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거 하려다 보니 머리도 몸도 마음도 쉽게 움직이지 않네요
"돈만 좇다보면 재미가 없을거야. 우리는 모두 정말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해."
20대 초반 교회 찬양팀에서 베이스기타를 쳤던 한 선배가 해준 이 말은 가끔씩 내 머릿 속에 들어왔다 나간다. 아마 나도 이미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 것 같다.
'돈 많이 벌기 위해'
돈이 첫번째 목적이 되는 일을 하면 일단 나는 갑자기 흥미가 떨어진다. 이걸로 돈이 얼마 벌렸는지 얼마 벌릴 것인지 계속 계산기만 두들기고 조급해하고 '아직 이거밖에 안 되다니?' 금세 실망하고 불안해진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선택할 때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 같다.
최근에 나에게 블로그가 이런 존재였다. 쓰레드를 보다보면 '블로그로 한 달에 1,000만원 버는 방법 알려줄까? 궁금한 사람은 댓글로 이어서' 이런 글들을 많이 본다. 쓰레드 특징 상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컨텐츠보다 내가 검색하고 내가 기존에 봤던 글과 유사한 컨텐츠들이 계속 유입되어, 몇 번 보고 몇 번 검색했을 뿐인 나에게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너는 블로그로 돈 버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야.'
'너는 지금 그 블로그에 일기만 쓰는 것은 옳지 않아.'
'그건 다 돈이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 거고, 관심이 없는 주제라 할지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현재 유행하는 키워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하루에 2-3개씩 써야해.'
'지금 너는 블로거로서 너무 나태해'
몇 개의 글들이 나를 가스라이팅 (쓰레라이팅인가..)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글을 하나 쓰려고 해도 기분좋게 기존에 내가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풀어내는 것이 아니고, 협찬 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머릿 속엔 이런 계속 고민들로 가득했다.
'제목은 이렇게 잡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하면 검색어 잘 걸릴까?'
'내가 아는 정보는 이것 뿐인데.. 챗지피티한테 물어봐서 더 정보를 넣어야겠지?'
'아 그냥 일기처럼 쓰고 싶은데, 조회수 늘리려면 이거 컨텐츠 3-4개로 쪼개는 게 낫겠지?'
'이거 올리면 피드에 언젠가 뜨긴 뜰까?'
'애드포스트 잘 걸려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글은 몇일 째 임시저장에 머물러 있었다. 쉽게 후다닥 써가던 나만의 글 스타일을 잃은 느낌이 푹 들었다.
그러던 중 내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그 때를 떠올렸다. 초심을 불러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남의 시선보다는 나의 관심사와 좋아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 나는 일단 아이디를 내가 좋아하는 패션 fashion 그리고 언제 어떻게 써먹을지 모르는 나의 전공 economic 을 합쳐서 fashionomic 이라고 아이디와 주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해외 파파라치들이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느낀 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어내려가는 것이다. 이게 재미가 없어질 때쯤 직접 본 예능 프로그램 리뷰를 자세하게 올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BTS 랩몬스터의 '문제적남자' 영어 면접이 화제가 되었지만..)
아무튼 그 때에는 이 블로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될 줄도 몰랐고, 그게 나에게 아주 아주 작고 귀여운 용돈을 건네줄 지도 몰랐다. 그저 재밌으니까 지금까지 해오던 나의 소통 창구인데,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인 이 블로그를 돈벌이 수단으로 갑자기 생각하려다 보니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캄캄해져 와서 다시금 결심했다.
"재미있는 방향으로 흘러가보자. 그러다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거야."
돈, 돈, 돈.
돈이 중요하고 돈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내가 재미있게 하던 것마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잡으면 내 인생이 너무 재미가 없어지지 않겠는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남들의 이야기는 흘려듣자.
난 이미 오랫동안 잘 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내 방향을 이끌어가면 된다고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