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동훈 Oct 01. 2018

컨택트 (Arrival, 2016)

그 무기는 시간을 다루는 열쇠-당신의 인생 이야기, 테드 창

숫자에 중요한 의미를 두는 것은 인류의 오랜 습관이다. 7이란 숫자를 행운으로 13을 악한 수로 보는 것, 아니면 6이나 4를 금기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서구사회는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2000년 가까이 받아왔고 성경에 등장하는 숫자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7이 대표적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숫자는 12·10·3·2·1등이다. 이 숫자들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고 이를 설명하자면 교리 설명이 첨부되어야 한다. 굳이 못 알아들을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아~ 이건 아니다. 미안 ^.^;;;


오늘 소개할 이 영화에는 12가 등장한다. 7족 보행을 한다고 '헵타 포드'라 명명된 외계인이 탑승한 비행체, 아니 그 비슷한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쑥 대기권을 나타난다. 하필이면 모두 12기다.



영화 시작 전 이미 이 외계인과 대화가 시도되었지만 그들의 언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 당연하다. 이 영화는 대부분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들의 문자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멋진 비주얼과 액션 장면을 원한다'면 시간 낭비가 될 것이다.   


출처 : 영화사, 배급사 제공 이미지


거기에 복잡한 감정선을 건드리는 주제의식이 영화 내내 흐른다. 비주얼과 시간 전개가 일정한 영화를 원한다면 같은 이름으로 번역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Contact , 1997)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물론 이 작품도 그렇게 녹녹한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로맨스·드라마 그리고 멋진 우주여행 장면, 거대한 장비들이 등장 하니 말이다.   



앞에서 복잡한 감정선이라고 한 것에 대한 힌트를 조금 주겠다. 이 감정은 어린아이를 분 부모, 특히 엄마라면 동감 할 내용이다.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링이 되기에 여기까지만 언급하겠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의 주요 제자는 12명이다. 사도라 불리는 이들은 유럽의 중세를 거쳐서 문학작품과 전설로 떠돌다. 20세기에는 꽤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소재나 테마가 된다. 30대에 미친듯이 좋아했던 에반겔리온은 전 시리즈를 통해 '사도'라 불리는 메신저와 인간의 대결을 다룬다. 12라는 숫자를 히브리인 만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아랍 문화에도 12와 13에 대한 설화는 있다.


우리가 잘 아는 '13번째 전사'가 그것이다. 또 다른 문화권에서도 숫자만 다르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영화 콘택트(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12개의 셀은 성경의 12사도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은 무엇인가 전하기 위해 왔기 때문이다.

 

출처 : 영화사, 배급사 제공 이미지


유명한 천문학자이자 실상 연예인에 가까웠던 '칼 세이건'은 여러 저작물 중에 소설까지 집필한다. 그것이 '콘택트'다. 소설 자체는 3류에 가깝지만 영화는 일류다. 칼 세이건이 제대로 표현 못한 무겁고 따스한 주제를 깔끔하게 해석했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 제대로 흐르지 못한 그것, 인터스텔라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딸이 간직했던 아빠의 그것, 바로 그것 때문에 셀은 12개로 분리되어 각각 다른 지역에 나타나 각각의 인류를 가르친다.


출처 : 영화사, 배급사 제공 이미지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아는 기술을 배운다면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까? 인생의 끝을 알면 우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AD 30~60년경 12명의 사도가 인생이 무엇인지 전하고 다녔지만 인류의 삶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 중에 소수는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했고 극소수 만이 달라졌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헵타포트 어’를 배운다 해도 루이스나 섕 장군처럼 변하지는 않는다. 헵타포트 인들은 3000년 후를 기약하고 떠났고 지구인들은 그 예언에 답을 할 것이다. 이건 영화고, 당신은 3000년 후를 위해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제로섬 의 세상과 #크로노스 의 시간에 갖혀 살아가는 지구인들에게 찾아온 #카이로스 시간을 사는 존재 #헵타포드 인들의 메시지. '니들 그렇게 살다가는 망한다'   #논제로섬게임 은 그냥 되는게 아니다. 희생이 필요하다. 지구에 가면 내가 죽을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떠난 그들의 여행에는 오랜시간 후 후손들의 생명이 달려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적 생산의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