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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화 Aug 28. 2023

환자혁명, 누구나 일으킬 수 있다.

환자가 주체가 되어 중심에 선다면…

막내가 백혈병, 첫째는 아토피. 2019년, 2020년 나는 건강 관련 책과 살았다.

막내가 아프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평생 이런 류의 책을 펼쳐볼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첫째는 백일 무렵부터 돌 전까지 양 볼에 침독이 있었다. 그랬던 것이 돌 직후부터는 왼쪽 발목으로 옮겨갔다. 5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피부염이 생겼고 좋다는 연고와 고보습 로션, 크림 그리고 아로마테라피로 천연 스킨, 비누, 어성초 스프레이까지 만들어서 다 써봤지만 없어지지 않았다. 7년 가까이 천안에 있는 아토피 전문 소아과에 숱하게 다녔어도 늘 그때뿐이었다. 처음 갔을 때 혈액검사와 50여 가지 음식 알레르기 반응을 볼 수 있는 검사를 해봤는데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아토피 환자들에게서 흔히 부족하다고 나오는 비타민D 수치도 첫째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소아과 전문의가 상위 1%라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병원 검사에서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답답하기는 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첫째만 키울 때는 거의 매일 논, 밭, 산, 들로 산책을 다녔기 때문이다. 집 주위엔 산과 논들녘뿐이었다. 비가 와도 빗소리를 들려주려고 나갔고 눈이 와도 계절을 느끼게 해 주려고 나갔다. 첫째와는 이렇게 늘 자연과 더불어 지냈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첫째는 '아토피'가 있었고 셋째는 백혈병에 걸렸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겪고도 왜 나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건강 주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을까? 아이들의 건강이 곧 내 건강인데 왜 나는 우리의 건강을 남에게 맡기려고만 했을까? 아토피는 당장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이 아니어서 안일하게 생각한 경향이 있었고 백혈병은 드라마에서 병명만 들어봤지 아는 게 너무 없었다. 건강 주권이 있는지도 몰랐다. 첫째에게는 수시로 보습에 신경 써주라는 말을 믿고 병원에서 처방해 준 먹는 약과 연고를 철저하게 먹이고 발랐다. 막내의 백혈병도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 정도로 건강을 돌보는 것에 대해서는 ‘담 넘어 불구경하듯’ 했다. 병원 의사가 못 고치면 다른 대안도 없을 거라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내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병원에서 병을 고친다면 병이 말끔히 나아야 한다. 그런데 나아지는 게 아니라 아토피 치료는 끝을 모르고 계속되었다. 스테로이드로 다스리는 방법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지 완치가 아니었다.

당연히 죽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죽어 나가는 사람이 계속 생긴다. 막내가 투병하는 동안 이런 경우를 내 눈으로 종종 보았다.

아픈 사람도 점점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니지 않은가? 아픈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간다. 정확한 통계를 들이대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공기 좋다(?)는 시골에서도 암환자, 심장질환자, 뇌혈관질환자등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치료가 끝나 살아있어도 건강했던 예전의 생활로 되돌아간 사람은 드물다.

간암, 위암처럼 많이 들어본 암보다는 잘 못 들어봤던 보기 드문 암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암, 심장질환, 뇌질환, 신장병, 당뇨병, 고혈압, 크론병, 치매, 파킨슨병 등등 안타깝게도 요즘 이런 병들은 갈수록 흔해지고 있다. 진단되는 희귀병과 진단되지도 않는 희귀 난치병도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병원에서는 국내 몇 위, 세계에서 몇 위라고 버젓이 자랑을 한다. 대학병원처럼 큰 병원에 가보면 환자들로 병원이 미어터진다. 주차장을 더 늘리면 늘린 만큼 꽉 차고 자리가 없어 주차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예약을 하고 가도 기다리는 건 늘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는 정말 환자들의 병을 고치려는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의문이 든다.

병원이란 곳은 진짜 어떤 곳인지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병원인지도..


사람들은 아프면 당장 병원부터 가려고 한다.(정확히 말하면 현대의학의 병원 말이다.)

(한의학, 대체의학, 민간요법이나 자연위생학은 모르거나 낯설다.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대놓고 알려주는 곳도 거의 없는 반면에 병원은 상대적으로 비용도 저렴하고 가기만 하면 되니까 쉽다 그래서 간다.)

