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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훈 Sep 23. 2018

돈과 명예를 향해. 타인의 아픔을 밟고 올라서다

이기주의 불치병'에 걸린 한국 사회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병'이 암세포처럼 퍼진 한국 사회. 타인의 아픔에 무심···임시직은 수학여행 동반이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력과 창의성도 떨어져...


세월호 참사 때 안산 단원고 김초원 선생님은 탈출할 기회가 있음에도 아이들을 돌보다.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도 그의 순직은 인정받지 못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봐도  당연히 예우 받아야 할 의인이 연금 또는 보상금 받겠다고 생떼 부리는 깡패로 취급받는 이 사회. 이게 우리 사회와 우리의 모습이다.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조직에 순응해 당장의 어려움만 피하려는 태도는 비단 공적 조직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행히 역동적인 새 정부는 그를 순직자로 예우하겠단다. 



도대체 왜 이런 상식 밖의 사회가 됐나? 


한편 세계 최고라는 인천공항의 서비스는 정식 직원(이 빌어먹을 단어가 입에 붙었네...)의 5배에 달하는 임시/파견직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하면 과장된 것일까?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대통령의  지시에 공사는 정규직 전환 안을 마련했는데 그게 또 졸속이다. 한번 샌 바가지가 또 새는 법.


대학 전공이 Mining이다 보니 폭약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번에 인천공항공사의 급여 체계를 살펴 보다 '폭발물 처리반'라는 조직을 발견했다. 공사 내 폭발물 전문가의 현재 연봉이 4000만 원이란다. 이건 몇몇 대기업 대졸 초봉 수준. 폭발물 다루는데도 말이다. 일반 사무직을 과소평가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폭발물을 다루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손톱 크기의 전기뇌관 하나 맨손으로 잘못 만졌다가는 손가락 5개가 날아간다. 광산에서 근무할 때 늘 강조된 주의사항이다. 게다가 파견직이다. 공사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이들은 초봉 2800만 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똥밭에 굴러도 대감님 밭이 좋다'라는 얘기. 도대체 왜 이렇게 사악한 사회가 됐나? 예전에 마왕 신해철이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공연에서 자기는 노무현을 죽이는데 일조한 방관자라며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났다. 늘 삶에 대해 관조하고 고민하던 그가 울면서 했던 말. 내 살기 바빠서 내 작은 걱정이 더 커서 힘들었던 우리가 사회를 이렇게 만든 범인일지도 모른다.


내 밥그릇 챙기기 바쁘고 남의 밥그릇이 더 크다고 슬퍼하는 소시민, SNS에 온통 지자랑 질하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 사회의 악한 단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는 많은 소시민들이 자기가 사는 세상을 똥밭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작은 것 하나 남에게 양보 못하고 단돈 만원 기부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보통의 삶이 바로 지금 이 나라를 만들었다. 최순실이 나라 망쳤다고 분통을 내지만 내 주위에 그런 능력자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이중성, 이런 생각 누구나 한 번씩 해봤을 것 같다.


아반떼 타다 그랜저 잠깐 타보면 사고 싶고 30평 아파트 살다가 친구가 40평 아파트 산거 들으면 나도 옮기고 싶은 마음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또 자식 일이라면 최고에 최선을 다하려는 보통 사람들의 행동과 가치관에서 한발 더 과욕을 부리면, 실천에 옮기면 다름 아닌 최순실과 정유라가 되는 것이다. 


이제 누가 객실에 갇힌 우리에게 생명줄을 내려줄까? 자기 구명조끼 벗어 내 아이에게 건네줄까? 남에게 그런 기대 말고 나부터 주변에 외로운 이들을 챙겨야 한다. 그리해야 내 빈속도 채워지리라. 지금 우리가 매달린 세상의 방법(썩은 동아줄)로 허기진 세월호 아가리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바다로 끌려 내려가고 있는 그 무게는 너무나 크다. 인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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