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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화 Jul 31. 2023

내 보험이니까 내가 공부해야지

세상에 좋은 보험, 나쁜 보험 따로 없다. 아는 만큼 드는 거다.

2018년 9월 18일 막내가 급성림프모구 백혈병 진단을 받고 바로 다음날부터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10월 11일 1차 항암을 모두 끝내고 퇴원을 했다. 24일 만에 병원문을 나서는데 입원비가 모두 536만 원 나왔다.(정확히는 5,361,926원) 당시 외벌이로 남편 월급이 300만 원 정도였는데 이런 병원비 처음 내봤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에 마냥 슬퍼만 할 수 없는 건 현실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 집안에서 누구 하나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당장 목돈이 나간다. 정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보험혜택(?)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고 살아왔는데 결혼하니 생각이 바뀌었다.


혹시 모르니 첫째와 둘째는 태아보험으로 들어주었는데 흔한 감기도 안 걸리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셋째는 당장 들지 않아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셋째를 임신하고 같은 보험, 같은 보장으로 들으려고 알아봤을 때 이미 보험료가 거의 2배는 올라있었기 때문에 형편상 미룬 이유도 있었다. 그러다 2018년 4월, 셋째가 두 돌이 될 무렵 여유가 좀 생겨서 보험부터 들은 건데 5개월이 채 안되어 백혈병에 걸리고 말았다.


진짜 큰일 날 뻔했다.

보험을 안 들었다면…

사람의 앞 일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


보험가입한 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발병한 거라서 우여곡절이 있었다. ‘손해사정사’에서 따로 나와 셋째 임신했을 당시의 산부인과 기록부터 모두 조사했었다. 의심될만한 게 없었으므로 보험료는 규정대로 다 지급되었다.


암진단비 2천만 원, 다발성소아암진단비 3천만 원, 10대 고액치료비암진단비 2천만 원 해서 7천만 원이 진단비로 나왔다.


그리고 항암약물치료비 2백만 원, 질병입원일당과 암직접치료입원일당 312만 원 포함 512만 원.

100%는 아니지만 실손의료비에서 438만 원 정도 나와서 모두 7천9백5십만 원 정도를 받았다.


보험이란 게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닥칠 위험을 대비해 가입하는 것이고 특히 보장성보험은 가정 경제위기에 중요한 대비책이 될 수 있으므로 꼭 들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때 비로소 했다.


가장 좋은 건 병원 갈 일 없이 건강한 게 최고지만 누구도 내일을 알 수 없기에, 누가 봐도 큰 부자인 사람 말고는 보험이 정말 든든할 날이 온다. 우리도 그랬듯이.


안 그래도 셋째로 인해 보험에 급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EBS방송에서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2020년 4월 27일 EBS에서 돈이 되는 토크쇼 ‘머니톡’이 첫방 되었던 것. 삼 형제가 EBS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첫째가 엄마한테 필요한 거 같다며 알려주어 보게 되었다. 당시 코로나19로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계속 미뤄져 5월 27일에서야 학교를 처음 갔다. 그 덕분에 난 아이들과 EBS 방송을 같이 봤고 보너스로 경제공부, 보험공부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20년 10월 19일 26부작을 끝으로 갑자기 막을 내렸다. 납득이 갈 만한 공지도 없었다.

회차마다 게스트가 나오고 전문가들과 함께 사례자의 보험 진단 및 재무 설계 솔루션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재밌게 봤었는데…

그동안 보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나에게는 공부가 될 정도로 유익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종영된 이유가 몹시 궁금했었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게 되었다.


EBS '머니톡'이 드러낸 법적 허점…"개인정보 지키려면 입법 시급"

<미디어오늘>2022.11.15


2020년 4월 방영된 EBS '머니톡'은 재무설계 방송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보험대리점업체 키움에셋플래너로부터 26억 원 협찬금을 약속받고 제작된 보험판촉 프로그램으로 드러났다. EBS는 홈페이지, 방송 중 전화번호 안내 자막을 통해 '무료 상담'을 받으며 개인정보를 키움에셋플래너에 넘기고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키움에셋플래너는 이후 해당 정보를 '금융 상품 판매' 등에 활용했고, 제공받은 개인정보 DB를 보험설계사들에 대량 판매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020년 10월 7일 해당 문제를 보도하자 2020년 4월부터 방영된 EBS '머니톡'은 6개월 만에 폐지됐다. EBS와 키움에셋플래너엔 지난 2월 과징금이 부과됐다.


