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실패를 품고 지혜라는 이불을 덮는다
살림을 하면서 내가 얻는 것이
각종 관절 통증만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목이 아프고 다리가 아파도
분명한 지혜를 얻게 되는 시간들
다시 돌아간다면 반복되지 않을 실패들
경험은 실패를 품고 지혜라는 이불을 덮는다
얼룩은 가급적 발생한 즉시 닦는다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싱크대 식탁 위
얼룩이 생기자마자는 어려워도 자기 전에는 닦는다
하루 미루면 음식물 찌꺼기나 기름 때는
더 단단하게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미 에어프라이어 내부는 포기했지만
가스레인지는 매일 닦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
하루라도 미루면 더 강한 세정제를 사용해야 하고
얼마 없는 근육을 강하게 활용해 문질러야 한다
가급적 잠들기 전에 가볍게라도 닦고 자자
눈 예보가 있는 날에는 지하에 주차를 한다
365일 중 하루도 빠짐없이 지하에 대는 내가
하필 어제 오후, 무거운 짐을 집에 두고 오겠다고
지상에 주차를 해둔 채 깜빡 잊어버렸다
아차 싶어 생각난 건 새벽 1시
핸드폰에서는 대설 특보가 쉼 없이 울린다
결국 나는 눈사람이 된 차 위에 쌓인 눈을
털고 쓸고 녹이고 닦으며 점심시간을 소비했다
눈이 온다는 말을 어디서라도 듣게 된다면
꼭 지하에 안전히 주차를 하도록 하자
얼마 전에 안 먹는 귤 20개 정도를 까서
알맹이는 전부 믹서기로 감귤주스를 만들었다
귤껍질은 말려두면 여기저기 좋다길래
빈 통에 꾸역꾸역 넣어서 안방과 옷방,
그리고 거실 한편에 비치했다
귤 특유의 상큼한 향을 기대했으나
시큼한 냄새로 보답한 귤껍질에게 다가가보니
시퍼렇게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무지했다 수분이 많은 귤껍질은 서로 겹쳐두면
습기가 빠져나올 수 없어 곰팡이가 당연했다
다음에 만나면 따로따로 잘 말려줄게
귤껍질은 꼭 펼쳐서 3-5일은 충분히 말려주자
처음에는 이런 순간들마다
난 왜 또 이러지?
난 왜 이런 것도 여태 모르고 살았지?
라며 자책하고 좌절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어디냐며
이렇게 또 지혜를 얻게 된 순간에 감사하려 한다
실패하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것들
경험하지 않았으면 얻지 못했을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