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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힘든 이들에게 가장 큰 위로

by 홍성화
한동안 나의 표정이 꼭 이랬다.


갱년기가 오지도 않았는데 자꾸 울적해졌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왜 그랬을까?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집안을 훤히 들여다보듯

마음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요즘 <나의 아저씨>를 보고 있다.

2018년 3월에 tvN에서 방영되었던 16부작 드라마다.

11화까지 봤다. 결혼하고 아이 셋 육아는 그야말로 전쟁통이었다.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긴 걸까?

참 희한하게도 보려고 본 건 아니었는데 보게 됐다.




지난달 2월 22일에는 친정에도 갔다 왔다.

겨우내 했던 친정 부모님 댁 리모델링공사가 드디어 끝나고 아빠 생신 겸 해서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 나이가 마흔다섯. 아빠는 그때가 아빠 인생에서 전성기였다.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렵게 소 중개 일을 터득하셨다.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모셔가듯 아빠를 찾았다. 스스로 일궈낸 성과로 지금의 집을 지으셨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그런 집이었다.


1992년 산 신축 건물이 33년이 지나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오빠와 새언니가 맡았다. 새 집을 짓는 것처럼 전체를 손봤다. 갈수록 연세가 많아지는 엄마•아빠를 위해 보다 편리하고 건강하게 생활하시도록 설계했다. 마당 경관을 제외하고 집만 평당 350 만씩 해서 1억 2천이 넘게 들어갔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첫째인 오빠는 없는 집에서 태어나 지독하게 살았다. 서울에서 첫 직장을 잡고 살았을 때는 집이 없어 회사 창고에서 지냈다. 짐더미 위에 대충 매트리스 하나 깔고 잠만 거기서 자고 씻는 것은 근처 헬스장에서 해결했다고 했다. 하루도 아니고 일상생활을…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지금은 직원 열두 명을 두고 있는 회사 대표이고 마흔 초반에 이미 새 집을 장만했다. 땅도 사고 건물도 올렸다. 대충대충 하는 법이 없다. 임장을 다닐 때도 얼마나 집요하고 꾸준한지 모른다. 땅을 사고 그 땅에 좋은 일이 생기는 이유도 오빠를 보고 있으면 알 것 같다.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나도 오빠가 얻는 결과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니다 보면 오빠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그러면서도 생색내지 않고 항상 겸손하고 겸허하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쁜 사람이 에너자이저처럼 지칠 줄 모른다. 약속 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늦잠을 자거나 게으름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신중하게 고민한 뒤 행동으로 옮길 땐 망설임이 없다. 새벽에 일어나 늦은 밤까지 일하면서 힘들다 내색 않고 일에서는 누구보다 철두철미한 모습을 많이 봐왔다.


삶의 전쟁터에서 지독하게 몸으로 겪고 뼈저리게 느낀 것들이 오빠를 아주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인생에서의 성공은 학교 다닐 때의 성적순과는 별개임을 오빠는 똑똑히 보여줬다. 분명 공부머리는 아니었는데 일머리는 기막히게 돌아가는 사람이다. 오빠가 젊은 날 어떻게 살아왔는지 직접 봤기 때문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인물들의 성공보다 오빠가 이루어 낸 성과가 나는 훨씬 더 대단해 보인다.

코로나 때에도 오빠는 잘 나갔다. 쉰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잘 나간다.


오빠 덕분에 친정집이 호텔로 변신했다. 너무 많이 오른 건축자재값 탓에 리모델링을 엄두도 못 내는데 오빠는 했다. 그것도 제대로. 밖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벽돌집인데, 내부를 보면 고급 브랜드 아파트보다 더 고급지다.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시는 분들이 벽지, 타일, 마루, 문, 조명 등등 하나하나에 깜짝깜짝 놀랐다고 한다. 오빠 사업만으로도 바쁜데 부모님을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쓰고, 돈과 시간 모두 투자해서 리모델링을 한 오빠한테 말할 수 없이 고맙다. 그저 고맙다. 하룻밤을 자고 왔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도 놀라워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런데 고마운 것과는 별개로 한동안 나의 감정 상태가 좀 이상했다. 똑같이 하루 24시간, 순간순간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나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오빠를 보니 내 인생은 한순간에 망친 느낌이 들었다.


비교 대상부터가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너지는 것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오빠와 나의 경험이 다르고 시작도 다르고 많이 달라 비교할 수가 없는데도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다. 오빠가 잘 산다고 해서 부럽지는 않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니까. 잘 나간다고 생색내지도 않고 검소하게 사는 오빠가 오히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시기 대상이 될 수 없다. 탄탄하게 부를 쌓은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잘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오빠는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오히려 나의 현 상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으니 감사해야 하는데, 당장은 마음이 그랬다.

