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부부가 된 지 어언 19개월이 되었다
동갑내기 부부인 우리는 어느덧
서로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결혼하면 남편이랑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퇴근 후 TV 앞에 앉아 맥주 한 캔씩 하면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서로에게
시시콜콜하게 나누고 싶다고 했다
너무 소소하고 평범해 보였지만
원래 평범한 게 가장 어려운 법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거나
대화의 결이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취향까지 맞으면 금상첨화겠지
다행히 우리 부부는 감사하게도 잘 맞는다
여름이 되면 함께 야구를 보면서 밥을 먹고
경기가 끝나면 경기 리뷰 영상을 보며
열띤 토론을 하고
겨울이 되면 배구를 보면서
코트 속 선수들을 통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부부가 되어 좋은 점 하나는
우리만의 비밀이 하나둘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원래 단짝 친구란 그런 것이 아닌가
우리만 알고 우리는 키득 키득대는 것
양말을 신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수건을 개다가 쓰레기를 버리다
그렇게 소소하지만 특별한
우리만의 비밀과 추억이 쌓여간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비밀과 추억으로
독립된 한 가정을 이뤄나가고 있다
우리들만의 시간, 우리들만의 이야기는
단순히 밥 먹으면서 나눈 대화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동지애를 느끼면서
더 끈끈하게 보듬어주는 울타리가 되어준다
어제도 우리는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매년 우리가 크리스마스 저녁에
함께 나눠먹는 음식은 라자냐다
작년 영국에서도, 올해 집에서도
직접 만든 라자냐는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우리가 얼마나 고민하면서 이 시간까지 흘러왔는지
뒤돌아보기도 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한다
라자냐는 이렇게 어느덧 우리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결혼하면 뭐가 좋냐고 묻는 분들에게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매일 만들고 매일 말하고 나누고
평생 놀리는 사이가 생겨서 재밌다고.
힘들어도 함께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든든한 친구가 생겨서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