그만큼 병원문턱이 낮고 병원도 많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 테두리 안에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라. 조금만 어디가 불편해도 마트에 가듯이 병원에 간다.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루틴이 당연해졌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모른다. 1989년 우리나라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와 뜻을 모은 몇몇 사람들이 전 국민 의료 보험 시대를 열었다. 치료비가 없거나 너무 비싸서 아파도 치료를 제때 못 받는 가난한 환자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게 목적이었다. 병든 이웃과 가난한 이웃을 생각해 만들어진 것이 전 국민 의료 보험인 것이다. 지금처럼 아무 때나 병원을 들락날락 거리라고 만든 게 아니었단 말이다.

현대의학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의료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의학분야가 현대의학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책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한의학은 확실히 달라 보이니 한의학을 제외하고는 다 같은 의학인줄 알았다. 그런데 크게 보면 현대의학과 대체의학 그리고 자연위생학으로 나뉘더라.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다른데 그냥 현대의학이라고 생각했었다.


계속해서 관리받는다 생각하고 병원에 다닐 생각이라면 모를까 정말 병을 완전히 털어내고 싶다면 현대의학에 100% 내 몸을 맡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광해군이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정책을 펼쳤던 것처럼 의학에서도 중립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으로 몰빵 하거나 치우치는 것은 정말 예후가 좋지 않다.


건강 관련 책을 한 권만 읽어본 사람도 단번에 느낄 정도로 근래에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는 건강 도서들은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해 현대의학을 비판하고 있다. 그것도 맹렬하게.


그럼에도 나는 현대의학을 불신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맹신하지도 않는다.


과거의 나처럼 의학 상식조차 없던 사람들은 큰 병원과 그곳에 있는 의사들을 믿고 의존적인 반면에, 건강 관련 책들을 섭렵한 사람들은 현대의학을 불신하면서 자연위생학이나 대체의학, 한의학, 그리고 민간요법에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낼 만큼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하지만 이렇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태도다. 대증요법으로 치료하는 현대의학도 필요할 때는 꼭 받아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응급처치와 치료를 할 수 있는 현대의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위급한 수술 또는 간단한 시술로 더 큰 화를 막는 것도 모두 현대의학 덕분이다.


사람의 몸에 누구나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깨워 근본치료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체의학이나 자연위생학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안다.


제약 회사의 거대 자본으로 병원시설 지원과 학회 세미나 참가 지원, 학술연구 지원 등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는 현대의학의 의료진들은 대체의학과 자연위생학을 정말 깔아뭉개려고만 하는 경향이 짙다. 같은 의사임에도 최첨단 의학을 모르는 무지하고 허무맹랑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이라 어쩔 수 없다고만 할 것인가?


대체의학과 자연위생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연치유력을 내세워 “항암을 하면 자연치유력이 없어진다. 항암 약물은 독극물이다” 라며 절대로 항암 하지 말고 근본치료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이렇게 자기들의 입장만 고수하는 사람들의 말은 믿지 않는 게 좋다. 참고만 하면 된다.


현대의학이든 자연위생학이든 인도의 아유르베다 같은 대체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민간요법이든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다 취해야 한다. 막내를 간호하면서 깨달았다. 어떤 분야든 무조건 배척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필요하다면 같이 가는 게 현명하다.


건강 서적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도,

한동안 현대의학에 강한 불만을 내뱉곤 했다. 과학과 의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백혈병의 원인도 모르면서 병을 고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투병하는 동안 열이 37.5°C만 되어도 해열제 먹여서 응급실로 무조건 달려오라는데 막상 가보면 해열진통제와 혹시 모를 세균감염에 대비해 항생제를 쏟아붓는 것 외에는 특별히 뭘 더 해주지도 않았으면서 오라고만 했다. 세균감염도 아닌데 원인을 모르니까 일단 광범위 항생제부터 들이붓는다. 항생제는 예방 효과가 있는 약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엄연한 약물 남용이다. 일단 해보는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과 갈수록 더 낮아지는 면역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현대의학의 현장에서 뒷감당은 언제나 환자와 가족의 몫이 된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니 참 씁쓸하다.


