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 등재 최고령 잔느 칼망 할머니와 어느 변호사의 계약
1960년대 중반 프랑스 남부 아를르 지방. 이곳에 살던 잔느 칼망(Jeanne-Louise Calment) 할머니에게 어떤 변호사가 제안합니다. 할머니가 살던 아파트를 변호사가 사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매매 조건이 좀 특별했습니다. 잔느 칼망 할머니가 살아계신 동안 매월 2500 프랑을 지급하고 그녀가 사망한 후에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한 것입니다.
계약조건은 두 사람 모두에게 만족스러웠습니다. 별다른 소득이 없던 90세의 잔느 칼망 할머니 입장에서는 자신의 집에 살며 죽는 순간까지 매달 일정한 수입이 생겼고 변호사도 큰 목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집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는 90세의 할머니가 살면 얼마나 살까 하는 계산도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사는 꼴이죠.
하지만 변호사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이 지났지만 잔느 할머니는 정정하고 살아있었고 30년쯤 지난 1995년 변호사가 77세로 먼저 죽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때까지 잔느 칼망은 살아있었습니다.
그 변호사는 30년가량 매달 약속한 금액을 꼬박꼬박 지불했지만 죽은 날까지 아파트를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계약은 변호사의 후손들에게 승계됐지만 그들도 아파트의 주인이 되기까지 2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때까지 지불된 돈은 아파트 시세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변호사 사망 후 2년, 잔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1997년 8월 4일, 향년 122세의 나이였고 세계 최장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습니다.
변호사의 약삭빠른 계산은 어긋났고 좀 더 쉽게 돈을 벌겠다는 잔꾀로 손해를 입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잔재주를 부리지 않나요? 내 욕심 채우려고 누군가를 이용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없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절세라는 그렇듯 한 이름으로 탈세하고 비용 절감이라는 허울좋은 명목 아래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위협하고 동료를 착취합니다. 지인이라는 관계를 활용해 공짜로 일을 시킵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몇 번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결국 치를 것은 다 치르고 저 세상 갑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저세상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강 스틱스(Styx)에는 배 한 척이 있습니다. 망자는 뱃사공 카론에서 배삮을 내야 합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비쌉니다. 누군가는 고생해 벌어둔 전 재산일 수 있고 누군가는 평생 남 좋은일 한 공로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누군가는 그저 내 목숨 무게인 동전 한 닢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론에게는 모두 동일한 동전 한 닢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