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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트파이브 Apr 15. 2019

"'승진 다음에는 뭘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스트파이브 강남3호점 멤버 '인원더랜드' 손정현 대표 인터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무작정 흰 토끼를 따라가고 싶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일상에서 벗어난 경험은 우리에게 활력과 즐거움을 줍니다. 하지만 매번 놀랍고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책이나 영화를 통한 간접경험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요. 






이번 Member Interview에서 만나본 분은 '인원더랜드'의 손정현 대표님입니다. 인원더랜드는 그 이름처럼, 즐거운 모험을 비즈니스로 구현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기업입니다. 인원더랜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물론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손정현 대표님의 인터뷰를 함께 보시죠. 



Q.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와 운영 중이신 기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In Wonderland인원더랜드’의 대표 손정현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무료했던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가면서 놀라운 모험을 하게 됩니다. 인원더랜드는 앨리스 이야기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꿈꾸는 모험을 비즈니스로 구현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7년 2월 15일부터 시작해서 이제 3년차가 되었고요, 현재 7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일기획과 맥켄에릭슨에서 20년 넘게 광고 제작을 했습니다. 제작 본부장으로도 10년 정도 일했고요. 대한민국에 있는 거의 모든 브랜드의 광고를 제작해본 것 같아요. 그런데 광고 제작은 다른 이의 브랜드를 알리고 만드는 일이잖아요. 너무 재미있기는 한데 회사 일을 오래 하다보니 ‘나도 내 브랜드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나와 보니까 다른 브랜드 할 때가 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요(웃음). 

그래서 현재 적은 비중이기는 하지만 광고 마케팅 솔루션 대행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려는 서비스나 브랜드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기 위해 광고 마케팅 업무를 같이 하는 거죠. 쉽게 말해서 ‘주경야경’이라고 보시면 돼요. ‘낮에 돈 벌어 밤에도 일한다’고 할까요? 나머지 시간은 저희 브랜드 업무에 쏟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당구친구’라는 서비스를 오픈했고, 올해 4월에는 K-pop 관련 플랫폼도 오픈할 예정입니다. 



Q. ‘당구친구’와 준비 중이신 플랫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첫 서비스를 ‘당구친구’로 시작한 이유는 전적으로 마케팅적 판단이었습니다. 저는 당구를 잘 몰라요. 그런데 현재 당구 시장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보니 2019년 당구 시장과 발전 모습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흔히 떠올리듯 담배 피우고 짜장면 시켜 먹는 당구장이 아니라 패스트파이브 라운지처럼 쾌적하고 세련된 당구장이 많아졌습니다. 당구를 즐기는 연령층도 낮아졌고 당구 채널은 스포츠 채널 중에서 야구 채널 다음으로 시청률이 높아요. 연간 천이백만 명 이상이 당구를 즐깁니다. 많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세계 랭킹에 올라가 있고요. 이렇게 큰 시장 크기에 비해 ‘배달의민족’ 같은 대표적인 온라인 서비스가 없었어요. ‘왜 없지?’ 라는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열성적인 당구팬들이 회원으로 참여해주시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K-pop 플랫폼은 당구친구와 달리 저의 개인적인 관심에서 출발한 서비스입니다. 광고 쪽에서 오래 일해서 엔터테인먼트 쪽에도 관심이 많고 K-pop도 좋아하거든요. 이 브랜드에서도 인원더랜드다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Q.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가 사업 운영을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이전에 다녔던 회사가 너무 좋은 곳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재미있는 것,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그곳에서 ‘야성’을 잃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회사 다니는 게 재미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문득 ‘이렇게 일을 하다가 회사에서 전무가 되고 부사장이 되면 그 다음에는 뭘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른 걸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힘들게 결정했죠. 

그 뒤로 회사에 같이 계셨던 엄태경 이사님이 나오셨어요. 또 저와 10년 가까이 함께 일하셨던 김은주 이사님, 또 20년 이상 알고 지내던 하정호 이사님이 합류하셨죠. 이렇게 네 명이 주축이 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원더랜드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이 분들을 정말 믿고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가끔 이 일이 저희의 ‘노후 프로젝트’라고 이야기해요. 한때 우스갯소리로 모든 사람들이 은퇴 후 치킨 가게를 낸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우리는 치킨 가게 대신 이 프로젝트를 한다는 의미죠.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바짝 해서 재미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Q. 회사에 다니실 때와 직접 사업을 운영하시는 현재를 비교하면 어떻게 다른가요?