우리가 응급실을 다녔던 4년 전만 해도 기본 진료비가 9만 원이었다. 한번 거치기만 해도 9만 원을 내야 했다. 이런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가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은 좋은 열일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열이 나는 것은 면역반응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몸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열이 날 수도 있고 단순 감기로 인한 열은 끙끙 앓고 스스로 떨어져야 감기가 낫는다. 평소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아토피로 고생을 해 본 사람들은 감기로 인해 열이 났을 때를 기회로 삼아도 좋다. 어떤 인위적인 약을 쓰지 않아도 앓을 만큼 앓고 나면 자연스럽게 열이 내리고 저절로 피부가 좋아지기도 한다. 백혈병이라고 해서 꼭 상태가 심각해져서 열이 나는 것도 아닌데 열나면 무조건 응급실로 오라니…쯧쯧.

바로 달려가지 않고 주춤하면 미개하고 이상한 엄마 취급을 했다. 열나면 무조건 타이레놀 계열의 해열진통제를 먹인 후 바로 응급실로 가야 옳다고 여긴다.


3년 4개월 동안 백혈병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응급실에 딱 두 번 간 이후로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 후로도 열은 몇 번 났었지만 그럴 때마다 해열제를 무조건 먹이지도 않았고 아이 상태를 봐 가면서 그때그때 잘 넘겼다.


나도 건강도서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무진장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의 상식이 전부 다 뒤집히는데 혼란스러운 게 당연했다.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나타나고 있는 증상만 없애는데 초점이 맞춰진 현대의학을 내 아이를 위해서 나는 과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판단하기가 너무너무 어려웠고 글쓴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왜 책은 읽어가지고 남들은 하지도 않는 고민을 왜 나는 하고 있는지.. 내가 이렇게 머리 싸매고 고민한들 뭐가 달라지냐고 괜한 화풀이를 허공에 대고 왕왕 해댔다. 꽤 오랫동안 마음에 불같은 기운이 식을 줄을 몰랐다.


이제 네 돌 밖에 안된 아이가 자기의 건강 주권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엄마)로서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봐야 했다. 힘겨운 나날이었다.


항암을 중단할 생각도 해봤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소중한 아이를 지키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암 치료에 접근하는 방법은 미국과 독일이 다르다. 일본과 한국이 다르다. 국가마다 다르고 의사마다 다른데 어느 나라, 어떤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긴단 말인가?

결국 최종적인 치료 선택의 부담은 환자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구한테나 똑같이 효과가 나는 암 치료법은 없다. 개인의 체질이 제각각이고, 개인이 처한 환경이 다르며, 같은 암이어도 암마다 성질이 다 다르다. 같은 2기, 3기여도 진행 속도는 모두 다르다. 열 개의 암이 있으면 열 개의 암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병원 치료는 획일화되어 있고, 이를 표준 치료라고 부른다.


환자혁명 제6장/ 253쪽


막내는 표준이었고 표준 치료 스케줄대로 집중항암치료와 유지항암을 모두 한 번씩만 거쳐 끝냈다. 표준 치료였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이 덜했다. 딱 한 번씩만 해서 항암효과도 좋았던 거니까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항암 치료를 받다가 부작용이 크게 오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물로 바뀌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갑자기 커진다. 게다가 재발이 되면 그동안 했던 항암을 다시 하게 되고 더 세게 하며(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때 항암 효과는 반으로 준다.) 약물이 추가되거나 치료방법이 추가되어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치료비는 빚으로 쌓여만 간다. 악순환의 구렁텅이로 가는 길이 된다.


많은 환자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항암 치료는 할 때만 고생하고 끝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잘못 생각한 거다. 항암 치료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되는 부작용에 시달린다. 영국의 데이터를 인용하면, 약 50만 명이 암 치료 후 건강 상태 악화나 장애를 얻게 됐다는 통계다. 약 35만 명이 만성 피로, 무력감, 성 기능 장애를 호소했고, 약 24만 명이 정신적인 문제를, 약 20만 명이 신경통과 같은 통증 장애를, 약 15만 명이 요실금과 같은 배뇨 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대부분의 항암제가 독극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독극물로 분류되어 특별 관리한다. 독극물일 뿐만 아니라 1급 발암 물질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방암 항암제 타목시펜(Tamoxifen) 자체는 독극물이자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 10원짜리 동전 세 개 정도의 양이 치사량이다. 그래서 의료진들이 장갑을 두 개씩 착용한다. 전혀 다른 장기에 2차 암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하 생략


