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구매한 때가 어쩌면 내 인생 터닝 포인트 중 하나였다. 회사를 옮기고 대중교통으로 환승하는 횟수도 시간도 전보다 늘어났다. 수능 끝나자마자 딴 면허를 드디어 장롱에서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는 미룰 수가 없었던 나는 도로 연수를 받고 부랴부랴 중고차 하나를 장만했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정작 회사 출퇴근은 주차 문제로 외부 출장 갈 때만 이용하고 여전히 대중교통으로 다녔지만, 확실히 삶이 달라졌다. 드디어 기동성이라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취미 생활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도, 잠시 바람 쐬러 나가는 것도 규모가 달라졌다. 당시 여자 배구에 푹 빠졌던 나는 배구 경기를 보러 경기도 화성까지 일주일에 꼬박 한두 번씩 운전해서 다녀오곤 했다. 기존에는 차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데려다줬다면, 이제 내가 카풀의 주체가 됐다.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것, 이제까지 받았던 은혜를 베풀게 되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부모님이 병원 가시거나 지하철역에 가실 때에도 손과 발이 되어드렸다. 개인적으로 차를 사용할 때는 그저 독립심과 자립심이 커졌다고 느꼈는데, 부모님께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중고차를 소비한 것은 내 삶을 많이 바꿔 놓았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졌다. 이 정도가 다인 줄 알았던 내 세계가 몇 배, 몇십 배는 확장됨을 느낄 수 있었다.
'소비'란 세계관을 확장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내가 나로 설 수 있게 도와준다. 가장 중요한 건 도로 위에서 타인을 생각하는 이해심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이 소비가 나를 위해서만 흐르지 않고 남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잘 써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