순간순간 처지고 우울했다. '내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웬만한 일에는 충격도 받지 않고 매우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너무 쉽게 흔들려버렸다.




[나의 아저씨]를 보면 1화부터 3화까지는 대사도 거의 없고 재미도 없다.

갑갑하게 느껴지는 현실만 보여준다. 숨이 안 쉬어질 것 같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얘기에 한숨만 나온다.

서서히 짜증도 올라오고 이걸 계속 봐야 하나 그러면서도 보는데, '조금만 더 봐보자! 뭔가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아저씨]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중년의 현실이 나온다.

40대 아저씨 삼 형제가 나오고,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부모가 진 빚마저
그대로 떠안은 채 거칠게 살아온
21살 여성도 나온다.

각자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를 통해 치유하게 되는 과정이
진한 감동으로 그려져 매력이 넘친다.
보통의 드라마가 아니다. 보면 볼수록
너무 현실적이라 안타까웠다가도
끝내는 펑펑 울게 된다.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나의 아저씨], 명품 인생 드라마다.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일에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꾸며낸 소설이었다면 이토록 와닿을까?


빠져들 수밖에 없는 대사들이 너무나 많아 전부 다 놓치고 싶지 않다.

부분 다시 보기를 반복하며 대사에 몰입한다.

드라마를 이렇게 보기는 처음이다. 배우가 말을 예쁘게 해서도 아니고 고급진 단어가 들어가서도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꾸밈이 없다. 그냥 일상이다. 너도 겪고 나도 겪는 그저 그런 일상! 그걸 뼛속까지 잘 드러내다 보니 보는 순간, 듣는 순간 대사들이 즉시 흡수된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모습과 눈빛, 표정, 대화, 한숨, 고민 등등. 부분 다시 보기를 반복하며 대사를 빨아들인다.

어떻게 표정, 한숨까지도 저렇게 잘 표현할까 싶어 먹먹하기도 했다가, 숨죽이며 보다 화도 났다가, 멈추지 않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다가..


이런 드라마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나의 아저씨] 제작팀들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40대 아저씨 삼 형제 중 막내인 기훈이 취중에 둘째 형인 동훈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형, 나~ 쓰레기봉투에 들어가고 싶었어.
20년간 영화판에서 내가 한 일은
기다리는 거밖에 없었어, 기다리는 거.
이 나이 되도록 작은형한테 용돈 받아 쓰고
내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쓰레기봉투에 들어가고 싶었어.

어디서 상품권 생겼다고 하면서 준거
형이 사서 준 거 다 알아.
맨날 형한테 돈 받아 쓰는 거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상품권 사서 어디서 생겼다고 하면서 준 거 내가 다 알아.

내가 진짜 때깔난 영화 만들어서 잘난 척
제대로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기훈의 탄식)

이제는 돈 벌어서 내가 형 참치 사 주고 싶어. 어? 참치 사 줄게!

동훈 : 비싼 거 사, 새끼야
인당 9만 원짜리, 어?


남자들의 대화와 여자들의 대화는 느낌이 다른데, 나는 위 대사처럼 이런 느낌의 대화가 참 맘에 든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분명 중년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라고 했는데, 난 왜 이렇게 좋아할까?


위 장면을 보며 나를 살펴본다.

누구한테 손 벌리고 사는 인생은 아니지만 내 인생도 기훈과 별반 다르지 않고 그저 평범해서 뼈저리게 공감이 갔다. 한숨은 쉬지만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겉과 속이 같은 형 박동훈의 모습도 잔잔하게 닮고 싶다.


처음이다. 드라마 전체를 극찬하게 된 건.




나는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수집도 좋아해 거실에 있는 붙박이 책장엔 내 책만으로도 빼곡하다.

책을 사도 바로 읽기보다는 우선 꽂아놓고 그때그때 당기는 책을 읽는 먼저 읽는다. 모든 건 그에 맞는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에 방영되었지만, 나에게는 2025년 지금이 [나의 아저씨]를 볼 때였나 보다.


주인공 아저씨인 박동훈(故 이선균)은 45세 가장으로 대기업 삼안 E&C에서 ‘구조 기술사’로 나온다. 삼 형제 중 둘째이고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제일주의인 인물로, 사내에서 눈에 띄는 걸 불편해하고 나대는 재주가 없는 성품이다.