환자혁명 제6장/ 264-265쪽


우리 아이도 항암 주사실에서 항암을 할 때 의료진들은 얼굴을 가리고 일회용 가운도 걸치고 장갑을 낀 후에 주사 놓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그렇게 자기네들은 몸을 보호하면서 정작 환자는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킨 채 독극물을 혈관으로 밀어 넣었다. 말도 안 되는 이런 모습들이 그냥 벌어졌고 지금도 여전하다.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어찌 저 어린것에게 독극물을 주입하고 견디라고 할 수 있냐는 말이다. 암하나 고치겠다고… 다른 데는 망가지거나 말거나 이건 모두 환자와 보호자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너무너무 무서웠다. 어린것을 엄마인 내가 알면서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데도 난 중단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항암을 멈추는 순간 모든 책임은 내 몫인데 과연 백혈병도 잘 모르고 건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감내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고 무섭고 두렵기만 했다. 그랬던 그때,


항암 치료가 효과를 나타내는 암이 몇 가지 있다. 아동 백혈병 중 일부와 고환암, 특정 종류의 유방암이다. 일찌감치 발견해서 잘라내면 재발하지 않는 암도 있다.  이하 생략


환자혁명 제6장/ 259쪽


이 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말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고 싶었다. 342쪽 중에 겨우 두 줄 될까 말까 하는 이 부분에 나는 목숨을 걸었다. 현대의학을 믿기로 했다.


한참 후에야 안 사실이지만,

막내의 진단명이기도 한 급성 B림프구 백혈병비교적 항암제에 반응이 좋아서 항암제 치료만으로도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확률이 80-95%로 매우 높다는 사실을 대한진단검사의학회지에서 보기도 했다.


막내는 반드시 낫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더 이상 현대의학과 내 아이가 받을 항암치료만큼은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내 아이가 살 수 있다면… 믿고 싶은 대로 생각했다. 그리고 막내의 항암이 스케줄대로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암은 암으로 죽는 것보다 부작용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그렇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에는 부작용을 잘 관리해서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왜냐하면 항암부작용이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의 병원이란 곳은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냉정한 곳이기에 항암도 효과가 있는 환자에게만 해준다. 기대효과가 없다면 바로 치료를 중단하는 곳이 병원이다. 치료를 하다가도 희망이 없어 보이면 최선을 다했지만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며 나가라고 하는 곳이 병원의 민낯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아이와 부모를 보았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고 피도 눈물도 없는 병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 나오기 위해 나는 내 아이와 정신을 가다듬곤 했다.


2019년 5월에

막내는 4차 항암이 끝나고 한 골수검사에서 재발소동이 벌어졌었다.

골수검사 하고 깨어나 5차 항암 첫 번째 약물이 들어갔는데 그날부터 열흘동안 너무너무 잘 쉬고 잘 놀다가 5차 두 번째 항암을 하러 간 2019년 5월 27일, 날벼락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날 이후 모든 항암이 중단됐었다. 당장 입원해서 이식 절차를 밟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는데도 입원을 보류했다. 아는 게 없어서 말을 아꼈다. 묵비권 행사로 입원은 계속 연기되었고 그러는 동안 재발이 아님을 끝까지 밝혀내야만 했다. 막내의 혈액수치나 컨디션이 계속 좋았고 재발이라고 의심할 증상들은 1도 없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치료스케줄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간호사님께 막내의 몸상태가 정말 너무 좋다고 믿을 수가 없으니 다시 한번 검토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드렸다.

