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그릇 챙기기 바쁜 가치관에 기인한 주장
최저시급 인상을 두고 자영업자들 망하거나 자영업자가 아르바이트 고용을 포기해 일자리가 줄 거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다. 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현정부의 임금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보수인사나 제계가 이러면 이해하겠는데 그것이 아닌 이들이 이러는 것은 웬일일까? 각자 자기 생각이 있으니 그리 떠들라 두고 이 주장은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이용당할 소지가 크다. 이건 마치 담뱃값 500원 인상하면 담배소비가 줄어 담배 취급점이 망한다거나 좋은 결과로 국민 건강이 확연히 좋아질 거란 주장과 비슷하다. 택시비 인상과도 흡사하다.
최저시급 인상, 자영업자 죽인다고?
이 주장에는 자영업자 지원책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현 정권 공격용 주장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점포의 반 이상이 프랜차이즈로 묶여있는 이 신기한 구조에 대해서 왜 함구하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심지어 재벌가 자녀와 부인들이 빵집 사업에 뛰어들었던 상황을 잊었는가? 이건 아르바이트와 가게 주인의 전쟁이 아니라 사회구조 개선의 시작이다. 일의 강도와 중요도 또는 각 사람의 정당한 필요에 따라 소득을 재분배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의 폭발물 처리반이 계약직이고 연봉으로 총 4000만 원 받는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이에는 생명수당까지 포함된다. 폭발물 처리가 어떤 과정인지 이해 못하니까 그렇구나 하지 이건 어처구니없는 조직 구조과 연봉 체계다. 소방관들의 처우를 보라! 이래서야 누가 불속에 뛰어들어 내 자식을 구하려 하겠나! 아직까지 소신과 정의감으로 근무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결국 이런 자리부터 저임금 저 능력 노동자로 채워질 거다. 안정 불감증, 부실공사는 이렇게 양산되는 거다. 그 책임은 이후 우리 모두가 떠안아야 한다.
위 배너에서 개님이 씨불이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없길 바라지만 꼭 신기한 사전으로 해석하는 분이 있어 첨삭하자면 하나 : 시급은 개뼈다귀 수준, 교통비·컵라면 값 빼면 먼지가 된다.라는 뜻이다.
양자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이유는 뻔하다. 본질을 흐리고 개싸움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자영업자 지원책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데 이를 두고도 혈세 낭비 운운할 것이다. 비난의 본질은 뻔하다. 내 황금 밥그릇 지키려는 것이다. 지금 정부의 정책 기조상 시급 인상은 결국 법인세 인상, 부자증세로 이어질 것이라 미리부터 저항하는 꼴이다. 시급 인상은 최저임금 상승을 동반할 것이고 남은 조치들은 기업과 기업을 지배한 부자들에게 불리하다.
양극화가 망국의 원인이란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양보가 필요한 시점인데 누가 먼저냐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정작 먼저 나서야 할 부자, 대기업은 정부의 시책을 지켜보며 뒷짐지고 있다. 그 역할은 늘 약자의 몫. 기다리면 이것도 지나가리라!
국내의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알바을 비롯한 약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꼴이다. 낮은 임금으로 장시간 근무하거나 임금 대비 고난도 일을 시켜 만든 가격 경쟁력이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막고 또 그렇게 자영업자들이 애쓴 부가가치로 프랜차이즈 기업이 또 이어서 대기업이 생존하는 삼각형 피라미드 먹이사슬의 전근대적인 산업 구조를 개선하자는데 내 밥그릇 이 줄어들까하고 반대하는 형국이다.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돈 벌겠다고 오토바이 배달을 시작한다. 그들은 원래 공부로 성공하지 못할테니까 그렇게라도 사회에 먼저 진출하면 좋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어른을 만나적있다. 개소리다. 그렇게 시작한 알바는 그들의 인생을 배달의 민족으로 정의해버린다. '금수저'니 '은수저'니 하는 비아냥도 이젠 마치 유행어처럼 들리고 그 안의 울분도 희석된 분위기지만 현실은 솥안의 개구리를 서서히 삶아간다.
"좋아하는 오토바이 타고 돈도 버니 좋아요" 배달일 하는 아이들의 말이다. 난 지난 가을 실습 선생으로 그들과 한달 정도를 보고 지냈다. 다소 들뜬 그들의 희망적 목소리와 달리 이들은 교통사고와 착취의 위협에 놓여있다. '띵동' 소리에 그들은 튀어나가고 30분 안에 배달하기 위해 과속과 위반을 일삼는다. 이 때문에 배달 요청할 때 "천천히 안전히 오세요"라고 주문하는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배달 앱과 그 시스템은 이 아이들을 재촉하도록 설계됐다. 교통사고 나서 반신불수가 되기도 한다. 나쁜 사마리인이 틀어놓은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면 이들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르바이트생 아닌 누구부터 구할까? 자영업자 그들도 분명 희생자다. 하지만 우선순위와 시급성은 정해야 한다면 약자부터다.
시급 올리면 자영업자들이 알바 안 쓰고 고용이 준다는 주장에서는 공포를 느끼는 것은 지금까지 강자의 논리가 그랬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지금의 경제 계급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바를 지금보다 더 쥐어짜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반대인가? 그들의 주장처럼 증세 없는 복지가 없고 누군가의 양보 없이 사회 안정은 없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의 삶을 바꿔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서로 양보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소위 부자라 불리는 이들은 결국 자기의 권리중 일부를 내려 놓아야 한다. 스스로 안한다면 강제해야 하는데 그런 힘은 대중으로 부터 나온다. 임시직, 아르바이트 생부터 살려야 한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의식을 키우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