 해주셨는데, 이 말 또한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나연아. 오늘 집에 가서 대표님의 말 중 너를 힘들게 했던 것을 쭉 정리해 봐. 한 10가지 정도 되려나? 이제까지 힘들게 했던 말들을 쭉 적어 내려간 다음, 예상 답변을 미리 정리해 봐. 그리고 나중에 그 질문을 받았을 땐 그 답변대로만 해. 그런 말들 하나하나로 기분 상해할 필요 없어. 마음 잘 챙겨야 해." 다정한 어른의 감동적인 행동 덕분에 힘든 시간을 든든하게 버틸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내가 강연을 한다면 어떤 주제가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