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by 깨알쟁이

나의 첫 스토브리그는 오늘부로 끝났다

도쿄올림픽 이후로 스포츠라곤 줄곧

여자 배구 경기만 봐오던 내가

남편을 따라 접하게 된 야구에 푹 빠지게 된

올해는 정말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팀 스포츠에서는 참 많은 것을 배운다

개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마음이

가장 인상 깊어 배구와 야구를 좋아한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겠지만

내가 주로 좋아하는 선수나 팀을 보면

매 순간 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고

본인의 부진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

책임을 다하지 못해 미안해하고

또다시 보강 훈련으로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팀과 팬들에게 보답한다


야구에 비하면 인기가 적은 배구라는

종목의 한 팬으로서 나의 첫 스토브리그는 이랬다

잘 만나던 애인이 돌연 생각할 시간을 갖자며

주변에서는 ‘걔 __에서 봤어. 걔 __라더라’

참인지 거짓인지 모를 수많은 소문들로 가득하고

정작 나에게 오는 연락은 하나도 없어

그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고

그 사이에 나는 혼자 두통과 메스꺼움을 감내하며

롤러코스터를 한 10번은 연속으로 탄 사람이 됐다


머릿속으로 소설을 썼다 지우는데

장르는 수도 없이 바뀌었다

멜로에서 추리물로 드라마에서 다시 다큐까지

여전히 확답은 받지 못한 채

우리의 추억을 한 편에서는 가감 없이

잘라내고 지워지는 것 같아 먹먹한 마음이었다


헤어져도 좋으니 잠수만 타지 말아 줘

알았어 너 원하는 대로 보내줄 테니까

기다 아니다 말만 해줘

안 믿었다가 화도 났다가 체념했다가

혹시 모를 기대도 해보면서 몇 주를 보냈다

2년 만에 통합 우승이라는 기쁨은

까마득한 과거 속 사건인 양 처박아두고 말이다


결국 결론이 났다

오늘쯤 발표가 날 것 같았는데 예감이 맞았다

그렇게 됐다고 한다 즐거웠고 미안하단다

그래도 고민해 주고 알려줘서 고마워

나보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안심이 되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부르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오기도 하고 오늘 날씨처럼 쓸쓸하긴 해


덕분에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어 고마워

그동안 감사한 게 많은데 당장의 답답함에

잠시 잊어버렸다 즐거웠어 많이

더 많이 사랑받고 하고 싶은 거 더 잘 즐기고

아프지 말길 맘고생한 거 다 아니까 잘 추스르고

다시 좋아하던 일에 매진하기를 바라


잘 가 가지 마 행복해 떠나지 마

열 살 꼬마가 아무 뜻도 모르고 외웠던

지오디의 거짓말 가사가 이제야 이해된다

행복하세요 김현수 선수

저의 첫 야구 시즌을 잊지 못하도록

반짝이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맹구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