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좋아 ‘책을 권하는 人’이고 싶다.
#독서천재가된 #홍대리
#책권인 #책을권하는사람
#운명을바꾸는책읽기프로젝트
어렸을 때부터 20대 초중반까지 일 년에 책 한 권도 끝까지 다 읽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책과 친하게 지낸다.
2007년에 편입해서 4학년이었던 2008년,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 절친으로부터 생일선물을 받았다.
이지성 작가의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었다. 표지를 넘기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이 한 권으로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책이 재밌어졌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32살 되는 봄에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를 읽었다. 이지성 작가는 책이 재밌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해 준 작가다. 그래서 이지성 작가가 쓴 책이라면 믿고 본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운명을 바꾸는 책 읽기 프로젝트’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책에서는 100일에 33권 읽기가 목표였는데 나는 ‘한 달 33권 읽기’로 미션을 성공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으로 책이 재밌어졌고, 2010년에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부터는 책을 늘 가까이하게 된 덕분이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은 뭘 해도 되는 게 없고 초라하게 보이기만 했던 20대인 나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이라는 부제로 자존감을 일으켜줬고 독서에 욕심내게 만들었다. 인문고전 독서에 관심이 생겼고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루하루가 설렜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이렇게나 좋은 거구나를 처음 알게 해 줬다.
그럼에도 일상에 쫓겨 살다 보니 책 읽기가 꾸준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삶이 느슨해지고 게으름이 생겨 안 읽는 날에도 항상 책을 가까이에 두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부터는 책수집도 하기 시작했다.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는 유일한 존재가 책이었고, 내 마음을 들키고도 책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게 해 줬다. 오히려 나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었고 따뜻하게 안아주기까지 했다. 책 앞에서는 눈물을 펑펑 쏟아도 되었다. 내 마음을 고백할 수도 있었다. 속마음을 실컷 토해내고 나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는 것처럼 책은 소리 없이 위로와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존재가 책이다.
결혼 전에 <한 달 33권 읽기> 미션 성공!
내가 이 도전에 성공했다는 건 정말 기적이다.
비록 지금은 이 정도로 읽지는 못해도 언제나 책이 옆에 있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읽으려고 하고 밥을 먹듯이 편안하게 읽고 싶은 게 책이다. 책 읽기가 습관이 된 건 내 인생에 최고의 기적이다.
남들은 독서를 통해 사회적으로 어느 위치에 올랐고 무엇을 해냈고 얼마를 벌었다로 기준을 두지만 난 남들이 세운 그런 잣대로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혀 나를 작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
죽고 나면 큰 의미 없다.
독서 습관이 잡혀서 책을 읽어 행복하고, 책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그 자체로 충만한데 여기서 뭘 더 바라겠는가.
책으로 선한 영향력이 퍼지는 것을 우선순위로는 쳐도 책으로 출세를 하거나 그 수단으로 개인 유명세를 타는 것을 삶의 우선순위로 치지는 않는다. 책을 통해 인격을 쌓고 품격이 있어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생각과 말이 오래오래 널리 널리 퍼지는 건 두고두고 반길 일이다.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을 이 세상 사람들이 계속 기억하는 건 그가 쌓은 업적보다 그가 남긴 말과 생각일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한 달에 33권 읽기 도전 첫날만 해도 33권을 읽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일단 해보자!‘ 그런 생각이었지 이것으로 삶이 바뀌고 운명이 바뀔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 그저 나와의 내기였는데 해도 그만 안 해도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었으니 도전은 했지만 절실한 마음은 아니었다.
당시 지하철이 미개통된 상태라 하남시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강동역에서 5호선 지하철로 갈아 탄 후 왕십리역까지 출퇴근을 했다.
버스 30분, 지하철 16분, 그리고 나머지는 이동하고 걷는 시간 해서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서울에서 출퇴근할 때 1시간은 기본이니까 그려려니 하고 다녔는데, 책을 읽고부터는 출퇴근 시간이 더 길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옥철, 지옥버스에서 손잡이도 잡지 못하고 사람들 틈에 끼어 옴짝달싹 못해도 짜증 나지 않았다. 그 좁은 틈에서도 책을 펼 수 있는 거에 감사했고 책에 빠지면 그곳이 천국이었다. 굳이 이런 곳에서(?), 기계처럼 핸드폰만 보거나 잠을 자는 사람들 틈에서 유난 떤다고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나 봤을 때, 출퇴근 시간과 잠자기 전 2시간을 확실히 책 읽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이때만 해도 기록을 하거나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금도 떠올려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33권의 책 제목이 어떻게 되는지 다 알 길이 없지만 유일하게 생각나는 제목이 하나 있다. 33권 모두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와 같은 두께감이 있는 책들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동기부여 불씨를 마음에 지펴주고 활활 타오르게 했던 자기계발서와 역경 극복 에세이 같은 종류의 책들로 기억한다. 읽는 내내 얼마나 황홀했는지 모른다. 그때의 경험으로 결혼해서도 책 읽는 엄마로 살고 있다.
