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주파수 속 우연한 만남들

by 깨알쟁이


중학생 시절 나는 시험 기간 때마다 라디오를 꺼내 안테나를 올리고 주파수를 맞췄다. 어쩌면 스트리밍이 없던 그 시절에 라디오를 나의 스트리밍 채널로 활용한거나 다름없다. 소리바다나 멜론에서 다운받은 음악을 듣는 것보다 DJ가 틀어주는 노래들과 읽어주는 사연들을 듣는 것이 좋았다. 우연찮게 만난 노래들은 어린 시절 나에게 고요한 위로가 되어 주었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실어 주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사연도 그랬다. 내가 같이 응원받고 격려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라디오를 들을 때마다 '아, 내가 지금 살아있구나.' 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그 때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혼자 차를 타는 날이면 어김없이 라디오를 켜고 89.1mhz나 91.9mhz에 주파수를 맞춘다. 심지어 좋아하는 DJ들이 많아 시간대별로 골라 듣는 재미도 있다. 새벽부터 운전하는 날이면 조정식, 오전에 나가는 날이면 이현우와 박명수, 오후에는 이은지와 하하, 저녁에는 이상순과 배철수 DJ의 목소리를 들으며 목적지로 향한다.


라디오를 통해 만난 노래들은 나도 모르게 내 취향의 조각들로 자리잡았고, 우연히 듣게 된 사연들 또한 내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로 쌓여왔다.


주파수 속 수많은 우연한 만남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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