제일기획의 경우 다니기 쉬운 곳은 아니었습니다. 주위에 다들 일 잘하는 사람인데다가 개인적으로 일 욕심이 많았거든요. 맥켄에서 임원이 된 뒤에도 일이 힘들긴 했죠. 하지만 회사를 차리고 나니 회사 다니면서 힘들었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온실 속에서, 사슴들하고만 일을 했던 거예요. 가끔 ‘저 사슴 나빠!’하면서 괴로워하기도 했는데, 나와보니 하이에나, 호랑이, 익룡… 정말 다양합니다. 

왜 회사를 오래 다닌 분들이 사업을 시작하면 힘들어하시는지도 이해가 됐어요. 갑자기 맹수가 우글거리는 장소에 적응해서 일을 해나가기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조금이라도 어릴 때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정말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두 세계 모두 저와 인원더랜드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Q. 기업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스타트업은 3년차가 데스밸리’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3년차에 접어들고 나니 그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됩니다. 1년차 때의 스타트업은 회사라기보다 꿈 많은 동호회의 느낌이에요.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우리 회사가 최고라고 생각하죠. 직원도 두세 명에 불과하니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고요. 그런데 차차 비즈니스가 커지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고 자연히 운영비도 많이 듭니다. 그러면 매출도 따라서 많아져야 하는데 스타트업 초기에는 매출이 나오기 정말 힘듭니다. 일은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데 매출은 안 나니까 이 갭이 커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죠. 인원더랜드도 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투자자도 많이 만나고, 유의미한 투자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런 인터뷰를 잘 하지 않아요.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인터뷰 요청이 정말 많았습니다. 광고 대행사에는 여자 CD(Creative Director)가 많지 않고, CD들은 대부분 카피라이터 출신이기 때문에 저같은 아트디렉터 출신 CD는 더 적거든요. 게다가 저는 경력이 많고 글로벌 대행사에 있었죠. 하지만 회사에서 인터뷰를 하라고 해도 거절하고는 했는데, 요즘은 대외 활동도 하고 인터뷰에도 응합니다. 얼마 전 패스트파이브에서 개최했던 ‘CEO in FASTFIVE’에도 참석했고요. 이제는 나서서 홍보를 해야 회사가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Q. 반대로 가장 기쁘고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뿌듯했던 순간도 많죠. 특히 작년에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여성창업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았는데 당시 수상 기업 중에 아직 서비스가 출시되지 않은 상태인 회사는 인원더랜드뿐이었어요. 또 특허도 나왔고 벤처 인증도 받았죠. 포기하고 싶은 고비마다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가 생겨서 힘을 내게 되는 행운과 결실이 있었습니다. 

또 저와 함께 인원더랜드를 시작한 분들이 대부분 임원급이셔서 각자의 생각이 많고 주장이 확고합니다. 그래서 매 회의 때마다 의견이 정말 다르죠.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싸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의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절대 싸우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좋은 결론을 낸 뒤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서 앞으로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해볼까 이야기하는 순간이 굉장히 행복합니다. 



Q. 인원더랜드의 단기,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 목표는 좋은 투자자를 만나 올해를 잘 넘기는 겁니다. 행복하게요. 장기적인 목표는, 물론 쉽지 않겠지만 인원더랜드의 직원들이 행복하고 재미있게 일했으면 좋겠어요. 오기 싫어서 억지로 출근하는 회사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몽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가능하다고 봐요.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하는 거지, 일에 매몰되어서 불행해지고 건강을 해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잘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패스트파이브 멤버들과 함께 하는 당구 모임


일단 저부터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이 아주 즐겁습니다. 예를 들어 당구친구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당구장도 생각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이나 서비스 외에 제품 생산도 기획 중이에요.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를 내면 실제로 이루어지니 너무 신기합니다.  


