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by 깨알쟁이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이 지났다

나이가 들었는지

예전처럼 생일, 단 하루 나만의 날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

나를 챙겨주는 사람들

싱크로율이 일치해서일까

조바심을 내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제법 마음이 편안해졌다


카톡 선물하기 기능이 없었더라면

차라리 마음이 더 편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내가 바라던 것은 축하 메시지 하나인데

어느덧 선물을 줄 수 없으면 축하하기도 민망한

주객전도 물질만능주의에 놀아나게 되어

축하를 하기도 받기도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들

이참에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들

그 진심들을 느끼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녕을 바랐다

그간 무탈했는지 안온하게 지내고 있는지

편안했고 따뜻한 24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별거 없이 보낸 하루였는데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다

평생의 짝꿍이자 내 편인 남편과

그동안 나를 길러주신 우리 부모님

그리고 저녁에는 남편의 부모님까지

해가 지날수록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음을 깨달으며

이보다 더 평온하고 감사할 수는 없다고 느낀다


이처럼 이번 생일도 많은 이들에게 축하를 받고

깊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빚진 마음으로 생각하며 돌아올 이들의 날에도

서로에게 축복과 위로를 해줄 수 있기를

그때까지 모두가 아프지 않고 무탈하게

각자의 삶을 버텨내며 지내고 있기를 기도한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오늘은 또 누가, 얼마나 나를 축하해 줄까'

'왜 OO님은 나에게 아무 말이 없지?'

'나는 XX님 생일 축하해 줬는데.. 나한테 서운한 거 있나?'

내가 주인공인 날에 나보다 남을 의식해 왔다

더 이상 오지 않으면 그대로 흘려보내고

다시 온다면 손을 잡아 삶을 나누자

부질없는 인연에 에너지를 내어주기보다는

나의 사람들과 우리의 시간을 보내자


내년의 내 생일에도 이 마음 잊지 않기를

내가 준 것, 내가 베푼 것은 얼른 잊어버리고

받은 은혜에 감사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하나하나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기를

나를 위해 써준 마음에 깊은 감사함만 느끼기를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