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로 참석러였던 나는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피아노 반주나 축가 반주를 많이 부탁받아왔다. 음악 전공자도 아닌데 나에게 부탁해 준 친구들에게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
결혼식에서 피아노 반주를 한다는 건 단순히 배경 음악을 깔아주거나 MR 대신 라이브 음악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교회 결혼식 반주는 사회자보다도 더 오랜 시간 그 결혼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절에는 더 그랬다. 전체 인원이 50명밖에 못 들어가는 홀에서 나는 필수 인원으로 포함되었다. 스냅이나 영상 작가님들이 카메라 렌즈 속에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는다면, 나는 눈에 그들을 담았다. 긴장되고 설레고 행복하고 뭉클한 그들의 표정을. 그래서 결혼식 반주는 나에게도 큰 감동의 순간이다. 또한 결혼한 친구와 나, 우리만의 추억이기도 하다. 한 번은 친구의 지인이 유명한 성악가여서 그분이 축가를 부르고 내가 반주를 맡은 적이 있다. 예비 신랑과 성악가, 나 이렇게 셋이 만나 저녁도 먹고 연습실에서 연습했다. 결혼식 전까지 여러 번 소통하며 한 키나 반 키 낮춘 반주를 녹음해 공유하고, 최종 키를 정해갔다. 물론 당일 갑자기 성악가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더 낮은 키로 바뀌는 바람에 인트로에서 한 번 크게 틀리며 시작했지만, 이 또한 우리의 즐거운 추억 중 하나다.
생각해 보면 부탁이란 그런 것 같다. 부탁을 들어준 사람도 함께 고마워하게 되는 것. 기꺼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내 인생의 의미이자 추억이었다. 믿고 맡겨준다는 것부터 감사한 일이고. 오늘의 글 덕분에 그간 내가 받아온 부탁의 기억들을 되짚어보게 된 것 또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