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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트파이브 Mar 12. 2019

"마음의 중심을 찾을 수 있는, 편안하고 부담없는 곳"

인왕산 무무대와 부암동

한동안 복고 열풍이 뜨거웠던 일, 기억하시나요? 드라마를 비롯한 많은 매체들이 앞다투어 과거를 추억하고 오래 전의 기억들을 소환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정작 '그때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까지 그 흐름에 열광했다는 겁니다. 너무 많은 변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 시절의 따뜻한 모습이 위안을 주었던 건 아닐까요? 

  



이번 '어제 어디 갔어?' 에서는 패스트파이브의 서비스 기획자 박예원 님을 만나봤습니다. 기획자는 최신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편안하고 부담 없는 장소를 즐겨 찾으신다고 하네요. 예원 님이 소개해주신 부암동과 인왕산 무무대로 함께 가보시죠. 


무무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야경


어제 어디 갔어?


인왕산 무무대. 윤동주문학관에서 인왕산 쪽으로 쭉 걸어가다보면 무무대가 나온다. 청와대 쪽이라 높은 건물이 없어서 낮에 가면 잠실까지 다 보이고, 야경도 예쁘다. 눈이 오면 눈 덮인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거기가 왜 좋아?


대학 때부터 윤동주문학관하고 부암동을 좋아했다. 그 전에는 근처에서 인왕산, 북악산만 다니다가 조금 여유롭게 다닐 수 있는 코스가 없나 하고 찾게 되었다. 

군사 시설이 있어서 완전히 공개적인 공간은 아니고 주로 동네 사람들이 산책을 다니는 곳이다. 가끔 순찰 도는 군인들이 앉아 있는데, 나보다 열 살은 어린 친구들이 수다떠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부암동에서 시작해서 윤동주문학관을 지나 서촌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좋아한다. 천천히 걸으면 40분 정도 걸리는데, 서촌 통인시장에 가서 피카츄 돈까스를 사먹는다. 그 주위의 음식점들은 요란한 맛집이 아니다. 4평 크기의 빵집, 90년대에 생긴 커피집, ‘계열사’라는 닭 튀김집, 문 앞에 강아지가 나와 있는 옛날 슈퍼… 잘은 모르지만 80, 90년대 서울 모습이 이랬다고 하더라. 


신용슈퍼 앞 강아지


퇴근하고 마음을 쉬고 싶을 때 무무대를 산책한다. 슈퍼 바깥에 나와 있는 강아지와 인사도 하고 산책하면 마음이 좋아진다. 20대 초반부터 자주 간 동네인데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다. 



박예원에게 부암동과 무무대란?


언젠가 살고 싶은 곳. 이 동네가 생각보다 비싸서 나이가 들면 여기에 살아야겠다고 점찍어 놓고 있다. 이곳은 출근길 자체가 재밌다. 담벼락을 끼고 걸어 내려오면서 동네 주민들도 만나고 매일 다른 풍경과 마주친다.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먼지가 많으면 많은 대로 바뀌어서 질리지 않는다. 

동네 분들의 정서도 다 비슷하다. 요즘은 길 가는 이웃에게 인사하는 일이 잘 없는데 그곳에서는 서로 얼굴을 마주치면 서로 인사한다. 변화가 크지 않은 동네기도 하고. 이렇게 멈춰있는 동네가 있다는 것 자체가 위로다. 



서비스 기획자에게는 최신 트렌드와 변화가 중요하지 않나


최신 트렌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디자인, IT 쪽에서 UX/UI 기획을 하다 보니 마음의 중심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선택을 하고 좋은 기획을 내려면 내 마음의 안정이 중요하다. 여러 선택지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일상이 안정적이야하고, 그래야 일할 때 예민한 촉을 가지고 트렌디한 요소를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만든 부암동 로고


특히 UX/UI 기획은 사람을 굉장히 많이 관찰해야 하는, 타인 중심적인 일이다. 정신없이 최신 트렌드를 따라다니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뭘 할 때 편안하게 느끼는지, 어떤 움직임에 따라 서비스를 설계해야 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웃긴 말이지만 내 고집을 꺾고 수양하는 느낌으로 일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남의 의견을 정말 많이 들어야 한다.

그래서 트렌디하고 ‘핫 플레이스’가 많은 동네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편하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좋다. 그런 안정감을 중심축으로 두어야 일을 할 때 새로운 걸 추구할 수 있는 밸런스가 생기는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나중에 알게 됐는데, 부모님 고향이 부암동 쪽이셨다. 나중에 이 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니까 부모님이 울먹이시더라. 나이가 들면 가족과 멀어지기 마련인데 이 동네를 계기로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지난 주말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머무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곳이 가장 좋은 공간일 거라고 믿습니다. 패스트파이브는 여러분이 일하는 시간까지 행복할 수 있도록, 최고의 공간을 제공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어제 어디 갔어?'를 기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패스트파이브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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