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인공호수 일감호
우리는 매일 많은 고민과 마주칩니다. 어떤 고민들은 친구와 나누면 반이 되지만 또 어떤 일들은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때 필요한 힘을 얻는 방법은 저마다 다릅니다.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호수 주위를 달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오늘 '어제 어디 갔어?'에서는 패스트파이브 마케팅팀 위단비 님을 만나봤습니다. 11년째 곁을 지켜주는 동네 친구 같은 곳, 건대 호수를 소개해주신 단비 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
어제 어디 갔어?
건대 호수. 건대 출신이기도 하고, 집이 건대 근처라서 자주 간다. 고향은 이곳이 아니지만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1/3 을 이 근처에서 보내고 나니 ‘우리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대학 졸업하고 나면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졸업하고 나서 이 공간이 좋아졌다. 이제 내가 속한 공간은 아닌데 익숙한 곳이라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는 시간이 뜨거나 수업이 끝나면 이 캠퍼스를 벗어나고 싶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그럴 거다. 그런데 이제는 내 인생에서 대학이나 전공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게 되어서, 대학이 그냥 공간으로 남았다. 지금은 ‘내가 참 예쁜 학교를 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로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건대 호수에 간다. 어려운 일과 힘든 일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서 힘든 일은 어찌할 방법이 없는, 답이 없는 일이다. 할 수는 있지만 잘 안 풀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딪치는 것들은 주로 어려운 일이다. 힘든 일을 만나면 어차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 그냥 시간을 태워버리려고 한다.
반면 어려운 일은 빨리 해결해야 한다. 묵혀놓는다고 사라지지도 않고. 그럴 때의 복잡한 머릿속은 혼자 있어야 해결되는 것 같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해결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 가까운 건대 호수로 간다.
그 공간이 왜 좋아?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살아가기가 참 버겁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럴 때도 여기를 찾는다.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걸 즐긴다. 그런데 딱히 그럴 공간이 없다. 차도 없고, 집은 집안일이 기다리는 곳이고… 건대 호수는 그런 와중에 나 혼자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첫 퇴사를 했을 때 건대 호수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1년 정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는데 그게 잘한 선택인지도 알 수 없었다. 주위에 스타트업을 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내 선택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자기 암시처럼 호수를 돌았었다.
건대 호수 주위에는 물가 쪽으로 가까이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그 계단 중간쯤에 앉아서 호수를 보면 산책로에서 볼 때보다 눈높이가 낮아진다. 그래서 그 호수가 정말 넓게 펼쳐진, 매우 큰 물처럼 보인다. 그 장소를 특히 좋아한다. 깊이 있게 생각을 해야 할 때 그 자리를 주로 찾는다. 그 정도가 아니면 호수 주위의 트랙을 뛰는 식이다. 호수 때문에 이 동네가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바람을 맞으면서 뛰는 느낌이 좋다. 밤에 반짝반짝 하기도 하고.
위단비에게 건대 호수란?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집 앞 놀이터 같은 곳. 드라마를 보면 고민이 있을 때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이 나온다. 나에게는 건대 호수가 그런 느낌이다. 새로운 동네에 갔는데 이곳을 대체할 만한 다른 공간이 없다면 힘들고 답답할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어떤 노래를 좋게 들을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 때만 아껴 듣는 노래가 있다. 건대 호수에서 조용히 이 노래를 들으면 정말 좋다. Bee라는 가수의 Still a rose라는 곡이다.
산책, 사색, 운동, 마음 다잡기...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건대 호수를 찾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오늘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반짝이는 호수를 찾는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을까요? 어려운 일과 마주쳤을 때 여러분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패스트파이브도 그런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패스트파이브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