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회고해 보았다
역시 올해도 나답게
다사다난하고 희로애락이 가득하고
잔병치레는 했지만 큰 병은 만나지 않은
결국엔 감사한 한 해였다
1월, 과장에서 차장이 되다
기쁨보다는 가중한 책임의 무게로
어깨 힘줄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과장이라고 잘못 부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감사해했던 시간이었다
2월, 퇴사를 말하다
스스로에게 더 이상 미안해지지 않기로 다짐하고 약속했다
회사에서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니
3분이면 끝날 것을 3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멈춰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3월, 본래의 나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이었다
퇴사 수순을 밟고 그동안 온 정신에 만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을 만나 많은 위로를 받았다
처음 가본 정신의학과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더니
그래도 퇴사하게 된다 하니 위기관리 능력은
있는 것 같다고 다행이라고 하셨다
4월, 세 번째 퇴사를 하다
감사하게도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이
이별 여행을 기획하여 함께 다녀왔다
나는 그들에게 이제까지의 추억 사진들을
한 편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영상을 선물했고 우리는 모두 울었다
한 사람이 떠나는 것에 대해
이렇게나 서운해하고 섭섭해한다는 것이
그저 감사했고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는 일이라니
5월, 남편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다
우리의 결혼도 1주년이 되었고
남편이 성공적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고생한 남편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무덥지만 싱가포르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는 또 그렇게 함께 풍파를 이겨내고
더위를 같이 피하는 사이가 되어간다
6월, 야구에 빠지다
스포츠는 여자 배구만 좋아하던 내가
남편 따라 찔끔찔끔 보던 야구에
자발적으로 빠지게 되었다
다름 아닌 어느 선수의 귀여운 따님 덕분에.
귀여운 것을 이길 것은 없다
귀여운 것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잘 보고 느끼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야구에 빠지게 되었다
7월, 가족과 끈끈한 시간을 보내다
엄마 아빠와 자전거 타러 남양주에 가서
맑은 공기 마시며 쾌청한 하늘 보면서
함께 페달을 굴리며 대화를 나눴다
어머님 생신 때에는 집에 초대하여
미역국과 뿌빳퐁커리, 샐러드파스타,
까르보나라 등을 대접했다
어머님께서 생애 최고의 생일상이라고
너무 고맙다고 연신 말씀하셨다
뿌듯했고 따뜻했고 다정한 7월이었다
8월, 무지갯빛 테마가 있는 달을 보내다
야구장도 여러 번 가고 연주회도 가고
요리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야구장에서는 드디어 승리요정이 되었고
다른 팀 팬들과 함께 응원하는 법을 배웠다
육회, 수육, 가지덮밥, 오야꼬동, 그린스무디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것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9월, 기다림을 배우다
배구를 기다리며 야구를 보았고
어느덧 슬금슬금 배구 시즌이 코앞으로 왔다
난임 병원에서 본격적인 검사와 시술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갖가지 기다림을 배우게 되었다
병원 진료의 기다림, 생리 주기의 기다림,
모든 것은 좋은 소식의 기다림을 위해 기다린다
기다림이 제일 어려운 내가 이렇게 성장해 간다
10월, 가을을 부여잡으며 소소한 여행을 즐기다
기나긴 연말 중 하루는 생선구이 먹으러 영종도에 갔고
숙소를 반값이나 할인받아 강원도 홍천에 다녀왔고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탄천을 달렸다
야구 청백전 경기를 보기 위해 이천까지 드라이브했고
하늘이 유난히도 맑은 날에는 청계천과 정독도서관을 거닐고
흡사 캐나다 어느 공원 같던 명수당에서 가을을 느꼈다
11월, 축하하고 축하받다
엄마, 아빠, 나의 생일이 모두 있는 11월에는
서로 축하하고 축하받으면서 감사하게도 바쁜 나날이었다
아빠에게도 드디어 미역국을 끓여드렸다
난임 병원에서의 시술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감사하게도 채취라는 첫 단추를 생각보다 무난하게 시작했다
한로로 보러 고대에 갔고 김희진 보러 배구장에 갔다
12월, 인생 최초 사기를 당하다
미션캠프로부터 9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온 동지들 덕분에
피해를 극복하는 많은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시간을 보낸다
외식을 줄이다 보니 요리 실력이 절로 늘고
냉장고가 가벼워져 마음까지도 홀가분해졌다
곧 있으면 있을 크리스마스는 남편의 생일이라
집에서 소소하지만 누구보다도 반짝인 생일상을
준비할 예정이다 기대하셔라 개봉 박두
남은 일주일 2025년을 여러 방법으로 회고하며
아프지 않고 즐겁게 보내줄 예정. 잘 가라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