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의 옛날이야기

나의 첫 낭독

by 홍성화

1992년 서운국민학교 5학년 2반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간다.

동화구연 평가가 있던 날.

남자아이들에겐 왈가닥 말괄량이였던 소녀

산골마을 수줍은 아이로 등장했다.


말스크라도 썼나

할머니가 되었다가 호랑이도 되었다가

알밤, 자라, 물찌똥, 송곳, 맷돌, 멍석, 지게로도 변신했다가

사람·동물·물건을 넘나들며

구수한 이야기가 장마 물살처럼 흘러갔다.


그때 맨 뒤에 앉아있던 짓궂은 두 녀석이

"이거 성화 목소리 아니다."

"선생님, 반칙이에요. 성화 아니에요."


살쾡이처럼 두 녀석을 째려봤다.

마음 같아선 발차기로 이미 한방 날리고도 남은 때

두 주먹이 부르르 부르르! 두고 보자 이○석, 정○관


그럼에도 첫 낭독은 30점 만점에 29점, 두 녀석은 21점, 23점

쌤통이다. 요즘 우리 셋째 말마따나 흥치뿡이다.

내가 내 목소리로 감정 살려 이야기하려고 얼마나 연습했는지 니들은 몰라.

세상에 하나뿐인 내 목소리, 둘도 없는 내 감성, 다 나야.

내 목소리 담은 카세트테이프, 유일한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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