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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01. 2018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얻은 레슨들

작은 성공을 통해 얻은 레슨이 실패를 통해 배운 것보다 10배쯤 크다

최근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술자리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이 지인은 스타트업 업계에 들어온 지 10년 가까이 되었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예전에 회사를 몇 번 날렸을 때는 버린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합리화를 하곤 했었는데, 작은 성공을 통해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실패를 통해 배웠다고 생각한 것보다 한 10배쯤은 소중한 레슨들을 얻은 것 같아’라는 말로 시작한 여러 가지 얘기들을 5가지로 요약해보고자 한다. (구어체)


1. 아이템의 선정

과거에 실패했을 때는 아이템을 주로 Top-Down 방식으로 많이 고민했었어. 가령 ‘웨딩시장이 엄청 크다는데, 뭔가 비효율적인 거 같아. 온라인으로 통합한 플랫폼이 있으면 대박이겠다’라든지, ‘모텔시장이 굉장히 크다는데, 예약시스템을 만들면 고객이나 모텔주인이나 엄청 좋아하겠다’ 등등. 그런데 대박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다 보면 결국 시간이 갈수록 시장이 생각보다 별로 안 좋다는 걸 깨닫게 되거나, 이게 안 되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좌절에 빠지기도 하고, 그렇게 몇 번 헤매다 보면 돈이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접게 됐었지


근데 내가 괜찮은 아이템을 잡게 된 건 물론 90% 운이 따르기도 했는데,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던 영역이긴 했어. 사업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봤던 건 아닌데, 약간의 감이 있었지. ‘굉장히 짜증 나는 데, 이거 하나만 제대로 해놓으면 그래도 좋아할 고객들이 좀 있을 거 같아’ 정도의 생각으로 일단 시작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니 묘한 쾌감이 들더라고.


좀 웃긴 건 예전에 Top-Down으로 아이템을 정해서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다들 ‘대박이다. 같이 하고 싶다’라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실제 해보니 쪽박인 경우가 많았고, 정작 지금 아이템을 처음 친구들한테 얘기했을 때는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 조언들이 많았는데,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대부분인데 마치 다 경험한 것처럼 조언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어



2. 실행 속도

처음 창업했을 때는 전체적으로 속도가 느렸던 것 같아. 쓸데없는 고민도 너무 많았고, 완벽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정작 생산성이 너무 떨어졌던 거지. 홈페이지가 회사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니 로고 배경색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루는 족히 고민했던 것 같아. 마치 스티브 잡스가 된 것 마냥 디테일한 거에 신경 써야 한다고 합리화하기도 했지


문제는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서 ‘서비스는 언제 나와?’라는 질문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속으로 ‘기다려봐. 내가 대박 하나 터뜨릴 거야’라고 생각하며 핵폭탄을 열심히 준비했어. 근데 언제부터인가 대박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이 좀 식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느낌이 쌔한게 심지에 불을 붙여도 안 터질 거 같은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어. 그렇게 억지로 끌고 출시했더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더라고


근데 이번에는 준비하고 출시할 때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별로 안 걸렸어. 고객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고, 쓸데없는데 굳이 에너지 쏟지 않겠다고도 생각했고. 누가 들으면 경악할 수도 있는데, 포토샵을 쓸 줄 모르니 PPT로 쓱 그리고 결제 모듈을 붙이려면 내부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냥 결제는 계좌 안내 페이지로 대체했지

재밌는 건 그렇게 출시했는데 실제 문의가 좀 들어오는 거야.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데, 그때 고객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점점 개선했더니 빠른 속도로 완성도가 높아졌지. 예전 같았으면 기대보다 고객이 적어서 실망했을 텐데, 가벼운 마음으로 했더니 몇십 명의 고객도 엄청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 마치 술자리에서 하는 Top-Down 게임처럼 우리가 ‘40’이란 서비스를 내자 고객이 Down이라고 외치고, ‘20’으로 개선을 했더니 Up이라 외쳐줘서 정답을 찾아가는 식으로 꾸준히 개선했던 거 같아



3. 회사 분위기

이것도 되게 아이러니한데 초반에 잘 안될 때는 전반적으로 회사가 민주적인 분위기였어.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 술자리에서 새벽까지 침 튀기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곤 했지.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별 의미 없는 대화들이었던 거 같아. 정답은 시장과 고객에게 있는데 쓸데없는 논리싸움을 하면서 현실과는 멀어지는 느낌


그에 반해 이번 회사에서는 오히려 독재적인 분위기가 훨씬 강했어. ‘독재’라는 표현에 반감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봐. 주로 회사의 큰 방향성이나 주요한 의사결정, 일정 등은 내가 일방적으로 정했어. 예전에는 직원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좀 듣는 편이었는데, 어차피 고민도 내가 제일 많이 하고 내가 책임지게 되는 건데 그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4. 외부 제휴

외부 제휴에 대해서도 정말 할 말이 많은데, 잘 안될 때는 특히 외부업체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던 거 같아. 누구의 소개를 받아서 미팅을 잡고, 만나서 명함을 주고받고 이런저런 발전적인 얘기를 나누고 웃으며 즐겁게 헤어지는 거지. 그러면 뭔가 내가 발로 뛰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거 같은 느낌도 들고, 좋은 일이 있을 거 같은 느낌을 받지만, 내가 했던 수백 번의 제휴 미팅 중에 실제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된 건 심하게 얘기하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외부 제휴를 통해 우리 회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운이 좋으면 괜찮은 제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그렇게 헤매다 결국 아무것도 안 되는 거지. 심지어는 몇몇 대기업과 인수합병 얘기가 오간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숙했던 게 일개 팀원에 불과했는데 마치 본인이 추진하면 될 것처럼 얘기해서 철석같이 믿었었지. 믿고 싶었던 것 같아. 그렇게 시간만 보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No라고 얘기하더라고


배민에서 어디엔가 써놨던 문구였던 거 같은데 ‘직접 하는 게 맘편하다’는게 지금은 200% 공감돼. 요새는 여기저기서 먼저 연락이 많이 오는 편이긴 한데, 내가 정말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상대방 입장에서도 우리 회사를 정말 정말 만나고 싶어 하는 거 같을 때만 시간을 따로 내서 만나고 있지



5. Cash Burning

예전에는 지금과 비교해서 훨씬 방만하게 운영했던 것 같아. 물론 당시에는 아낀다고 나름 노력하긴 했는데, 기본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게 있으면 돈과 사람으로 해결하려는 거였어.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비스 범위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안 하면 안 될 거 같은 일들이 계속 추가되는데 그때마다 돈을 더 쓰거나 사람을 뽑았었지. 서비스 출시가 늦어질수록 나는 마음이 급해지는데, 오히려 노는 사람이 더 늘어나더라고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는데, 사업 초기에 한 사람이 2~3가지 업무를 동시에 맡았었어. 마술사 이은결의 회사 벽에 붙어있는 사훈 중에 하나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한다’라는데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 나름 스타트업 업계에 10년 가까이 있었는데 이번 회사에서 처음 해보는 일도 은근히 많았어. 처음엔 디자인도 직접 하고, 벤처기업인증도 신청하고, 세무사에게 보낼 증빙서류까지 딱풀로 붙여서 보내고.

처음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이게 회사의 문화로 스며들고 자연스럽게 비용 컨트롤이 된 부분도 있고, 그렇게 절실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결국 나중에 수익 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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