그랬더니 이제 곧 나타날 거라며 현재 골수검사 상태로는 악성 종양 세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연히 지인이 알려준 용어만 듣고 혹시 ‘헤마토곤’ 일 수도 있으니 재고해 달라고 거듭 부탁을 드렸다.


hematogones

헤마토곤은 ‘혈구소아세포’라고 하는데 정상세포이다. 간혹 급성림프모구 백혈병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세포이기도 하다. 흔한 경우는 아닌 것 같다. 2009년 5월 16일 골수검사 결과 그동안 5% 미만으로 잘 떨어져 있던 암세포가 갑자기 13%로 뛰면서 재발이라고 했다. 헤마토곤으로 보이려면 보통 7-8%가 나와야 하는데 막내는 13%라서 악성종양세포로 판단이 기울어져 있었다. 막내를 믿고 내 자신을 믿으며 헤마토곤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골수검사를 세 번이나 했다. 막내는 몸이 과하게 회복이 되면서 헤마토곤(혈구소아세포)이 갑자기 늘어난 것인데 비정상 세포와 구분이 어려워 재발이라고 했던 것이다.


2019년 6월 10일(월요일)

세 번째 골수검사 결과 2.8%로 관해 되어 재발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교수님과 전문간호사님께서도 헤마토곤으로만 보인다고 했다. 드디어 살았다. 막내가 이겼다. 우리가 해냈다.


피 말리는 시간을 견뎌야 했지만 이때 내가 견딘 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본의 아니게 항암이 늦어졌고 5차 항암이 예정대로 시작된 후 폐렴에 걸려  또 한 번의 위험한 고비도 간신히 넘겼다. 항암 효과를 높이려면 항암 치료 간격도 매우 중요하다고 들어서 그 이후로는 스케줄대로 치료받게 하려고 부단히 애썼다.


대체의학과 자연위생학 이론에 부합하는 자연치유력을 알게 되면서 글리코영양소를 들어 알게 되었다. 처음에 글리코영양소를 알려준 사람은 일본에 사시는 시이모님이었다. 그런데 처음 들었을 땐 2차 항암을 막 준비하고 있었고 병원을 다니며 막내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란 때였다. 알아볼 여유도 없었고 처음 들어보는 낯선 용어에 거부감만 있었다.


30개월 밖에 안된 아기에게 병원에서 주는 약도 아니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제품을 어떻게 먹이라는 것인지...

시이모님이라는 분이 이해가 안 갔다.


수시로 톡을 해대는 시이모님의 메시지를 무시해 버리고 내가 먼저 연락드리기 전까지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나도 시간이 필요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고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글리코영양소에 대해 나오는 과거의 책자부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있는 책까지 모두 읽어봤다. 다행히 두꺼운 책은 별로 없었고 다 같은 내용이었다. 미국에 있는 M건강기능식품회사에서 특허받아 단독으로 글리코영양소 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 사무실이 있다는 것까지도.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내를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알아봐야만 했다. 이론대로라면 꼭 먹여보고 싶었다. 한국 사무실에서 현역 의사들의 강연이 있는 날에는 꼭 찾아갔다. 먹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긴 했는데 어떻게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는 자세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다단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몸이 낫는다는데 다단계든 네트워킹 제품이든 뭐가 문제인가?


2019년 1월 18일, 먹이기로 작심한 날부터 치료가 완전히 끝나는 날까지 거의 매일 먹였다. 항암 부작용 최소화와 전이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먹였다. 일 년 365일 같은 일을 꾸준히 계속하는 것은 위대함을 만든다는 사실을 나는 이때 깨달았다. 병원에서 얘기하는 약물상호작용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학교 가듯이 병원에 가서 채혈을 했는데 채혈 수치에 글리코영양소로 인한 나쁜 변화는 전혀 없었다. 누구는 간수치가 확 올라가니까 그런 거 함부로 먹이면 큰일 난다 했지만 정말 이런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근거 없는 이상한 거 먹지 말고 알아볼 만큼 알아보고 근거 있게 먹기를 바란다. 병원에서 알려주는 것 이외에 몰래 뭘 하면 큰일 난다는 공포에 환자와 보호자는 손발이 묶인다. 공포에만 떨지 말고 알아볼 만큼 충분히 알아보고 공부한 후에 그 무엇이든 합당하면 취하라. 독하디 독한 항암으로 심하게 토하거나 속이 울렁거릴 때 빼놓고는 나는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먹였다. 치료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도 1년 간은 거의 매일 먹였고 치료종결 2년 차인 올해는 경제적인 부담도 있고 스스로 이겨낼 힘도 어느 정도는 생긴 듯싶어 자주 먹이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늘 한편에서는 계속해서 먹이기 위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비싸서 부담이지 제품은 확실하니까. 글리코영양소가 아니어도 찾아보면 좋은 제품은 아주 많다. 지금의 다단계 제품은 과거의 불법 다단계 제품과는 다르다. 합법적이고 좋은 제품은 얼마든지 있으니 공부하시길.