능력은 있지만 승진에 대한 욕심이 없고 정치질도 잘하지 못해 매번 승진에서 밀린다. 대학교 후배인 도준영(김영민)이 회사 사장이고 한직인 안전진단 팀으로 밀려났어도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일한다.


게다가 아내 윤희(아지아)는 도준영과 불륜관계다.


퇴근하면 항상 삼 형제가 모여 술을 마시고, 어렸을 때 함께 어울려 놀던 동네 친구, 형들과 늘 모이는 동네 술집에서 매일 만나다시피 한다. 삼 형제 중 제일 속이 깊고 듬직한 둘째로 본가 식구들 뒤치다꺼리를 다 하다 보니 아내 윤희는 늘 소외당하는 느낌에 외롭다. 남편 마음을 얻고자 시어머니한테도 잘하고 시가 식구들에게도 잘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자 외도를 한다.


제4화 중 아내 윤희의 대사를 보면 동훈이 어떤 남편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동훈씨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였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남자야. 성실하고 착하고.
근데 사람이 좀 쓸쓸해.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도 쓸쓸하게 해. 내가 별짓을 다 해도
나 때문에 행복해질 사람이 아니구나.
항상 뭘 잃어버린 사람 같았어.
뭘 잃어버리긴 했는데 그게 뭔지.
뭘 잃어버렸는지 몰라서 막막해하는
사람 같았어. 그러다 체념한 것 같았어.
‘아, 잘못 왔구나’
’여긴 내가 있을 세상이 아닌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가족에 대한 의무는
성실하게 다하는 답답한 인간

아, 지겹다.
내가 바람날 만했다고 이유 찾는 거.


어떤 상황에서도 외도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대사 속에서 아내 윤희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방송 중반에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박동훈의 대처가 침착하고 놀랍다. 왜 작품성이 뛰어난지 알게 된다. 정말 단순 드라마가 아니다. 걸작이다. 상상만으로 그럴듯하게 쓰기에는 부족한 드라마다. 작가의 내공이 부럽다.


같이 사는 아내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숨 막히게 하는 인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갈수록 '박동훈' 그의 성품에 빠져든다. 무모하게 다짜고짜 화를 내거나 저지르지도 않고 그저 순리대로 살아가며 신중하고 따뜻하다. 요란스럽지도 않고 누가 뭐래도 자기답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라서 담백하고 멋있다.


기획의도에도 나오듯이 아홉 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고 타성에 물들지 않은 날카로움도 있다. 사람에 대한 본능적인 따뜻함과 우직함을 갖고 있는 아저씨.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람의 매력’을 하나씩 보여주는 아저씨. 그의 대사와 몸짓, 표정, 숨소리 등 보고 듣고 있으면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나의 아저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자 주인공, 지안이 어느 날부터 동훈을 뒤흔든다.

거칠고 무모한 스물한 살의 아이. 말에도 거침이 없다. 칼로 푹 찌를 듯이 서늘하다. 하지만 그 아이가 동훈의 인생을 안다. 너무 잘 안다. 동훈이 어디에 눈물이 나고, 어떨 때 마음이 고요해지는지를 기가 막히게 잘 안다. 나이 마흔다섯에 자기 존재감을 느끼고 들여다보게 된다. 이 아이 덕분에.


이 아이가 아이유(본명 이지은)다. 21세의 이지안.

박동훈 부장과 같은 사무실에서 파견직으로 일한다. 중학생 시절 자신과 할머니를 괴롭히던 사채업자를 죽였다. 살인은 정당방위였고 지안은 수감생활을 통해 충분히 죄의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사회는 늘 지안에게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부모가 진 빚마저 모조리 떠안은 채 아르바이트와 각종 불법을 행하며 돈을 벌고 빚을 갚아 나간다. 동훈은 그런 지안을 자신의 부서에 계약직으로 뽑았다. 이력서 특기란에 쓰여 있는 '달리기'에 끌려서. 스펙이 줄줄이 나열된 그 어떤 이력서보다도 달랑 '달리기' 하나만 쓰여 있는 게 쎄 보였기 때문이란다.


냉혹한 현실을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겨우겨우 버티며 비딱하게 사는 가여운 지안. 여섯 살에 병든 청각장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져 어렵게 살아왔다. 꿈, 계획, 희망 같은 단어는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다. 버는 족족 사채 빚 갚느라 바쁘다.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일하고, 닥치는 대로 먹고 닥치는 대로 산다.


냉정한 세상과 인간에 대한 냉소와 불신만이 남은 차가운 아이.

그런 지안에게 박동훈 아저씨는 진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그러면서 얼음장 같던 마음이 서서히 녹는다.