이처럼 책은 그냥 책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책은 평범한 주부의 삶의 태도도 변화시킨다
대한민국에서 주부라고 하면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가족들을 위해 빨래, 청소, 요리, 돌봄 안 하는 것 없이 다 하는데도 대가가 없다. 해보라고 하면 못한다. 안 한다. 그런데도 사회는 여전히 집안일을 주부의 몫으로 인식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편들이 아무리 많이 도와줘도 돕는다고 생각하지 자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 청소기가 알아서 다해주는데 뭐가 힘드냐고 반문하는 남편들이 있는데 다 갖춰놓고 살아봐라. 그럼에도 손 가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불평을 늘어놓자는 얘기가 아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해결되지 않는 이런 일로 불평하고 불만만 늘어놓고 살고 있을지 모른다.
남 탓만 하면서 남편을 힘들게 하고 가족들에게 하소연만 늘어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습관이 되면서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고 나 하기에 달렸다는 걸 깨달았다. 한 가지 사항을 놓고 다른 관점에서도 바라보게 되었다. 내 입장만 고수하지 않는다. 책으로 힐링하고 단단해지니 감정의 기복도 가파르지 않았다. 웃는 날이 더 많아졌다. 일상이 즐거워졌다.
책은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가진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해 준다.
독서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바로 내 책임으로 여기는 태도다. 처음부터 깨달은 건 아니었다. 어느 날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찾아왔다.
살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보통 남 탓부터 한다. 그게 가장 편하고 쉽다. 나도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경기도 안 좋고 그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 역시 몇 년 전에 나름 공부하고 심사숙고해서 시작했던 투자가 잘못돼 손해를 보고 있다. 세상 탓만 하기에는 해결될 게 없었다. 경기 탓만 하면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복구가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는 아닌데 문제는 시간이다. 지금 당장 버티며 살아가는 게 어렵다. 요즘 시국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일단은 무조건 버티기로 했다. 견디는 것도 방법이다. 동시에 앞으로 돈을 어떻게 벌지, 어떻게 아낄지, 어떻게 늘려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근로 소득 외에 부수입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지를 꾸준히 생각하고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이런 고민과 답을 준 것도 책이다.
셋째가 백혈병으로 투병하고 있을 때도 견뎠다. 오늘을 장담할 수 없는 시간에도 버텼다. 무서웠지만 그 길만이 살길이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항암치료는 네 살배기 아이라도 감당해야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다 해주겠다고 엄마만 믿으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해주었다. 자동으로 말이 튀어나오도록 훈련을 시켰다. 그렇게 나는 독한(?) 엄마노릇을 했는데 그 역시 내가 단단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책 덕분이었다. 멘탈 훈련도 책에서 배웠다.
건강에 무지한 엄마에서 건강 주권을 되찾고 아이를 살린 것도 건강 관련 책 덕분이었다.
믿는 구석이 책밖에 없었다. 그래서 5차 항암 시작하고 재발이라고 했을 때도 뒤집을 수 있었다.
싸우지 않고 조용히 증명해냈다.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들은 학교 교과서가 아니라 평소 읽는 책에 있다. 직접 경험을 빼고 간접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책에 그 해답이 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가진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하고 행동하게 해 준 힘도 책에서 배웠다. 책은 그런 존재다.
책은 보다 성숙한 생각을 돕는다.
요즘 새벽마다 필사를 한다.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와 『영혼을 치유하는 괴테의 시 필사 노트』 두 가지를 매일 소리 내어 읽고 쓴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여백 서원을 통해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이란 책도 들여 일주일 동안 아침마다 읽고 맘에 드는 꼭지 전체를 필사하기도 했다. 중심을 잡고 잘 살다가도 어떻게 사는 게 바르게 사는 것인지 살면서 순간순간 흔들릴 때가 있기 마련이다. 마흔다섯이 되면서 나 역시 그랬다. 그동안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중년 이후의 삶은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지를 깊게 고민하는 시간들로 이어졌다. 남들처럼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는 게 옳은가, 보다 지혜로운 방법은 없는가를 고민한다.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듣다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고 결정의 압박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책은 다르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의 진심이 담긴 조언은 깊게 뿌리내린 나무와 같다. 흔들리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으면서도 진짜 내가 생각하고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답이 없는 인생을 남의 말에 끌려다니며 살 수는 없다. 다수의 선택과 행동이라 하더라도 옳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보다 나은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생각을 뿌리내리게 도와준다.
책은 처음부터 가까워지기는 어렵지만 친해지면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둘도 없는 친구다.
인생이 그저 그런가?
삶이 녹록지 않은가?
어떤 환경이든, 무슨 이유든 다 괜찮다.
삶이 유연해지고 변화가 시작되고 싶다면 책을 만나길 바란다. 책은 절대로 읽는 사람을 척지지 않는다.
그런 연유로 책을 권한다.
뛰어난 독서가도 아니고 독서력이 있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지만 책을 권하는 사람이고 싶다. 책을 늘 손이 뻗는 곳에 두고 읽으며 배우려고 하는 사람으로서 겸손하게 책을 권하고 싶다.
'채권인‘이 아니라 책을 권하는 人, 책.권.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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