막내가 급성림프모구백혈병으로 2년째 한참 치료를 받고 있던 2020년 3월, 나는 첫째의 아토피를 뿌리 뽑기로 작정했다.

막내 간호만으로도 너무 벅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급한 첫째의 아토피는 방치하다시피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좁쌀만 한 여드름 같은 게 몸통 전체에 퍼진 모습을 보고 근처 피부과를 갔다가 그곳에서 더 이상의 병원치료는 의미가 없음을 결론 내렸다.(당시에는 병원과 가까운 오빠네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가 유치원 겨울방학을 이용해 잠깐 와 있었다.)

젊은 여의사의 한마디가 나를 빡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 (우리 병원에) 하루 100명도 더와요. 먹는 약이랑 연고 처방해 줄 테니 받아 가세요.


말이 'ㅏ'다르고 'ㅓ'다르다고. 목소리도 쌀쌀맞은 게 순간 멱살을 잡을 뻔했다.


"비싼 수업료 내가면서 의대공부해 놓고 고치지도 못하면서 약만 주는 게 자랑이냐. 그런 게 의사라면 나도 의사 한다."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나도 순간 너무 흥분한 상태라서 감정을 눌러야만 했다.


약국에서 약봉지를 받아 든 순간 또 한 번 화가 치밀었다. 연고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연고가 단계별로 들어 있었고 스테로이드 성분의 로션, 긁다가 상처가 나면 바르는 약, 상처가 고름이 되었을 때 바르는 약 등 앞으로를 대비한 것까지... 봉지에 꽉 찬 약들을 보니 화가 눌러지지 않았다. 그날 난 처방받은 약들을 봉지째 모두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결심했다. 증상만 일시적으로 누르는 현대의학의 대증요법은 이제 그만하고 이제부터는 진짜 근본치료를 하자고. 두고 보라고! 그렇게 첫째의 아토피 치료는 시작되었다.


막내한테 먹이고 있던 글리코영양소를 첫째에게도 먹였다. 독소를 배출시키고 세포를 재생시켜 준다는데 먹여야지.


스테로이드제를 끊고 나니 리바운드 현상으로 왼쪽 발목에만 있었던 아토피가 전신 아토피가 되었다. 몸속에 있던 독소가 모두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눈으로 보았던 아토피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미칠 듯이 가려워 긁어대는 첫째를 못 긁게 하는 것이 내 일이 되었다.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정확히 6개월.

말이 6개월이다. 밤마다 벅벅 긁어대는 소리에 깨서 첫째의 손을 꽉 붙들고 가려운 부분을 톡톡톡 두르려 주느라 잠 한숨을 편히 자본 적이 없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한두 시간마다 깨서 젖을 먹이거나 분유를 타서 먹이느라 잠을 못 자는 산모의 고통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피가 나고 진물이 나와도 무의식 중에 막 긁어대기 때문에 막아야만 했다. 치료 도중에 이러면 2차 감염이 생겨 치료는 치료대로 늦어지고 상황만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절대로 긁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톡톡톡 두드려 주는 건 괜찮다. 시기마다 다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요 시트에 핏자국과 진물자국이 있었고 어느 시기 동안은 각질이 우수수 떨어져 있기도 했다. 요 시트를 수도 없이 빨았고 햇볕에 소독하는 게 아주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병원 약만 끊은 게 아니었다. 병원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말하는, 수시로 보습에 신경을 써 주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가뭄에 메마른 땅이 쩍쩍 갈라지는 것처럼 피부가 갈라져도 치료 중에는 가능하면 보습을 해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치료를 늦출 뿐이고 발라줘도 아프기만 하다. 나도 보기에 너무 안쓰러워서 좋다는 오일이며 보습 로션, 크림을 몇 번 발라 주었는데 피부상태가 정상이 아니라서 아프고 쓰라리다고 비명을 지르고 막 울어대기만 했다. 책이 맞았다. 아토피 관련해서 근본 치료를 하고 있는 책들에서는 하나같이 치료 중에는 가급적 보습을 해주지 말라고 쓰여 있다. 정말이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 주면서 수시로 보습 로션이나 크림 발라주라는 의사의 말을 계속 믿고 따르다 보면 아토피는 죽어도 낫지 않는다. 그리고 근본치료라고 함은 스테로이드 치료와는 정 반대대는 원리로 움직인다. 스테로이드는 피부에 나타난 증상을 안으로 들어가게 해서 마치 나은 것처럼 보이는 반면에 근본치료는 몸속 독소와 찌꺼기가 피부로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점점 심해지고 도저히 나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한동안은 글리코영양소를 먹으면 먹을수록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니까 시부모님께서 나를 이상하다고, 애 잡는다고 하실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꾹 참고 첫째에게 계속 먹였다. 먹인 보람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첫째를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엄마말 믿어주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고 대견하다고 첫째를 꼭 안아주었다. 첫째도 나에게 세상 그 어떤 말보다도 감동적인 말을 해주었다. 병원에서 못 고치는 것을 엄마가 고쳐주었다고.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이제는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게 되어 너무너무 좋다고 했다.