7화를 보면 지하철 안에서 대화 장면이 나온다.

동훈 : 부모님은 계시나
할머니땜에 물어보는 거야.

지안 : 돌아가셨어요, 두 분 다

동훈 : 할머니한테 다른 자식은?
지안 : 없어요.
동훈 : 근데 왜 할머니를 네가 모셔?
요양원에 안 모시고?
지안 : 쫓겨났어요. 돈을 못 내서
동훈 : 손녀는 부양 의무자 아니야.
자식 없고 장애 있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돈을 못 내서 쫓겨나?
(지안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동훈을 바라본다.)

아, 혹시 할머니랑 주소지 같이 돼 있냐?
(답답한 한숨)

주소지 분리해. 같이 사는 데다가 네가 소득이 잡히니까 혜택을 못 받는 거 아니야.
주소지 분리하고 장기 요양 등급 신청해.

그런 거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냐?

그리고,

10화를 보면 진짜 위로와 힘이 되는 말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지안이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다 드리고 걸어가면서 나누는 대화 중 일부다.)

(생략)

지안 :
사람 죽인 거 알고도 친할 사람이 있을까
멋모르고 친했던 사람들도 내가 어떤 애인지 알고 나면 갈등하는 눈빛이 보이던데
'어떻게 멀어져야 되나'

동훈 :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름대로 살아. 좋은 이름 두고 왜


이밖에도 기억하고 싶은 대사와 표정은 숱하게 많다.

이 글에 다 담고 싶지만 지금까지 쓴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았고 치유가 되었다.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현실은 과장되지 않고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에게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라서 처음에는 답답하기만 했는데 보면 볼수록 눈물이 났다. 여러 번 펑펑 울었다. 운전하다가도 마흔다섯이 내게 주는 감정에 북받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흘린 눈물보다 요즘 흘린 눈물이 더 많을 거다. 미치겠다. 작품성에 놀라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인생드라마 #나의아저씨


이제 다섯 편 남았다.

끝까지 보고 싶은 드라마다. 배우 이선균의 성품도 박동훈과 똑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2023년 12월 말, SBS 연기대상에서 박성웅 배우의 수상소감은 이선균 배우를 더욱더 그립게 만든다.

눈물을 애써 참아가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꺼내는 말들이 그대로 느껴져 더욱 슬펐다.


수상 소감보다는 그냥 편지를 하나 쓰고 싶네요. 이제 더 이상 아픔도 걱정거리도 없는 평안한 세상에서 편하게 쉬기를 빌겠습니다.
오늘 너를 하늘나라로 보낸 날인데, 형이 이 상을 받았다. 언제나 연기에 늘 진심이었던
하늘에 있는 너한테 이 상을 바친다.
잘 가라 동생.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 역의 연기가 이선균과 너무 잘 어울렸다. 그만큼 진심이었겠지. 박동훈이 이선균이고, 이선균이 박동훈 같았으니까.



최근까지도 억지로 어쩔 수 없이 견디며 지냈다.

사는 게 귀찮고 엉망진창인 것 같은 생각에 힘들었다.

동훈: 억지로 산다.
날아가는 마음을 억지로 당겨와, 억지로 산다.

겸덕 : 불쌍하다. 니마음.
나 같으면 한 번은 날려주겠네.


딱 이 느낌이었다.

중간에 찐 대화는 생략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드라마에서 확인하시기를..

동훈아~
행복하자, 친구야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나한테 해주지 뭐.

“성화야, 행복하자!

지금 네 감정은 소중하지만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 잘 지나갈 수 있게 덤덤해지자!


정말 그런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니다. 마흔다섯에 아빠와 오빠처럼 이뤄놓은 게 없다고 내 인생이 끝난 건 아니다. 내 전성기는 더 늦을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괜찮다. 이제 그만 힘들어 하자! 그냥 나답게 살면 된다. 다 이룬 것 같지만 오빠가 이루지 못한 게 나에게도 분명 있다. 그걸 기억하고 나다움에 충실하자!


지금 괴롭고 힘든 게 나의 인생에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인생사가 어디 늘 기쁘고 신나고 즐겁기만 할까.

지금 어렵고 힘들다고 계속 어렵기만 할까

“人間萬事塞翁之馬(인간만사새옹지마)”라는데.. 전화위복이란 말도 있는데.. 견디자!

결코 나만 힘들지 않다.

경제적인 상황도, 중년의 위기도 결코 나만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아니니 잘 지나가 보자!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덧붙임 말 :

각자 사정은 다르겠지만,

이 글이 지금 힘든 분들에게 엄마 품속같이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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