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최순우 옛집'
SNS를 켜면 '핫 플레이스'가 넘쳐납니다. 어제까지 인기 있던 장소가 오늘은 새로운 곳으로 대체되죠. 사람들은 새로운 장소로 몰려가고, 그곳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앞다투어 업로드합니다. 하지만 문득 빠르게 돌아가는 이 사이클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 긴장을 내려놓고 멍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도 있죠.
'어제 어디 갔어?' 에서는 패스트파이브 강남3호점의 커뮤니티 매니저 추민식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복잡한 도시, 서울에서 만난 차분한 공간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일상의 휴식을 즐겨보세요.
어제 어디 갔어?
성북동에 위치한 최순우 옛집.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한국의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 선생님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지금은 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알게 되었다. ‘한국 내셔널트러스트’라는 단체에서 한옥지킴이를 찾는다는 문구에 끌려 선택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영국에서 시작된 시민 운동으로, 국가가 모든 문화재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문화유산이나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 단체다.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의 시민문화유산 1호가 최순우 옛집이다.
거기가 왜 좋아?
한옥은 정말 조용하다. 차분해지고, 잡음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뜨는 공간, 핫 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뜨는 동네, 인기 있는 가게에 가서 사람들이 왜 이런 공간을 좋아할까 생각해보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에는 성북동처럼 조용한 곳도 찾게 된다.
한 학기 동안 최순우 옛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설명하는 도슨트 역할도 하고 가끔 청소도 하고 행사 진행 보조도 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고객들에게 패스트파이브 지점 투어를 해드리듯 공간을 소개하는 역할이었다. 이 공간이 좋고, 이 공간이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공간의 가치를 전달한다는 면에서 정말 투어와 비슷한 것 같다.
작은 집이지만 이 안에서도 특히 ‘오수당’이라는 공간을 좋아했다. 뒤뜰과 접한 공간으로, ‘낮잠을 자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름대로 멍 때리기 좋은 곳이고 여기에 있으면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이곳에서의 추억이 있는지?
한번은 눈 오는 날 최순우 옛집에 간 적이 있다. 눈이 쌓인 모습이 예쁠 것 같아서 갑자기 간 거였는데, 이곳이 4월부터 11월까지만 개장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무작정 찾아갔다가 허탕을 쳤는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다. 눈 쌓인 성북동 골목을 구경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추민식에게 최순우 옛집이란?
힐링이라고 설명하면 쉽겠지만 힐링과는 다른 느낌이다. 서울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러 장소가 있다. 이곳에 가는 사람들은 뭔가를 채우러 간다고 생각한다. sns를 채우거나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 가는 곳. 반면 최순우 옛집은 비우러 가는 곳, 비울 수 있는 곳이다. 현대인은 경험을 쌓고 뭔가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심하다. 힐링조차 ‘힐링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되어버렸다. 최순우 옛집은 이런 강박을 내려놓고 머리와 마음을 비울 수 있도록 해준다.
최순우 옛집 근처에는 간송미술관도 있고, 골목 사이에 작은 식당들도 많다. 성북동 구경을 간 김에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이전에 대구에 살았었는데, 그때 지냈던 동네가 성북동과 비슷했다. 그런데 최근 그곳이 재개발됐다. 최순우 옛집이라는 하나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존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에 스토리와 매력이 있는데 자본 때문에 부서지는 게 마음 아프다.
서울에는 아파트 단지처럼 큰 블록이 많은데, 도시에 큰 블록만 있으면 사람끼리 만날 수 있는 공간과 횟수가 적어진다고 생각한다. 큰 건물이나 대로 못지않게 작은 골목도 필요하다. 사람 몸에 큰 혈관도 필요하지만 각 기관의 끝까지 갈 수 있는 모세혈관도 필요한 것처럼.
공간에 얽힌 이야기와 가치를 지키고 보존하고 싶다는 민식 님의 이야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패스트파이브라는 공간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매일 쌓아보세요. 저희는 그 안의 가치를 발견하고, 더 큰 가치로 가꾸어나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어제 어디 갔어?'를 기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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