사실 내가 고친 건 아니지만 정말 기뻤다.

글리코영양소가 아이 몸속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세세하게 알려면 용어도 어렵고 원리도 어렵다. 아이가 어리니까 좋은 제품을 선택해 주는 게 내 의무였고 비싸지만 먹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피부에 나타나는 병은 피부의 문제가 아니라 몸속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속에 있는 병을 밖으로 다 드러내야 그 속에서 새살이 돋아나오면서 피부 표면에는 각질 형태로 일어난다. 그런데 그 각질도 떼고 싶다고 억지로 떼어내면 안 되고 저절로 떨어져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정상 피부로 돌아온다. 치료 중에는 심해졌다 조금 괜찮아졌다 다시 심해지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절대로 요구된다.


시간을 두고 관찰을 하면 극적인 피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드라마보다 더 재밌고 유익하다. 인체의 신비로움을 현장에서 목격하면 소름이 돋는다. ‘자연치유력’이 제대로 작동하는 순간 회복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글리코영양소를 먹으며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일부 사진들이다.


첫째는 참 대단했다. 여덟 살 어린것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난리일 때마다 나를 두둔해 주었다. 엄마인 나를 절대적으로 믿어준 것이 진짜 고마웠다.


내가 너무 몰라서 7년 가까이 애를 고생만 시켰는데… 당장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이 아니라고 해서 심각하지 않은 게 아닌데 막내 치료를 우선시하며 첫째와 둘째를 방치했는데도 엄마라고 아이들은 나를 지지해 주었다. 그 공이 컸을까? 6개월이란 시간이 흐르자 첫째의 피부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몸에 좋지 않으니 라면과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단짠단짠 자극적인 음식 등 이런 것들을 먹이고 싶지는 않으나 밖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먹게 된다. 기분은 내키진 않지만 먹어도 지금은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니 너무 많이, 자주 먹지만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첫째의 아토피, 막내의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이 고쳐졌다. 증상 완화가 아니라 완전히 고쳤다. 앞으로는 건강하게 관리하고 지키는 게 나의 의무다. 자만하지 말고 몸의 원리를 깨닫고 순리에 맞게 그렇게 지켜나갈 것이다.


아픈 사람들이든, (지금은) 건강한 사람들이든 사람들이 하나의 치료에만 너무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환자혁명> 서론에서 마지막 다섯 줄을 인용하면 이렇다.

환자가 주체가 되어 중심에 서지 않으면
그 어떤 병도 고칠 수 없다. 의사들은 그저 관리만 해줄 뿐이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을 하는 이유다. 사람들에게 전해줄 정보는 넘쳐난다. 나의 건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남에게 맡길 것인가? 스스로 책임질 것인가?


환자들을 향해 ‘병원에 오라’고 외치는 대신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의사 조한경 님의

위 서론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래서 의학적 지식이 많이 부족하지만 용기 내어 두 아이를 병으로부터 탈출시킬 수 있었다. 지금도 백과사전처럼 틈틈이 꺼내본다. 읽으면 읽을수록 놀랍다. 평생 이 책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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