Q.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합니다. 


여행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올해는 못 갈 것 같지만 작년과 재작년에는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일을 했어요. 제주도, 스페인, 케냐… 어느 장소에서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재미있는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 목표예요. 

또 직장에 다닐 때부터 사회 공헌 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유니세프와 장기기증본부의 일을 도왔습니다. 2010년부터 유니세프의 업무를 도와 생일 기부 캠페인을 벌였고, 장기기증본부에는 지금도 무료 컨설팅을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곳은 늘 아이디어가 필요하니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재능을 가지고 뭔가를 판매하는 일 말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앞으로는 아기들, 유기견, 유기묘 같은 약한 존재들을 돕는 일을 더 해보고 싶습니다. 



Q. 인원더랜드의 사무실로 이곳 패스트파이브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인원더랜드는 타 공유오피스에 2년 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이용한 공유오피스는 사무 공간 사이사이가 완전히 막혀 있지 않아서 방음이 안 됐어요. 옆 방 소리도 들리고 저희도 늘 조용히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죠. 또 창문이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 답답했고요. 반면 패스트파이브 강남3호점은 창가 자리에, 방음도 잘 되고 강남역이라는 입지도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라운지 분위기도 달라요. 이전에 사용하던 곳이 매우 정적이고 차분했다면 패스트파이브는 훨씬 활기찬 분위기죠. 



Q. 업계의, 혹은 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웬만하면 회사를 차리지 마시고요(웃음). 그런데 만약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빨리 나오시기를 권합니다. 한국의 창업 환경이 굉장히 좋아져서 여기저기 다양한 기회가 있어요. 자금이나 서포트, 교육 시스템 등이 촘촘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오피스만 해도 그렇죠. 4~5년 전만 해도 이런 공간이 없었습니다. 한켠에 빨래가 널려 있는 오피스텔 구석에서 일해야 했어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서포트를 받으며 사업을 진행하시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스타트업의 종류를 나눌 때 씬thin 스타트업, 팻fat 스타트업으로 구분합니다. 빠르게 테스트를 해보면서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곳을 씬 스타트업, 반대로 모든 것이 갖춰지고 준비된 상황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는 곳을 팻 스타트업이라고 부르죠. ‘당구친구’는 오래 준비하고 갖춘 뒤에 시작한 팻 스타트업이에요. 

직접 해보니 스타트업 창업 선배들이 씬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테스트를 해보면서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여러 강의를 다녀보면 대부분 회사원들이 들으러 옵니다. 회사를 열심히 다니면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비즈니스를 가볍게 테스트해보고, ‘이게 맞다’는 판단이 들 때 나오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경우 한 업계에서 20년을 일하며 쌓인 네트워크와 커리어를 믿었어요. 만약 계속 광고 대행사 사업을 했다면 그 네트워크를 쭉 이용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인원더랜드는 광고 대행과 다른 사업을 하고 있죠. 조금 더 똑똑했다면 회사에 있을 때 탄탄하게 기반을 다지고 준비를 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가장 큰 두려움은 ‘내 판단이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입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브랜드의 광고를 만들 때는, 내 판단이 틀려도 상사에게 혼이 나거나 거래처에게 피드백을 주면 됩니다. 하지만 회사를 차리니까 제 판단이 맞느냐 틀리느냐에 회사의 존폐가 달리게 되었어요. 그 부분이 두렵죠. 

객관적으로 보자면 인원더랜드는 걸음마 수준인 것 같아요. 물론 3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 당시는 그저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니까요. 이제는 아주 조금, 비즈니스를 보는 시각이 생긴 느낌입니다. 인원더랜드에서는 각 분야에서 15~20년씩 일한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좋은 파트너, 투자자, 개발자, 디자이너를 찾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더 늦기 전에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고, 인원더랜드만의 재미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는 손정현 대표님의 인터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앞으로의 계획들을 이야기하는 대표님의 표정은 누구보다 신나고 설레 보였습니다. 보는 사람까지 그 꿈에 전염될 정도였죠. 앞으로 인원더랜드가 펼쳐낼 가슴 뛰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기대해주세요!


그럼 다음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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