EBS '머니톡' 피해자 3만여 명… 분쟁조정 신청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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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인지 알지 못한다.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안산소협)가 지난 8월부터 공익소송을 위해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지만 사례 접수는 미미하다. 단체가 나서지 않으면 피해자가 있음에도 소송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주관하는 분쟁조정 절차가 있지만 3만여 건이 넘는 머니톡 피해자 중 분쟁조정을 신청한 경우는 없다.


안산소협이 제기한 공익소송의 대리를 맡고 있는 김은경 변호사는 "피해 당사자도 자신이 피해자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이에 피해자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분쟁조정 신청이 없는 것도 피해자가 피해자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법행위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자가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EBS '머니톡' 사건의 경우 EBS는 개인정보 DB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혀 키움에셋플래너 측에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를 확보하고 불법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형사 절차를 통할 수밖에 없다. 형사 절차를 통하더라도 고발인 측에서 열람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돼 다수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구제 절차로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기종영으로 인해 EBS는 키움에셋플래너로부터 실제 13억 원 상당의 협찬금을 지급받았다. 키움에셋플래너는 3만여 건의 개인정보를 약 7~8만 원가량에 판매해 수십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하지만 EBS에 내려진 과징금은 개인정보위와 방통위 과징금을 합해 7600여만 원, 키움에셋플래너의 경우 개인정보위 과징금 1억 53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당국의 과징금 규모를 두고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하 생략


무료상담을 미끼로 타인의 개인 정보를 돈으로만 생각한 이런 사태 참 씁쓸합니다. ㅜㅜ


조기종영되기 한참 전에 나도 방송을 보고 EBS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랬는데 키움증권에서 연락이 왔다. 당연히 EBS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몇 번의 전화통화를 거쳐 경력 많은 이사급 재무설계사를 만났다. 내 개인 정보가 털렸다면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종영되기 전에도 그랬고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보험가입 전화는 거의 오지 않았지만, 기사에서 말한 저런 허술한 방법으로 피해가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나에게 온 키움증권 재무설계사는 보험을 무조건 팔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도 재무설계사의 말에 따라 보험 설계를 하지 않았다. 방송을 본 대로 나름 분석을 해서 해지할 건 해지하고 내 요구대로 기존에 없었던 보장만 채우는 것으로 해서 내 것과 남 편 것만 새로 가입을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장해를 보장해 주면서도 보험료는 만원 대인 질병후유장해와 꼭 필요한데 없었던 암 보장이 그것이었다. 삼형제의 보험은 어린이보험으로서는 아주 잘 설계되어 있는 편이라 추가할 게 없었다.


필요하지만 절대로 무리해서 들면 안 되는 게 보험이다.

1-2년 납입하고 말 것도 아니고 보장이 좋고 많다고 해서 보험료가 무조건 높게 책정되지도 않는다. 보험설계사나 재무설계사의 말장난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보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평소 경제라디오나 경제기사만 눈여겨봐도 속지 않을 만큼은 된다. 뭐든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더 좋은 보험을 들게 해주는 것도 아니므로 지인한테는 보험을 들지 않는 게 나만의 원칙이기도 하다.


셋째 덕분에 나는 보험공부도 했다.

셋째 덕분에 나는 투자에도 눈을 떴다. 삼 형제와 우리 부부의 인생을 위해서도 마냥 있는 돈으로만 살 수 없고 암은 언제 재발할지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기도 하기에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적 뒷받침이 돼 있어야만 한다. 돈은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셋째 덕분에 건강에도 신경을 늘 쓰고 있다. 관리를 하니 더 건강해질 수 있어 좋다. 건강하면 뭐든 할 수 있다. 처음 마음 그대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

셋째 덕분에 우리 가족은 더 돈독해졌다. 가족끼리 똘똘뭉쳐 아자아자 파이팅!


셋째가 아파서 투병하던 시간이 내게 멈춘 시간이 아니라서 감사했고 감사하다. 그동안에 수업료 톡톡히 치르면서 인생 공부와 함께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공부들로 나를 채웠다.


언젠가 보험에 대해서도 꼭 기록해 놔야지 했는데 오늘 쓰게 되어 뿌듯하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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