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혼내기 전에 깨우쳐 주세요!
2021년 3월 30일,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26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두 번 떨어지고 합격했는데, 그 어떤 시험에 합격한 것 보다도 훨씬 더 기뻤다.
시부모님 포함 일곱 식구가 한 집에 살면서 그 틈을 비집고 책을 읽었다. 학교 다녔을 땐 수면제였던 책이 엄마로 살면서부터는 피로회복제로 바뀌었다.
꾸준히 읽다 보니 쓰는 것도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공모전에 내면 입선에도 들지 못했다. 우연히 본 칼 폴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 희망을 주었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글쓰기 연습이었다.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했다. 잘 쓰든, 못 쓰든 꾸준히 쓰고 있다. 벌써 5년 차 블로거가 되었다.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작가처럼, 나도 내 안에 있는 나만의 수다를 쏟아냈더니 브런치 작가도 되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다양한 글들이 매일 새롭게 올라온다. 최근에 폐렴에 관한 글을 보고 있었을 때였다. 도움 되는 정보를 발견하자마자 무심코 "Ctrl + C" 단축키를 눌렀는데 다음과 같은 안내창이 떴다.
brunch.co.kr 내용:
저작권 보호를 위하여 브런치 작가 본인만 글을 복사할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순간 당황했다.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처음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 3월 9일 자로 발행한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에서 동영상을 삽입했는데, 화면이 다음과 같이 바뀌어 있었다.
이 또한 브런치의 저작권 보호 기능이다.
브런치 스토리는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에서도 저작권 보호 장치를 갖고 있었다.
‘저작권 침해’라고 겁을 주는 게 아니라 안내 창을 띄워 조용히 깨우쳐 주었다. 고마웠다.
카카오는 브런치 작가에게 저작권을 주고 있다는 걸 뒤늦게서야 알았다.
브런치 이용약관에 따르면,
-작가는 자신이 작성한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보유한다.
-작가의 동의 없이 상업적 이용을 하지 않으며, 플랫폼 운영 목적에 한해서만 게시물을 사용할 수 있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의도를 갖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는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이럴 땐 누군가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규정을 어겼다고 혼내기부터 한다거나 왜 그랬냐며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 정말 모르고 그랬을 수도 있다.
더욱이 ‘저작권’ 같은 경우는 ‘소유권’보다 이해가 어렵다.
나는 책을 사서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내돈내산으로 책장에 한 권씩 꽂아놓는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그런데 책장에 있는 책의 소유권은 나한테 있지만, 책의 저작권은 그 책을 쓴 작가에게 있다. ‘내 책’이기도 하면서 그 책을 쓴 ‘작가의 책’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책은 작가의 사상이 담겨 있고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갖는 것이다.
이처럼 소유권과 저작권은 다르다.
갖고 있는 책들의 뒤표지를 다시 들춰봤다.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 및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대부분 이렇게 씌어 있다.
“당신은 저작권법을 어겼습니다.” 또는 “저작권 침해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위협적이지도 않고 기분도 상하지 않는다. 이런 방법이 좋다.
직설법은 감정부터 상하게 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창작자로서 내 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글 끝에
2025 by [홍성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렇게 쓴다. 비공식적인 방법이긴 하나 심리적인 억제 효과가 있어 저작권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의도적으로 도용하려 하는 자, 무심코 도용할 뻔 한 사람 모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
창작자는 저작권을 지키고
이용자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에티켓이다.
이런 문화가 널리 퍼져야 한다.
나의 창작물만 지키기에 급급해서도 안된다.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저작권법이 이전보다 더 도드라졌다.
생성형 AI로 콘텐츠가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지다 보니 AI로 만들어지거나 수정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네이버는 작성자가 직접 AI 활용 여부를 표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게시물 작성 시에 AI를 활용한 이미지·동영상을 이용하는 경우, 작성자가 이를 쉽게 표시하여 알릴 수 있도록 'AI 활용 설정'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AI 활용'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정말 그런지 해봤다.
➀ 저작권 글 공모전 사진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
➁ 터치하는 순간 오른쪽 아래에 AI 활용 표시가 떴다.
➂ 체크 표시를 하고 글을 발행했더니
➃ 아래와 같이 'AI 활용 아이콘'이 표시되었다.
현재 블로그, 카페, 네이버 TV, 클립 서비스에서 확인 가능하고, 앞으로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뉴스 기사 하단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라는 경고 문구를 봤었는데 요즘에는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말이 덧붙여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사실 만으로도 생성형 AI로 인해 저작권 관련 문제가 더욱더 복잡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9월, 개정된 저작권법이 시행된 후로도 16년이 지났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보호가 미흡한 영역이고 나뿐 아니라 사람들도 여전히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로 법만 들이대면 저작권법을 어기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게 된다. 나쁜 의도로 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문화가 성숙하지 못해서 국민 대부분이 잘 모른다면 법을 어기지 않도록 나라는 교육을 해야 한다. 국민은 배워야 하고.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과 『어린이 저작권 교실』 덕분에 무지했던 나도 눈을 떴다.
특히 『어린이 저작권 교실』은 초등학교 교과서 연계 도서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에서도 저작권을 배운다는 건 모두가 알아야 할 때라는 뜻이다. 지금이 모두 저작권법을 알아야 할 최전선인 것이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AI시대, 누구나 창작자가 되고 동시에 누구나 이용자로 살고 있는 시대. 서로가 지키고 보호받으려면 의식을 가져야 한다. 배워야 한다.
무심코 저작권을 침해하기 전에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안내 창이나 경고 문구를 더 자주 만나면 좋겠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계속 만나면 의식하고 인지하게 된다. 교육이 된다. 몸으로 느끼게 된다. 비공식적인 방법이기는 하나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 법만큼이나 강력한 효과를 거둘 것이다. 저작권은 특히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권리’라는 점에서, 글을 올릴 때, 사진•동영상을 삽입할 때 나부터도 더욱더 신중해야겠다. 창작물이 소중하게 다뤄지도록 우리 모두가 저작권자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글쓰기 플랫폼에게 다시 한번 더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